(물가폭탄)①MB물가 장바구니 담아보니 "'악'소리 난다"
13개 생필품 계산서 3년만에 41% 급등..최고 99% '폭등'
올해 생활물가 상승 더 가팔라..지표보다 체감 훨씬 악화
2011-01-20 10:46:54 2011-01-20 18:53:17
[뉴스토마토 이자영기자] 연초부터 '물가폭탄'이 서민들의 경제생활을 덮치고 있다.  물가관리가 고유업무인 한국은행이 국민에게 인플레인션(물가상승) 경고장을 보냈고, 정부도 대대적인 물가잡기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이미 시작된 물가폭탄에 중산층과 서민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진다.  최근 물가급등의 실태와 원인, 그리고 정부 대책과 전망은 어떠한지 3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
 
요즘 '장 보기가 겁난다'란 말이 절로 나온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생필품을 사고 나면 장바구니가 다 차지 않았는데도 생각보다 훨씬 비싼 계산서가 나온다. 지난해 '배추파동' 이후 농산물 값이 크게 오른데다 어느새 공산품 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지난 2008년 초 정부는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물가가 들썩이자 '서민생활 안정을 위해 52개 생필품 항목을 집중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일명 'MB물가지수 품목'이다. 
 
정부가 이렇게 품목을 정해가며 물가관리를 약속한 지 3년 만에 실제 생활물가는 얼마나 올랐을까?  서민 생활물가의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 'MB물가' 품목에 해당하는 52개 품목 중 주요 생필품 14개를 '가상 장바구니'에 담아봤다.
 
◇ 생활물가 3년간 '모든' 품목 '크게' 올랐다
 
지난 1월12일 한국물가협회가 발표한 가격을 기준으로 장바구니에 삼겹살(1만400원/500g), 닭고기(5980원/1kg), 시금치(1990원/400g),  마늘(9900원/1kg), 무(1980원/개), 배추(2880원/통), 파(3280원/1kg), 배(2480원/개), 고등어(4980원/마리), 조기(6980원/마리),식용유(5200원/1.5L), 고추장(5930원/500g), 화장지(2만600원/24롤), 샴푸(1만700원/780ml)를 담으니 총 금액은 9만3280원이었다.
 
정부가 'MB물가'를 언급한 2008년 3월 5일 가격 기준으로 똑같은 품목 13개를 다시 장바구니에 담아 봤다.  삼겹살(7900원), 닭고기(4500원/1kg), 시금치(1280원), 마늘(8500원), 무(1380원), 배추(1780원), 파(2680원), 배(2000원), 고등어(3500원), 조기(3500원), 식용유(3850원), 고추장(3950원), 화장지(12800원), 샴푸(8500원)등을 합치니 6만6120원이었다. 
 
3년 사이 14개 품목의 가격차이는 2만7160원으로, 정부가 중점관리하겠다고 장담한 품목만 계산해도 물가가 약 41%가량 오른 셈이다.
 
<뉴스토마토>가 20일 한국물가협회 가격기준으로 계산해 본 결과, 2008년 3월5일부터 2년 10개월여 지난 2011년 1월12일 까지 주요 생필품과 신선식품 등 생활물가는 거의 모든 품목에서 큰 폭으로 올랐다. (표 참조)
 
육란류 가운데 달걀(10개)은 1980원에서 2480원으로 25.3%, 돼지고기 삽겹살(500g)은 7900원에서 10400원으로 31.6%, 닭고기(1kg)sms 4500원에서 5980원으로 32.9% 올랐다.
 
과일·채소·수산물류는 배추(1개)에 1780원에서 2880원으로 61.8%, 콩나물(400g)은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배(1개)는 2000원에서 2480원으로 24%, 조기(1마리)는 3500원에서 6980원으로 99.4% 올랐다. 
 
가공식품류도 고추장(500g)이 3950원에서 5930원으로 50%, 설탕(1kg)은 1100원에서 1630원으로 48%, 식용류(1.5L)는 3850원에서 5200원으로 35.1% 올랐다.
 
일용품 가운데 샴푸(780ml)는 8500원에서 10700원으로 26%, 화장지(24롤)는 12800원에서 20600원으로 61% 올랐다. 휘발유값(1L)에 1708원에서 1850원으로 8.3%, 도시가스(m3)는 626원에서 748원으로 20%나 올랐다.
 
◇ 생활물가 상승, 최근 더 가파르다
 
이같은 물가상승률은 최근들어 더욱 가팔라졌다. 이상한파와 구제역 등 가축질병이 겹치며 농수산물과 축산물을 중심으로 물가가 치솟았다.
 
지난 18일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 따르면 같은날 가락시장에서 거래된 배추 10kg 상품은 1만3397원으로 전달보다 무려 49.2% 상승했다. 대파 1kg 상품은 2800원으로 한 달만에 38.7% 올랐다.
 
구제역으로 돼지고기 값도 하루가 다르게 상승하고 있다. 19일 축산물등급판정소에 따르면 전국 평균 돼지고기(1+등급) 도매가격은 1kg당 6830원으로 1월 평균가격 4431원에 비해 54.1% 상승했다.
 
소매가격도 올라 18일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돼지고기 목살은 100g당 1860원으로 지난해 1660원보다 12% 올랐다.
 
휘발유값은 최근 다시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2008년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전국 주유소 기름값 공개 사이트인 '오피넷'에 따르면 20일 기준 주유소에서 파는 보통휘발유 값은 평균 리터당  1827.42원이었다.  서울 시내에는 이미 리터당 2000원을 넘는 곳도 여러 곳이다.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섰던 2008년 3월 1700원대보다 오히려 더 높다. 경유 역시 평균 1623.22원으로 1500원대를 훌쩍 넘었다.
 
◇ 물가지표 상으로도 '빨간불'
 
'물가이상'은 체감지수 뿐 아니라 최근들어 거시지표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12월 말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5%였다.
 
지난해 2%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3.6%로 급등하더니 10월 4.1%로 껑충 뛰었다. 11월은 3.3%, 12월 3.5%로 4개월 연속 3%대를 기록하며 심상치 않은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물가지표 가운데서도 특히 신선식품 지수가 크게 올라 서민생활 안정을 강조하며 'MB물가'를 내세웠던 정부의 호언이 무색할 정도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식품물가상승률은 11.2%로 OECD 32개국 가운데 터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한파와 구제역 등 자연재해가 닥쳤다고는 하지만 OECD 회원국 평균 식품물가상승률 1.7%와 비교할 때 우리 정부의 물가관리 능력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성적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9일 금융연구원 초청 강연회를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굉장히 크다"며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물가 상승은 지난 달보다 이번 달이, 작년보다 올해가 더 심해질 전망이다.
 
한은이 지난달 발표한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상반기 평균 3.7%였다.
 
그러나 한은 안팎에서는 국제 유가 상승과 한파, 폭설, 구제역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 사실상 물가 상승률이 4%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김 총재도 같은 날 "(한은은) 물가 3%를 중심축으로 해 4%이내로 물가를 관리하는 책임을 수행하고 있으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혀 물가가 4%대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염두해 둔 것으로 시사됐다.
 
민간연구소도 상반기 물가상승 압력에 대해 우려 섞인 분석을 내놨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은 16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원자재 가격이 빠르게 낮아지기 어렵다"며 "지난해 자연재해와 기상이변 등이 농산물과 원자재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중후반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7%정도로 예상하고 있다"며 "2분기는 3.6%, 하반기는 3,5%가량으로 점차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뉴스토마토 이자영 기자 leejayo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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