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핵심간부가 어찌 이렇게…"수뢰 의혹·행태 충격적"
국감서 최 위원장 책임론 불거질 가능성도
2011-09-26 18:07:28 2011-09-26 18:08:36
[뉴스토마토 이호석기자] IT컨설팅 업자로부터 대가성 있는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으로 대기발령 조치된 황철증 전 방송통신위원회 통신정책국장은 지난 2009년부터 자녀학비 등의 명목으로 돈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제기된 의혹이 사실이라면, 금품을 주고받는 행태 자체가 충격적이다.
 
황 전 국장은 2009년 초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IT컨설팅 사업자 윤모씨에게 '자녀 학비가 필요하다'며 돈을 요구했고 윤씨는 황 전 국장의 자택 부근에서 부인을 통해 현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황 전 국장은 신용카드, 직불카드 등을 받아 모두 3000여만원을 사용했으며 또 자녀교육비로 500만~600만원, 많게는 4500만원을 방통위 근처나 통장 계좌입금으로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황 전 국장은 특히 방통위 화장실에서 윤씨의 지갑을 빼앗아 지갑에 들어있는 현금을 가져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씨의 주장에 따르면 황 전 국장이 받아간 돈은 1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황 전 국장은 또 윤씨에게 수차례 룸살롱 접대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윤씨는 또 황 전 국장의 자녀들을 특허 발명자로 등록하기도 했다.
 
윤씨는 지난 5월 '홍채중심 검출법'이라는 특허를 출원했는데 여기엔 미국에서 유학중이던 황 전 국장의 두 자녀가 발명자로 되어 있다.
 
윤씨는 "자녀가 특허 관련 기록이 있으면 학교를 옮길때 도움이 된다"는 황 전 국장의 요청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돈을 받은 댓가로 황 전 국장은 윤씨의 사업상 편의를 여러차례 봐준 것으로 보인다.
 
황 전 국장은 지난해 12월 지마켓 옥션의 고위 임원을 윤씨에게 소개해줬고 이 도움으로 윤씨는 지마켓 옥션과 관련이 있는 회사로부터 1억원 규모의 용역을 수주했다.
 
이밖에도 유력 이동통신사와 포털업체 임직원을 윤씨에게 소개해 주는 등 적극적으로 윤씨의 사업을 도왔다.
 
황 전 국장, 윤씨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진 한 이통사 임원은 "황 전 국장의 소개로 윤씨를 만나 컨설팅 발주와 보안솔루션 구입 제의를 받았지만 회사와 관련이 없는 분야인데다 실적도 없는 곳이라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지난 주말 황 전 국장과 윤씨를 직접 접촉해 혐의 내용을 조사하고 자술서를 받았다.
 
방통위 감사담당관실 관계자는 "황 전 국장과 윤씨 모두 전반적으로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으며 명확한 조사를 위해 검찰 수사를 의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위가 받은 황 전 국장의 자술서에는 사실무근 주장과 함께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명되면 응분의 책임을 지겠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방통위는 "검찰 수사와 별개로 감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으로 금품 제공 정황이나 윤씨의 개별적인 주장을 검토해 구체적인 조사항목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다만 황 전 국장을 제외한 사건 관계자들은 대부분 민간인 신분으로 조사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황 전 국장의 대기발령 조치나 검찰수사 의뢰 등 방통위의 발빠른 대응으로 미뤄볼때 방통위도 어느정도 황 전 국장의 혐의를 사실로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 전 국장은 특히 최시중 위원장의 오랜 신임을 얻고 있는 핵심부서장이었기 때문에 최 위원장의 책임론이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국회가 국정감사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이어서 황 전 국장 금품 수수 의혹은 정치권에서도 문제삼을 여지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놀라운 일"이라며 "일반직 고위공무원이 마치 브로커와 같은 행태를 일삼았다는 점에서 근래 보기 드문 충격적인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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