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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을 차지하라"..朴·文·安, 중원 혈투 본격화
朴·文, '통합과 화해' 싸움 전개.. 安 기반 잠식여부 관심
2012-09-26 17:24:20 2012-09-26 17:35:54
[뉴스토마토 권순욱기자] 그야말로 치열한 중원전투가 본격화된 양상이다. 삼국지에서 조조와 유비, 손권이 형주를 놓고 적벽대전을 비롯한 치열한 전투를 치르던 형국과 비슷하다.
 
26일 대표적인 보수주의 책사인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 캠프에 전격적으로 합류하면서 이른바 중도층을 차지하기 위한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간의 경쟁이 본격적으로 막이 올랐다.
 
이와 함께 기존의 '진보와 보수', '좌파와 우파'라는 이념적 전선 대신에 '통합과 화해'가 이번 대선의 주요 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념과 진영을 넘은 노병들의 귀환
 
문 후보 캠프에 윤 전 장관이 전격적으로 합류하면서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안철수 캠프의 이헌재 전 부총리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노병(老兵)들이 역사의 한 가운데로 다시 돌아왔다.
 
공통점은 자신이 예전에 몸담았던 진영을 넘어섰다는 점이다.
 
김 위원장은 80년대에 민정당의 전국구 의원으로 정계에 몸담은 이후 노태우 정권 당시 재벌개혁을 진두지휘했다. 이어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열린우리당이 창당되면서 남아 있던 민주당에 합류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으로 재입성했다.
 
이후 현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서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후보와 손을 잡고 경제민주화 등 보수적 색채의 새누리당 정책을 탈바꿈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안철수 캠프의 이헌재 전 부총리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쳐 경제수장 역할을 했다. IMF 금융위기 이후 대기업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고, 참여정부의 경제정책을 이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문재인 캠프가 아닌 안철수캠프와 인연을 맺고 있다.
 
이번에 문재인캠프에 합류한 윤여준 전 장관은 정치인생을 줄곧 보수정당에서 해왔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이 집권하는 동안 "권력을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해왔고, 박 후보 캠프와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한 때 안 후보와 함께 '청춘콘서트'를 함께 하면서 진보와 보수로 적대적으로 나누어진 한국 사회에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지론을 펼쳐왔다. 그리고 대선을 앞두고 적진에 합류했다. 문 후보 입장에서도 적진의 책사를 영입한 셈이다.
 
그야말로 진영의 구분을 파괴한 노병들의 귀환인 셈이다.
 
◇치열해지는 중원혈투, 통합과 화해가 시대정신 되나?
 
이날 윤 전 장관의 영입을 발표한 박영선 의원은 "윤 전 장관의 합류는 계층적으로 합리적 보수까지 껴안아서 국민적 통합을 이루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지역주의와 지역구도에 입각한 분열의 정치를 통합의 정치로 만들어 나가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문재인 후보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리적 보수까지 껴안아 통합의 정치를 펼쳐나가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윤 전 장관 영입으로 표현한 셈이다.
 
문 후보의 평생 동지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영호남으로 갈린 지역주의 타파, 진보와 보수로 분열된 정치 혁파를 외치며 한나라당에 대연정을 제안했던 상황과 일부 오버랩되기도 한다.
 
이같은 통합과 화합을 내건 행보는 결과적으로 박 후보가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보여주었던 통합 행보에 맞불을 놓은 셈이다.
 
박 후보는 이른바 '광폭행보'를 통해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참배, 전태일기념관 방문, 이어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한 인혁당 피해자에 대한 사과 등으로 통합과 화해를 기치로 내건 바 있다.
 
다만 박 후보는 "인혁당 판결이 2개 있다"는 발언 이후 그 진정성이 다소 의심받으면서 줄곧 지지율이 하락하며 중도층이 등을 돌리고 있는 양상에 있다.
 
안철수 후보의 경우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적대적인 분열정치에 대한 국민의 염증으로 인해 유력 후보로 떠올랐다는 점에서 '수성(守城)'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모두에 반대하는 중도층과 무당파의 지지로 대선 후보로 떠오른 만큼 안 후보의 원래 위치가 중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후보와 문 후보가 통합과 화해를 기치로 분열적 대립구도를 깨겠다며 중원으로 밀고 들어오는 형국이어서 안 후보가 어떻게 지켜낼지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
 
다만 세대별로 보면 안 후보가 20~30대의 강력한 지지를 얻고 있지만, 박 후보와 문 후보가 벌이는 '통합 전쟁'으로 전선이 고착화될 경우 지지기반이 상당히 허물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문재인캠프의 윤여준 전 장관의 영입은 강력한 대통령 후보인 박근혜-문재인-안철수 후보 간의 치열한 중원전투를 촉발했다는 점에서 향후 누구도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때 안 후보와 가까웠던 윤 전 장관이 문 후보 캠프에 몸담게 되면서 향후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에도 큰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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