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단계 진화 '삼성전자', 43년의 질주!
흑백TV에서 무모한 반도체 도전, 그리고 스마트폰 신화까지
2012-11-01 16:02:37 2012-11-01 18:03:10
[뉴스토마토 황민규기자] 연간 매출 200조원, 분기 영업이익 8조원을 넘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005930)가 창립 43주년을 맞았다.
 
지난 1969년 '삼성전자공업주식회사'라는 이름으로 태어난 삼성전자는 총 직원수가 20여명에 불과한 중소기업 수준의 규모였다. 삼성전자는 창립 첫해 매출액 3700만원, 영업손실 700만원의 '초라한'(?) 실적을 기록했다.
 
창립 이듬해인 1970년부터 백색가전 및 AV 기기를 생산하기 시작한 삼성전자는 1974년에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그로부터 9년 뒤인 1983년 2월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DRAM 사업 진출을 선포하는 이른바 '동경 선언'을 발표했다.
 
2000년대 들어 삼성은 휴대폰을 들고 전 세계로 향했다. 2007년에 휴대폰 부문에서 모토로라를 누르고 세계 2위의 제조업체에 등극한 데 이어 2009년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들어 갤럭시 시리즈를 내놓았다. 이후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지 불과  2년 만인 2011년 3분기 스마트폰 부문 세계 1위를 차지한다.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으로 재편된 2012년 현재 삼성전자는 애플, 노키아 등 한때 넘볼 수 없던 최강자들을 물리치고 세계 휴대폰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막강한 제조력과 추격자(일각에선 모방자) 전략 덕택이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삼성전자 서초사옥
 
◇‘반세기 뒤쳐진 후발주자’에서 ‘시장주도자’로
 
삼성전자가 처음 백색가전 사업을 시작한 1970년, 대한민국은 전쟁 폐허나 다름 없었다. 일부 지역은 전기조차 제대로 들어오지 않던 시절, TV 등의 가전제품은 필수품이라기보다는 사치에 가까웠다.
 
삼성전자는 세계 유수의 가전업체들보다 출발도 반세기 이상 늦었다. 흑백 TV는 60여년, 컬러 TV는 30여년이 선진업체보다 뒤쳐져 있었다.
 
그러던 삼성전자는 지속적인 투자 끝에 첫 흑백TV를 출시한 지 30년여만인 2000년대 들어 디지털TV 분야에서 해외 경쟁업체를 따돌리면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2006년부터 6년 연속 디지털 TV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지금도 전 세계 TV 시장에서 맹주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해외 경쟁사가 TV사업을 사양사업으로 인식하고 소극적 행보를 보일 때, 되레 역발상 투자로 시장을 선도하면서 디자인 혁신과 원가절감에 몰두했다.
 
현재 삼성전자는 TV 외에도 냉장고, 세탁기, 카메라 등에서 세계시장 점유율을 점점 높여나가며 '한국 가전'의 지위를 대표하는 위치로 도약했다.
 
◇‘무모한 반도체 도전’..신화의 길을 닦다
 
특히 반도체 사업은 삼성전자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삼성전자의 일대 도약을 이끈 결정적인 원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면서 반도체 사업에 의욕적으로 진출했다. 하지만 당시 국내외에선 삼성전자의 반도체사업 진출에 대해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기흥공장 착공에 나선 지 불과 6개월 만에 반도체 공장 건설에 성공했다. 1987년 이병철 전 회장으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이건희 회장은 '제2의 창업'을 외치며 파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갔다.
 
이 회장은 먼저 삼성반도체통신과 삼성전자를 합병했다. 이어 D램 반도체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 1992년에는 D램 시장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고, 이어 64MD램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에도 삼성전자는 혁신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은 1993년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경영진을 소집한 뒤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며 호황국면에서도 신경영을 주도했다.
 
그 결과 1990년대 중반까지 반도체 부문에서 세계 1위 제품이 단 하나도 없던 삼성은 1990년 말 D램 반도체, 낸드플래시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휴대폰 등 세계시장 점유율 1위 제품을 무려 19개로 늘려나갔다.
 
반도체 사업에서 혁신과 투자를 반복해온 삼성전자는 지난 1993년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줄곧 1위를 수성하고 있다. 실제 이번 3분기에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주요 업체들이 업황 악화로 인해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만이 유일하게 1조15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다.
 
◇‘카폰’에서 갤럭시노트2까지..'휴대폰 사업의 성공 신화'
 
삼성전자는 휴대폰 사업에서도 과감한 도전을 통해 성공을 일궈냈다. '카폰' 수준에 머물던 삼성전자는 1993년 처음으로 '애니콜'이란 브랜드를 통해 아날로그 휴대폰을 시판하며 과감한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노키아, 모토로라 등 해외 기업들이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휴대폰 시장 진출은 사실상 무모한 도전으로 여겨졌다.
 
90년대까지 중저가 제품 위주의 전략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가던 삼성전자는 2000년대 들어 고가 위주의 프리미엄 전략으로 선회했고, 2007년엔 따라 붙을 수 없던 모토로라를 꺾고 세계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한다.
 
하지만 2009년 아이폰을 출시하며 스마트폰 시장을 휩쓴 애플의 위력은 삼성전자를 또 한 번 좌절케 했다. 막강한 앱스토어를 기반으로 한 감각적 디자인의 아이폰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모바일 운영체제를 채택한 삼성 스마트폰 '옴니아'에 참패를 선사했다.
 
2010년 6월 회사의 ‘명운’을 짊어지고 등장한 '갤럭시S'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아이폰4와의 경쟁을 겨냥한 고성능 하드웨어와 지속적인 소프트웨어 개선 노력은 전 세계 이용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이후 삼성전자는 전 세계적으로 20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린 갤럭시S3와 아이폰5의 대항마인 갤럭시노트2 등으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삼성의 과제? "추격자 전략 넘어 시장 창조자로"
 
현재 삼성전자는 세계 1위 IT기업을 넘어 경쟁사들이 따라잡을 수 없는 초일류 기업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초격차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또 지속 가능한 100년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열의를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강력한 하드웨어 제조 경쟁력과 마케팅 역량을 바탕으로 TV, 스마트폰, 반도체, 생활가전 등 각 사업부문에서 세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카메라, PC, 프린터 등 일부 품목은 여전히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뒤쳐져 있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과제는 기존 시장 카테고리에서 경쟁사를 빠르게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워`가 아닌 시장을 창조해 선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는 것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1일 창립 43주년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서 "시장을 스스로 창조하는 `마켓 크리에이터`를 지향한다"고 강조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각계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더 큰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제품 그 자체보다는 가치를, 시장보다는 세상을 주도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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