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스토리)세금 때문에 조국을 버리는 사람들
2013-03-18 16:27:16 2013-03-18 16:29:53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세금'이란 두 손을 들고 환영하기 보다는 두 손을 휘저으며 피하고 싶은 것 중 하나로 꼽힙니다.
 
세금을 내고 싶은 사람이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나라살림의 근간인 세금을 마지 못해 걷어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큰 것이 사실입니다.
 
오죽하면 기부금에 세금을 매긴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겠습니다.
 
나라에 세금을 내는 것도 어찌보면 기부만큼이나 의미있는 일이지만, 기부를 했으면 했지 세금을 내기는 싫다는 것이죠.
 
심지어 세금이 싫어 조국을 버리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나라별로 같은 소득에 대해 부과하는 세율이 다르기 때문인데요. 세율이 낮은 국가로 국적을 바꾼 사람들이 세계적으로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른바 '세금 망명'입니다.
 
프랑스의 높은 세금을 피해 벨기에로 이주한 명품업체 루이뷔통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이야기는 유명하죠.
 
여기에 최근 고급 코냑과 샴페인 취급업체인 모에헤네시의 임원 두명도 프랑스 파리를 떠나 영국 런던으로 '세금망명'을 떠난다고 합니다.
 
프랑스는 재정난을 타개하기 위해 고소득자에 대해 최고 75%의 고세율을 부과하는 증세를 추진중인데요. 우리나라의 소득세 최고세율 38%, 미국 35%, 일본의 40% 보다도 훨씬 높은 세율이죠.
 
이 때문에 이른바 있는 사람들이 하나둘 보따리를 싸서 외국으로 '세금 망명'을 떠나고 있다는 겁니다.
 
프랑스뿐만이 아닙니다.
 
미국에서는 지난 2011년 한 해 동안 1700명의 '거부'들이 조국을 등졌고 벼락부자가 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 창업자 중 한명인 에두아르도 새버린도 지난해 9월 미국 국적을 버리고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했습니다. 싱가포르의 소득세율은 20%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미국의 경우 재정절벽 논란과 함께 이른바 '버핏세'라는 고소득자 증세가 '세금 망명'을 부추겼습니다.
 
'세금 망명'을 개인들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업들도 세금이 싼 곳으로 이주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룩셈부르크의 경우 프랑스(33.3%), 독일(29.8%) 등 주변국보다 낮은 28.8%의 법인세율 덕분에 이베이, 스카이프, 아마존, 아이튠스 등 유명 정보기술(IT) 업체의 유럽본부가 몰려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태평양의 인적드문 섬나라에 수천개의 '페이퍼컴퍼니'라고 하는 유령회사들이 존재하는 이유도 모두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서이지요.
 
'세금 망명'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소 엇갈립니다.
 
과도한 세금이 문제라는 시각과 돈은 조국에서 벌고 세금은 내기 싫어하는 부자들이 문제라는 시각이 교차하는 것이죠.
 
전자는 과도한 세금으로 부자들과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고, 결국 국부가 유출돼 나라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으로 귀결됩니다. 때문에 세금을 올리기보다는 세금을 인하해서 경쟁국들과 경쟁해야 한다는 논리도 나오죠.
 
이명박 정부에서 대규모 감세정책을 시행한 것도 같은 논리가 반영됐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세금 때문에 조국을 버리는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강합니다. 돈은 조국에서 벌어 놓고 세금은 내기 싫다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죠.
 
세금이 싼 환경에서 돈을 벌었다면 복지 등 재정지출이 확대되는 현재의 시점에서는 그나마 여력이 있는 부자와 기업들이 다시 사회를 위해 환원해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후자의 비판 근거 입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세금 망명'에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복지지출은 늘어날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증세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실제로 통계청에 따르면 외국국적을 취득한 체류 한국인이 최근 크게 늘고 있습니다. 국내에 살고는 있지만, 미국 등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재외동포 자격으로 체류중인 사람들입니다.
 
이들 '검은머리 외국인'은 2002년 1만9000명에서 2011년 13만5000명으로 6배나 급증했습니다.
 
이들 모두가 세금 때문에 외국국적은 얻은 것은 아니겠죠. 병역을 회피하기 위해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도 있을 겁니다.
 
어떤 경우든 국민의 의무를 버리고, 국민의 권리만 챙기려는 사람이 늘어날 수록 남아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더욱 허탈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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