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동부 농업계열사와 농민, 정부 정책미비로 얻은 상처
2013-03-31 11:32:25 2013-03-31 11:34:33
[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용기내 손을 내밀었다. 비판의 손가락질을 하던 사람들에게 화해와 상생의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 손길은 단칼에 거절당했다."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였다. 대기업이 골목상권을 침해한다고 난리가 난 마당에 농부들이 하던 일까지 하겠다고 나선 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겠나.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방법뿐이었다."
 
동부의 농업계열사인 동부팜한농과 동부팜화옹의 얘기다. 동부 농업계열사들은 당초 정부의 농식품수출전문단지 조성사업에 참여해 과학기술영농과 수출농업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로 영농사업을 시작했다.
 
동부팜화옹은 농림수산식품부와 한국농어촌공사, 화성시와 협약을 체결하고 경기도 화성에 농식품수출전문단지를 조성했다. 토마토를 재배하는 첨단유리온실과 농산물산지유통센터, 육모장 등 단지는 무려 15헥타르에 이르는 규모로 만들어졌다.
 
첨단유리온실에서 줄줄이 맺힌 토마토가 초록에서 붉음으로 물들어갈 즈음, 농민단체와 농협 등이 동부제품 불매운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생존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항의의 뜻이었다.
 
동부는 한발 물러서서 농가와 상생하는 '기업농 모델'을 제시했다. 함께 첨단유리온실을 가꾸며 토마토를 수출하자는 것이었다. 생산하는 토마토의 70%는 수출할 것이니 함께 한국을 토마토 수출국으로 키우자는 포부가 담겨있었다. 내수용 토마토는 농가에 전적으로 맡기겠다는 입장도 재차 전달했다.
 
하지만 이 마저 농가에게 거부당하면서 동부는 유리온실을 완공한지 석달여만에 토마토 영농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동부와 농민들에게 모두 상처만 남긴 사건이다. 정작 동부의 영농사업을 장려하고 지원해준 정부는 말이 없다.
 
농식품부는 동부와 농가를 달래고 중재할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던 모양이다. 동부가 운영하던 유리온실의 새 사업자 선정방안을 논하느라 정신이 없다. 가급적 이른 시일안에 재공모를 실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와 한-EU FTA 등으로 해외 농산물이 물밀듯 들어오는 상황에서 한국의 농업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본의 손을 빌리겠다는 정부의 뜻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농가의 입장에서 한번 더 생각해봤다면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
 
정부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농가를 충분히 설득시키는 것이다. 새로운 사업자를 공모하는 것은 그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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