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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샴쌍둥이 국정원-주사파, 목숨걸고 싸우기를
2013-08-29 14:54:56 2013-08-29 14:58:10
어마어마한 범죄혐의다. 무려 내란예비음모죄다.
 
이 죄는 형법 각칙에서 가장 먼저 등장하는 범죄다. 그만큼 엄중한 범죄라는 의미다. 그런 일이 2013년 대한민국에서 일어났다고 한다. 국정원 주장만 놓고 보면 그렇다.
 
교통이나 통신이 발달하지 않아서 무장봉기가 수월했던 옛날 옛적도 아니고, 무려 2013년 대한민국에서 그런 모의를 했다는 게 국정원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안을 보니 군인들이 감히 주권을 찬탈했던 박정희의 5.16쿠데타나 전두환의 12.12쿠데타 같은 상황은 분명히 아니다. 고작 100여명 갖고 주권 찬탈을 획책했다면 그건 감옥이 아니라 정신병원에 가야 할 사안이다. 정신병자들 수준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역사상 총칼을 앞세운 박정희와 전두환의 주권찬탈행위를 제외하고 내란죄가 적용된 건 대부분 조작된 사건이었다. 
 
고인이 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주권을 찬탈한 전두환에 의해 내란죄로 목숨을 잃을 뻔 했다.
 
국회의원을 배출한 정당을 향해 내란죄를 적용한 사례는 이승만 대통령 집권 당시 진보당 조봉암에게 적용한게 유일하다. 조봉암은 합법이라는 미명하에 사형에 처해졌다가 52년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런데 기술혁신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2013년 대한민국에 국정원이 존재감을 증명하겠다는 듯이 무시무시한 내란죄를 꺼내들고 등장했다. 그 국정원은 지난 18대 대선 당시 조직적으로 '쓰레기 댓글'을 달면서 '홍어X', '절라디언'과 같은 지역차별을 공공연히 조장하며 국론을 분열시키는 반헌법적인 작태를 저질렀던 장본인이다. 역사상 이 정도로 국민통합을 저해한 범죄행위는 없었다.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원세훈씨는 지금 그 일로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 못지 않게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는 검찰조차도 "원 전 원장은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개인과 단체들에 무차별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이는 등 신종 매카시즘의 행태를 보였다", "원 전 원장은 재임기간 4년동안 지속적으로 정치관여를 지시했으며 드러난 정황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법정에서 말 할 정도다.
 
여기에다가 장기간 비밀기록으로 남겨둬야 할 '남북정상회담록'을 공개하는 반헌법적 행위를 저질렀을 뿐 아니라, 그 공개한 대화록조차도 짜깁기 조작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런 국정원이 마치 대한민국을 지키겠다는 듯이 등장한 것이다.
 
일단 사실관계의 전말이 드러나야 진실을 알겠지만, 스스로 국론 분열을 조장하고, 국내 정치에 개입하고, 특정 지역을 비하하는 반헌법적 작태를 서슴치 않았던 국정원이 내란죄 운운하니 도대체 믿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얼마전까지 국정조사를 받았던 대상이다. 아직 의혹은 완전히 풀리지도 않았다.
 
더 나아가 국정원 주장대로 이석기 의원이 내란을 획책한 엄청난 범죄자라면, 국정원은 이런 반국가적인 자가 국회의원이 되는걸 가만히 지켜봤다는 이야기다. 이 지점에서는 국정원을 직무유기죄로 처단해야 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어쨌든 사건을 있는 그대로 밝히기만을 바랄 뿐이다. 옛날처럼 함부로 사건을 조작했다가는 그야말로 국정원은 해체되어야 하는 운명에 처할 것이다.
 
필자가 이번 사건에서 주목하는 지점은 따로 있다.
 
국정원과 주사파의 적대적 공생관계다. 둘의 공통점은 북한을 매개로 하는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지극히 극우적인 시각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을 북한 동조세력으로 의심하고 있는 정신병적 증세를 갖고 있고, 주사파는 지극히 편향된 시각으로 독재자 김일성 일가를 추앙하거나 흠모하는 정신병 증세를 갖고 있다. 
 
둘 모두 낡아도 너무 낡았다. 90년대에 폐기했어야 할 인식체계를 2013년 오늘날까지 유지하고 있는 그 완고함에 질리고, 폐쇄적 사고체계에 질린다.
 
둘 모두 북한이라는 존재를 숙주로 삼고 있다. 북한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는 사고체계를 갖고 있다. 남북분단이 잉태한 샴쌍둥이라고 할 수 있다. 국정원은 주사파 덕분에 존재감을 갖고, 주사파는 국정원 덕분에 대단한 집단인냥 존재감을 갖게 된다.(요즘 주사파가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어떻든 그 샴쌍둥이는 지금 누구 하나는 죽어야 하는 싸움을 시작했다. 국정원이 죽든, 주사파가 죽든 하나는 죽어야 한다. 
 
국정원이 던진 카드가 너무 어마어마한 죄목이라서 그렇다. 그냥 국가보안법 위반도 아니고, 무려 내란죄를 획책했다는 사안은 대충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국정원이 뻥을 쳤다면 자신들을 향한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국가를 혼란스럽게 만든 중죄를 물어야 할 것이고, 이석기 의원을 비롯한 주사파가 실제로 내란죄를 획책했다면 이번 기회에 아주 씨를 말려버릴 기세로 일망타진해라.
 
물러서지 말고 싸워라. 둘 모두 죽든, 누구 하나 죽든 끝까지 목숨걸고 싸우기 바란다. 대충 뭉개기 없기다. 건투를 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게 있다. 이번 사건을 빌미로 국정원 개혁을 대충 뭉개고 가서는 곤란하다. 또한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은 앞으로도 계속 진실을 밝혀야 한다. 더불어 그 연루자들도 반드시 처벌해야 한다.
 
권순욱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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