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내 '주력' 검사들 '황교안·정치세력' 잇단 비판..파장 커질듯
사법연수원 24기 김윤상·박은재 부장검사 '송곳' 비판
평검사들 집단 성명 이어 주력 검사들 연쇄 반발 예상
2013-09-15 01:12:53 2013-09-15 10:30:51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진상규명조사'를 위한 감찰지시 이후 이어진 채동욱 검찰총장 사의 사태와 관련해 현직 검사들이 황 장관의 조치를 공개 비판하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이들은 사법연수원 24기로, 검찰의 주력을 맡고 있는 과장급 검사들로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향후 검찰 내 반발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첫 테이프를 끊은 검사는 김윤상 대검찰청 감찰1과장(44)이다.
 
김 과장은 14일 오전 검찰 내부통신망인 e프로스에 '내가 사직하려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사의 표명과 함께 이번 사태를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는 "나는 검찰의 총수에 대한 감찰착수사실을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며 "이는 함량미달인 내가 감찰1과장을 맡다보니 법무부에서 이렇게 중차대한 사안을 협의할 파트너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이어 "고의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내 본연의 고유업무에 관하여 총장을 전혀 보필하지 못했다"며 "그렇다면 책임을 지는게 맞다"고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과장은 또 채 총장에 대한 감찰지시를 내린 황 장관에 대해 연민을 보내면서도 주위의 정치적 세력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황 장관에 대해 "소신을 관철하기 위해 직을 걸어놓고서 정작 후배의 소신을 지켜주기 위해 직을 걸 용기는 없었던 못난 장관"이라면서 "그나마 마음은 착했던 그를 악마의 길로 유인한 모사꾼들에게, 총장의 엄호하에 내부의 적을 단호히 척결해 온 선혈낭자한 내 행적노트를 넘겨주고 자리를 애원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과장은 이어 "학도병의 선혈과 민주시민의 희생으로 지켜 온 자랑스런 나의 조국 대한민국이 권력의 음산한 공포속에 짓눌려서는 안된다"며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내 아들딸이 'Enemy of State'의 윌 스미스처럼 살게 내버려 두어서는 안된다"고 분개했다.
 
또 "모든 것은 분명해졌다"며 "'하늘은 무너져도 정의를 세워라'는 경구를 캠퍼스에서 보고 다녔다면 자유와 인권, 그리고 정의를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쳐야 한다. 어떠한 시련과 고통이 오더라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위한 절대가치는 한치도 양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같은 날 e프로스에 글을 올린 박은재 대검 국제·미래기획단장(46)은 황 장관과 김주현 검찰국장을 정면으로 겨냥해 예리한 비판을 쏟아냈다.
 
박 단장은 '대검 간부가 법무부 장관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제목의 글에서 황 장관에게 "검찰총장의 언론보도정정청구로 진정국면에 접어든 검찰이 오히려 장관님의 결정으로 동요하고 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한 가지 딱 한 가지만 설명해 주십시오. 도대체 어떠한 방식의 감찰로 실체를 규명하려고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다.
 
그는 "우리나라 수사를 총 책임지고 있는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이니까 사전에 충실한 감찰계획이 서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검찰총장을 상대로 아니면 말기 식 감찰을 지시하였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라면서 "객관적 자료 발견을 위한 감찰 방법을 검사들, 넓게는 국민들에게 공개해 주십시오. 동요하는 검사를 진정시킬 유일한 길이라고 확신합니다"라고 재차 답변을 요구했다.
 
박 단장은 "지금 상황은 대다수의 국민이 특정 세력이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정권에 밉보인 총장의 사생활을 들추어 총장을 흔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검찰의 직무상 독립성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라면서 "이런 상황에서 느닷없이 검찰총장 감찰이라니요? 오비이락이라고 이런 상황이면 오히려 감찰의 근거와 방법이 확실해도 신중에 신중을 기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특정 정치세력의 마음에 들건 안 들건 국정원 댓글 사건은 직무상 독립성이 보장된 검찰의 결정"이라고 강조한 뒤 "만약 국정원 댓글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다면 총장이 책임졌을 것"이라며 "이건 검찰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상황이 이렇다면 법원의 소신있는 결정을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검찰총장을 헌신짝처럼 날려보내는 상황인데요"라고 개탄했다.
 
박 단장은 김 국장에 대해서도 "참모는 윗분의 뜻을 잘 받들어야 하지만 윗분의 결정이 잘못되었을 때는 직을 걸고라도 막아야 하는 것이 참모의 임무라고 배웠다"면서 참모로서 황 장관의 감찰지시를 막지 못한 것에 대해 비판했다.
 
박 단장은 이어 "지금 검사들의 동요를 막을 방법은 객관적 자료를 확보할 감찰방법 공개밖에 없다"며 "제발 장관님을 잘 설득하셔서 그 방법을 공개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검찰엔 미래가 없습니다"고 호소했다.
 
김 과장은 서울대 출신으로 수원지검 검사로 검찰에 입문했다. 2003년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시절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사와의 대화'에서 평검사 대표로 참석해 검찰 인사제도를 노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비판해 화제를 모았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4월에는 억대 사기 혐의로 박용오 전 두산그룹 회장의 차남 박중원(45) 씨를 구속기소해 눈길을 끌었다.
 
법무부 검찰국 검사,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검사, 법무부 상사법무과장 등 법무부에서 근무한 경험이 많다.
 
박 단장은 서울대 출신으로 서울지검 서부지청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Visiting Scholar과정을 마친 국제통이다.
 
2006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서 근무할 때 '서래마을 영아유기사건'을 지휘한 일화가 유명하다.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을 거쳐 지난 4월부터 국제·미래기획단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수사당국과 공조해 최초 근대화폐 '호조태환권' 원판을 환수했다.
 
◇박은재 대검찰청 국제·미래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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