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사기대출사건)담보 의존도 높은 여신관행 고쳐야
금융당국, 모든 금융사 매출채권 담보대출 실태조사
2014-02-07 17:03:54 2014-02-07 17:07:42
[뉴스토마토 이종용·김민성기자] 금융사의 대출 취급 시 매출채권 등 담보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이번 초대형 대출사기 사건의 피해를 키웠다는 의견도 나온다. 은행 등 금융사가 담보대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대출심사를 소홀히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인 것.
 
◇지나친 담보대출관행 사기대출피해 키워
 
KT 자회사 직원과 협력업체의 3000억원 대출사기에 유용된 수단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외담대)다. 외담대는 지난 2001년 한국은행이 도입한 어음대체 결제 제도다.
 
외담대는 물품을 구매한 기업이 판매기업에 어음 대신 매출채권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판매기업은 이 채권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다. 나중에 물품을 구매한 기업이 대출금을 은행에 대신 상환하는 방식이다.
 
KT ENS의 김 모 부장 등도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을 때 KT ENS의 매출채권이 있으면 이를 담보로 대출을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범행을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회사 직원과 협력업체가 공모해 매출채권 서류를 '완벽하게' 구비했기 때문에 은행으로서는 속수무책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나름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하지만 금융사들도 대출과정에서 금융사의 대출심사 과정이 지나치게 서류 의존적인 점이 대출사기의 피해를 키웠다는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대출사기가 외상매출채권대출 약정에 의해 이뤄졌는데, 약정 대출의 경우 약정서 상에 명시된 구비서류와 인감만 갖추면 대출이 쉽다는 허점이 드러났다.
 
A은행 관계자는 "외상매출채권담보 대출은 실제로 매출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는 절차가 서류 의존적일 수밖에 없다"며 "은행 입장에서도 일일이 찾아가 실물을 확인하긴 어렵다"고 토로했다.
 
은행의 지나친 담보 의존도는 담보대출 비율에서도 나타났다. 이번 대출사기에 연루된 국민·농협·하나은행의 담보대출 비율(2012년 기준)은 각각 69%, 52%, 64%로 업계 평균 54%보다 높은 수준이었다.
 
은행 등이 지나치게 담보대출에 의존하면서 담보를 믿고 대출심사를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B은행 관계자는 "담보대출은 대출심사와 과정이 정형화 돼 있어 담보관련 서류를 정교하게 위장하면 실물확인이 이뤄지지 않는 한 사기대출 가능성은 있다"고 털어놨다.
 
한 민간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은행이 담보대출에 의존하면 대출심사를 소홀히 하는 등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이번 3000억대 대출사기도 대출과정에서 이같은 허점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당국도 여신관행 문제 인식..금융권 전면조사
 
금융당국도 금융사가 대출취급시 담보대출 서류에 의존하는 여신관행을 인지하고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매출채권 서류에 의존하는 외담대의 경우 일일이 찾아가서 확인하는 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앞으로 면밀히 들여다 보고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사건에서는 은행이 여신심사 때 KT 자회사이기 때문에 대출금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한 측면이 있다"면서 "대기업이라고 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지 않는다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KT 자회사 직원과 협력업체의 대출사기와 관련해 전체 금융권을 대상으로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 실태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외상매출채권 담보대출과 관련해 매출채권을 교묘하게 위조해 발생한 범죄"라면서 "이번에 피해를 본 금융사 10곳 외에도 일부 금융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돼 전면 점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대규모 대출사기가 적발됨에 따라 은행권의 담보대출 규모 축소 유도와 여신심사 강화 추진 등도 검토할 방침이다. 또 은행들이 기업 대출 승인때 대기업 간판에 의존하는 관행도 고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실태점검에서 이번에 피해를 본 하나·농협·국민은행 뿐만 아니라 우리·신한·외환은행 등 나머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의 매출채권 관행도 조사할 예정이다. 당국은 우선 저축은행, 증권사 등 제2금융권에 대해 자체 점검을 지시하고 문제가 있는 금융사에 대해선 직접 검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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