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에 날세웠던 금감원, 무리수 징계로 '자책골'
2014-08-22 14:17:15 2014-08-22 14:21:31
[뉴스토마토 김민성기자] 두달간 금융계 초미의 관심사였던 KB금융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징계가 '경징계'로 일단락 되면서 중징계를 호언장담 했던 금융감독원은 '망신살'을 뻗치게 됐다.
 
향후 김종준 하나은행장 , 기업은행 특정금전신탁 불완전판매, 산업은행의 STX부실대출 등 징계사안이 쌓여있지만 금감원이 구겨진 체면을 세울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징계결과를 떠나 제재심의위원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은 자정을 넘긴 10시간 회의 끝에 임 회장과 이 행장에 대해 각각 '주의적 경고'의 경징계를 결정했다.
 
이날 제재심은 시작부터 '마라톤' 회의가 예고됐다. 제재심 위원들은 도시락까지 준비하며 의지를 내비쳤다. 질의응답 대상자가 20명에 달했지만 이번엔 꼭 결론을 내야한다는 중압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법과 원칙' 고집하던 금감원장..오히려 '자충수'
 
두달간 '제재심 정국'이 되는 동안 최수현 금감원장은 '법과 원칙'을 주문처럼 말했다. 하지만 오히려 금융당국 외에 민간 제재심의위원들은 '법과 원칙'에 따라 경징계에 손을 들어줬다. 당초 금융권 안팎에선 중징계 자체가 '무리수'였다는 비판이 강했지만 원칙을 강조했던 최 원장으로서는 원칙대로 부메랑을 맞은 셈이다.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에 불과해 극단적인 경우엔 최 원장이 경징계 방침을 뒤엎을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징계를 번복하거나 수위를 높은 선례(先例)는 전무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누가봐도 중징계를 내리기엔 힘든 사안이었다"며 "금감원이 고집한 제재심 절차에 따라 진행됐고 원칙을 지켰으니 향후 이어질 후폭풍은 당국의 몫"이라고 일침했다.
 
◇산적한 금융권 제재심..무딘 칼날로 가능할까
 
현재까지 제재심의 핫이슈(?)는 KB금융이었지만 예고된 굵직한 안건은 한둘이 아니다. 
 
기업은행은 특정금전신탁 불완전 판매로, 산업은행은 STX부실대출 관련해 전현직 부행장급 임원 20명이 대규모 징계가 사전통보된 상태다. 옛 미래저축은행 유상증자로 참여했다 손실을 낸 이유로 중징계를 받은 김종준 하나은행장도 KT ENS 부실대출 책임을 물어 또다시 심판대에 서게된다.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오른쪽). ⓒNews1
감사원이 동양사태와 정보유출사고의 책임도 금감원에 있다고 발표한 만큼 현재 금감원의 권위는 땅에 떨어졌고 검사의 칼 끝도 무뎌진 상황이다. 더욱이 금융사의 로비전에도 사실상 밀리면서 일벌백계를 앞세워 금융권을 흔들었지만 용두사미로 끝난 꼴이 됐다.
 
벌써부터 산업은행에 대한 징계도 '무리수'라는 목소리가 감지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STX그룹 지원은 정부주도로 이뤄졌고 구조조정은 원래 손에 피가 묻는 과정"이라며 "기업구조조정에 대해 산업은행 임직원을 징계하면 또다른 보신주의로 이어진다"고 꼬집었다.
 
◇'제재심=조선시대 원님재판'..별도 독립기구 만들어야
 
금융권에서 '제재 리스크'가 들끓자 금융당국과 독립된 별도 제재기구를 설립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금융연구센터는 '금융사 및 임직원에 대한 제재 제도 개편 제안서'에서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제재심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은 사법부로 치면 검사와 판사 역할을 금감원이 겸임하는 행태"라고 강조했다. 가칭 '금융제재위원회'를 독립된 법률상 제재기구로 설치해 법원의 역할을 맡도록 하는 등 제재 절차의 법적 정당성과 독립성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재심 민간위원 제도도 바꿔야한다는 조언도 있다. 민간위원 명단은 비공개가 원칙이지만 이미 금융사들은 비선라인을 통해 파악한 후 로비전이 치열하다. 전직 금융감독원 고위관계자는 "민간 제재심위원을 풀(Pool)을 만들어 제재심 안건마다 무작위로 선택하는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며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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