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그리스 대선 실패..유로존 재정위기 우려 재점화
유로존 금융권 요동..그리스 국채금리 1% 이상 급등
ECB 국채매입·각국 경제 개선..위기감 '완화'
2014-12-30 14:38:45 2014-12-30 14:38:45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그리스 대통령 선거가 무산되면서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의 악몽이 되살아났다.
 
그리스 경제 위기가 주변국으로 전이되거나 반유럽·반긴축을 내건 정당들이 약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매입을 준비 중인 데다 유로존 경제 사정도 나아진 상황이라 큰 위기는 없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스 대통령 선출 실패..시리자 집권 '가시화' 
 
2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그리스 의회가 3차 투표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안토니오 사마라스 총리가 추천한 대통령 후보인 스타브로스 디마스 그리스 대통령 후보는 의회 최종 투표에서 168표의 찬성표를 얻어 기준치인 180명의 지지를 얻는 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그리스 정부는 의회를 해산하고 다음달 25일에 조기 총선을 치르기로 했다. 그리스 선거법상 대통령 선거가 무산되면 의회가 해산되고 총선이 열린다.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당은 제1야당으로 급부상한 시리자다.
 
카파 리서치 폴이 지난 27일에 벌인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리자는 27.2%의 지지를 얻어 가장 많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사마라스 총리가 이끄는 신민주당은 24.7%를 얻는 데 그쳤다.
 
시리자는 그리스 내 반긴축 정서가 만든 결과물이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4년간의 긴축정책에 지친 그리스 인들에게 부채탕감과 긴축 재협상이란 당근을 내밀었다.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중간)가 대선 결과를 듣고 미소짓고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는 이날에도 "며칠 안으로 구제금융에 따른 긴축정책은 역사로 남을 것"이라며 긴축 종료 방침을 재확인했다.
 
시리자는 여론 조사 결과에 근거해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그러나 여·야 양대 정당의 격차가 점점 좁혀지고 있는 현 추세를 감안하면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 달 전만 해도 시리자와 신민주당의 득표율 격차는 4% 정도였지만, 지금은 2~3%포인트로 좁혀졌다.
 
설령, 시리자가 승리한다 해도 의회 과반을 차지할지 불확실하다. 단독으로 과반을 넘지 못하면 시리자는 독립당과 같은 군소 정당과 연립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제임스 커 린드지 런던정경대 선임 연구원은 "치프라스는 다른 정당들과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위기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그리스 총선 임박..유로존 금융권 '흔들' 
 
이처럼 시리자가 정국을 주도할 수 있다는 소식은 그리스와 주변국 금융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급기야는 유로존이 재정위기에 빠질 것이란 경고마저 나왔다. 
 
그리스를 시작으로 반긴축·반유럽 기치를 내건 정당들이 약진하면 각국 재정 건전성이 심각하게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스페인 좌파정당인 포데모스와 프랑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이 반유럽 여론에 힘입어 세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 이런 우려감은 증폭됐다. 
 
국제 채권단과의 부채탕감 협상이 실패로 돌아가면 그리스가 유로존 탈퇴할 것이란 우려 또한 제기됐다.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뜻하는 '그렉시트(Grexit)'란 용어도 재부각됐다. 
    
이에 유럽 경제 1, 2위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 당국자들의 근심이 깊어졌다. 그리스가 회원국 지위를 버리면 유로화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총선 소식에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그리스 정부가 맺은 어떠한 협정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새 정부가 출범해도 전 정부가 했던 정책은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못 박았다.
 
피에르 모스코비치 프랑스 재무장관은 "부채 상환을 피하려는 시도는 자살행위와 같다"며 "반긴축·반유럽 정당이 득세하면 그리스 경제 회복은 오히려 지연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12월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각국 금융 시장은 이날 일제히 요동쳤다. 그리스 증시는 투표 소식이 나간 직후 무려 11%나 곤두박질쳤고 스페인과 이탈리아, 포르투갈 증시는 1~2% 하락했다. 스톡스 유럽600 지수는 0.6% 내렸다.
 
이처럼 유럽 내 위험자산 선호도가 낮아지자 그리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장중 한때 1.0%포인트 이상 솟구쳤다. 반대로 안전자산으로 평가되는 독일 10년물 국채 금리는 0.54%로 역대 최저치까지 내려갔다.
 
유로ㆍ달러 환율은 0.26% 하락한 1.2151달러로 역대 최저수준까지 낮아졌다. 그리스 경제 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될 것이란 불안감에 유로화 약세가 심화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2010년 재정위기 발발 직전의 분위기가 연출됐다고 지적했다.
 
◇ECB 국채매입·각국 상황 개선.."유로존 위기 없을 것"
 
다만, 각국 재정 건전성도 강화된 데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채매입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 큰 위기는 없을 것이란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국채매입이 시작되면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회원국 정부의 상황이 나아질 것이란 점에서다.
 
무즈타바 라흐만 유라시아그룹 애널리스트는 "그리스 내 투자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은 유럽 전체로 확산될 수 있지만, 시장의 예상대로 ECB가 국채를 사들이면 이런 문제는 일단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정위기에 처했던 국가들의 재무 구조가 견고해진 것 또한 유로존 재정위기 우려감을 완화해 주고 있다.
 
그중 파산 직전까지 갔던 아일랜드의 부활이 두드러진다. 지난해 구제금융을 당당하게 졸업한 아일랜드는 수출 호조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재정위기의 진앙지인 그리스만 봐도 지난 2010년 당시 보다 많이 건강해졌다.
 
그리스는 지난 4년 동안 국내총생산(GDP)의 25%에 해당하는 2400억유로 규모의 긴축을 감행하면서도 경제 성장을 이룩했다. 지난 6년 간의 경기침체를 떨쳐내고 플러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난 1분기 전 분기 대비 0.8% 성장한 그리스는 2, 3분기 연속으로 0.3% 0.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리스 정부는 올해 내년 경제 성장률이 0.6%, 2.9%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그리스는 2010년 이후 처음으로 국채를 발행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니콜라스 스피로 스피로소버린스트래티지 매니징디렉터는 "그리스 악재는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를 흔들지 못할 것"이라며 "그리스 정치 위기가 유로존 시스템에 위협을 가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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