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연예가포커스)노출없던 엄정화의 '진짜 섹시', 걸그룹이 배워야
2015-01-05 17:50:04 2015-01-05 17:50:04
◇MBC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에 출연한 가수 엄정화. (사진제공=MBC)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두 곡이면 충분했다. ‘원조 섹시퀸’의 화려한 귀환은 '섹시 어필의 정석'·'진짜 섹시'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무한도전’의 '토요일 토요일은 가수다'(토토가) 특집에 출연한 엄정화의 이야기다.
 
엄정화는 이날 자신의 히트곡인 '초대'와 '포이즌'의 무대를 선보였다. 데뷔 24년차를 맞은 베테랑 가수. 어느덧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46)지만, 엄정화의 움직임은 여전히 섹시했고, 눈빛은 농염했다.
 
공연 내내 관객들은 기립한 채 환호성을 지르며 원조 섹시퀸의 귀환을 반겼다. 엄정화의 무대엔 17년 전 엄정화와 함께 활동을 했던 안무팀 프렌즈가 참여해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하기도 했다.
 
 
방송 후의 반응도 뜨겁다. 17년 전에 발매됐던 엄정화의 노래들이 각종 음원차트에서 '역주행'을 하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5일 오후 기준으로 엄정화의 '초대'는 음원사이트 멜로의 실시간 차트에서 36위, '포이즌'은 45위에 올라있다. 90년대를 주름잡았던 엄정화의 히트곡들이 지난해 데뷔한 신인 그룹 위너의 '공허해'(34위), 최근 SBS 'K팝스타4'를 통해 화제를 모았던 이진아의 '시간아 천천히'(39위) 등 요즘 노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그런데 대중들이 엄정화가 '토토가'에서 선보인 무대에 열광한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인다. 엄정화가 노출 없는 '진짜 섹시'를 보여줬다는 것. 엄정화는 이날 특별한 노출이 없는 검정색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올랐을 뿐이지만 그의 몸짓 하나하나에는 여타 걸그룹에서 느낄 수 없는 절대 섹시미가 넘쳐 흘렀기 때문이다.
 
수많은 걸그룹들이 섹시 콘셉트를 내세워 신곡을 발표한다. 그리고 이들이 음악과 함께 선보이는 의상과 안무는 섹시하다 못해 노골적인 경우가 많다. 특정 신체 부위를 드러내 보이거나 강조하는 의상과 안무는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섹시 콘셉트를 내세운 걸그룹들은 의상과 안무를 지상파용, 케이블용, 행사용 등으로 따로 준비하는 것이 보통. 방송 심의의 철퇴를 피하기 위해서다. 지상파용에 비해 케이블용이, 케이블용에 비해 행사용이 수위가 세다.
 
가요계에선 "보이그룹은 콘서트, 여성그룹은 행사"라는 얘길 하곤 한다. 구매 의욕이 있는 탄탄한 열성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보이 그룹은 콘서트와 이와 관련된 MD 판매 등으로 수익을 올린다.
 
반면 좀 더 대중적으로 어필해야 하는 입장인 걸그룹은 각종 행사에서의 공연이 주수익원이다. 그런데 행사에 서려면 음악 방송에 출연해야 하고, 음악 방송에 출연한 기회를 얻으려면 노출 마케팅 등으로 대중들 사이에서 화제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 가요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걸그룹의 입장에서 야한 의상과 안무는 행사 현장에서 더 큰 환호성을 이끌어내는 좋은 무기가 되기도 한다.
 
요즘 걸그룹들에게 노출은 생존의 수단이 됐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가요계 정글에서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돋보여야 한다. 대형 기획사에 소속된 걸그룹들은 그나마 낫다. 이번에 안 되더라도 다음이 있다. 하지만 다음이 없는 중소 기획사 소속의 걸그룹들은 다르다. 단 한 번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한다. 이들이 노출과 선정적인 콘텐츠에 목을 매게 되는 이유다.
 
"걸그룹들이 너도나도 섹시 콘셉트를 내세우는 가운데 남들보다 더 눈에 띄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토로하는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하지만 선정적인 콘텐츠로 대중들의 시선을 끌 수 있는 것은 그때 뿐이다. 선정적인 콘텐츠만으론 인기 가수로서 롱런하기 힘들다. 실제로 과거 각종 노출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던 걸그룹 중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팀은 잘 없다.
 
엄정화는 가요계를 대표하는 최고의 가수로 인정을 받는다. 대중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엄정화가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가창력을 가진 가수는 아니다. 그런 엄정화가 최고의 가수로 인정을 받는 이유가 뭘까. 이는 엄정화의 남다른 개성과 표현력 때문.
 
수많은 가수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비슷비슷한 음악과 콘셉트를 내세운 아이돌들이 가요계의 주류가 된지 오래다. 가요 산업이 팽창하면서 어떤 한 팀이 성공을 거두면 그 팀과 비슷한 느낌의 팀을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 음반 제작자의 입장에선 실패의 확률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그러나 이렇게 탄생한 아이돌 그룹 중 정작 대중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매력적인 팀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엄정화의 경우, 지난 1992년에 데뷔한 이후 '배반의 장미', '초대', 포이즌' 등의 곡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이 뚜렷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90년대에도, 지금도 엄정화와 비슷한 노래나 공연을 선보이는 다른 가수는 없다. 여기에 현재 배우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엄정화의 표현력이 더해졌다. 가수 역시 배우와 마찬가지로 무대 위에서 연기를 선보이는 직업. 엄정화는 자극적인 의상이나 안무 대신 표정과 눈빛만으로 섹시함을 표현해내 대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전세계에서 K팝이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당장 눈앞의 성공만 노린 자극적인 K팝 콘텐츠가 한계를 드러낼 때가 됐다는 것. 까마득한 대선배 엄정화가 준 교훈을 후배 걸그룹들이 마음 속에 새길 수 있을까. 올해도 셀 수 없이 많은 신인 걸그룹들이 데뷔를 앞두고 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