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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LIG CP투자' 손해, 투자경험 많으면 배상 못받아"
"투자증권사 재무상황 설명의무 없어"
2015-05-03 09:00:00 2015-05-03 09:00:00
대법원 전경.사진/뉴스토마토
 
LIG건설의 사기성 기업어음(CP)을 판매한 사안에서 투자자가 유사 상품에 대한 투자경험이 많고 관련 지식이 높았다면 투자를 권한 증권사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정모씨에게 LIG건설 투자를 맡겼다가 손해를 본 김모(56·여)씨 등 2명이 NH투자증권(옛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낸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패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원고들을 대리해 신탁계약을 체결한 정씨는 한국산업은행과 성업공사에서 30년 이상 근무했고 이 사건 신탁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다양한 상품에 투자해왔을 뿐만 아니라 계약 체결 전 정씨와 원고들이 작성한 투자자정보확인서에는 금융상품투자에 대한 지식수준이 '높음' 또는 '매우 높음'으로 기재되어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피고의 직원은 정씨에게 LIG 기업어음증권 투자를 권유할 당시 신용등급이 'A3-'임을 고지했고 발행기업인 LIG건설의 부도위험과 그로 인한 원본 손실 가능성에 대하여 설명했을 뿐만 아니라 LIG건설의 신용평가서까지 교부했으므로 원금손실 가능성이 있음을 설명했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투자설명자료에 긍정적 요인으로 기재되어 있는 LIG그룹의 지원가능성은 신용평가서에 기초한 내용으로 그 자체가 단정적이라 할 수 없고 정씨의 투자경험 및 능력을 고려할 때 투자위험에 대한 올바른 인식형성을 방해할 정도의 균형성을 상실한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이런 사정들을 종합해보면 비록 피고 직원이 신용등급 평가의 근거가 된 LIG건설의 재무상황이나 자산건전성 등을 일일이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더라도 피고가 원고로 하여금 합리적인 투자판단을 그르치게 할 정도로 균형성을 상실한 설명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와는 다른 취지의 원심판단은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정씨는 우리투자증권 이모 부장의 권유로 2010년 10월 김씨를 대리해 2억원을, 그 다음달에는 안모(84·여)씨의 돈 1억원을 각각 LIG건설 기업어음에 투자하는 신탁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LIG건설은 2011년 3월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투자 만기 원리금이 회생계획 인가시까지 유예되자 김씨 등이 투자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며 당시 우리투자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우리투자증권의 책임을 인정하되 정씨가 경험 등에 비춰 기업어음의 위험성 등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으로 판단해 책임을 60%로 제한하고 김씨에게는 1억2000만원을, 안씨에게는 6000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이에 쌍방이 항소했으나 2심 역시 우리투자증권의 책임을 30%로 제한하고 김씨에게 5700여만원을, 안씨에게 2800여만원을 각각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쌍방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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