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직론직설)북한 핵실험과 총선
2016-01-10 16:18:35 2016-01-10 16:23:50
분노와 불안, 새해 벽두 북한의 4차 핵실험이 우리에게 던진 키워드다.
 
분노를 하는 쪽은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분단과 전쟁도 억울한데 동족을 상대로 핵 폭탄 실험을 하다니 북한이 어찌 그럴 수 있느냐? 한두 번도 아니고 벌써 네번째다. 북한은 미국에 대항해 자주권, 생존권을 수호하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과 맞서 핵을 사용할 수 있느냐? 결국 목표는 남쪽을 향할 수 밖에 없다.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 안보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어야 한다. 과거 원자폭탄보다 100배나 위력이 큰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모든 핵무기를 폐기한다고 약속을 하고도 네차례나 핵폭탄 실험을 실시했다. 핵무기를 실어나를 미사일 실험도 했다. 참는데도 정도가 있다. 앉아서 당할 수 없다. 북한 핵을 방어할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도 신속하게 구축하고, 미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도 빨리 도입해야 한다. 핵은 핵으로 억제해야 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무효화해야 한다. 자체 핵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 혹 여의치 않으면 미국의 전술핵무기라도 배치해야 한다."
 
"방어를 넘어 응징해야 한다. 그래야 분노가 풀린다. 북한 체제의 민감한 아킬레스건인 대북방송도 해야 한다. 국제 사회와 공조해서 에너지도 끊어야 한다. 북한 지도부의 돈 줄도 차단해야 한다." 
 
두 번째 키워드는 불안이다.
 
"핵무기를 가진 북한이 추가 도발을 할까 불안하다. 혹 국지적인 전쟁이라도 벌어진다면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 북한 핵은 문제다. 수소탄 개발을 주도한 예측불가능한 김정은이 더 큰 문제다. 하지만 문제 해결방식이 군사적 대결일 수는 없다. 폭력에 폭력으로 대항하면 사태는 더 커진다. 대화로 풀어야 한다. 6자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 목표는 한반도 평화다."
 
"북한의 핵 개발을 사전 탐지도 못하고 예방도 못한 정부도 책임이 있다. 국정원, 국방부, 외교부, 통일부 등 북한 관련 정부 당국에서 전혀 낌새를 알아 차리지 못했다. 기상청의 도움을 받아 지진파를 분석하고, 북한 방송을 통해서 그 사실을 알았다니 정부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미국도 잘못이 있다. 왜 북한이 원하는 대화를 하지 않았나? 정전협정을 평화체제로 전환하자는데, 뭐가 잘못됐나? 불안은 평화로 해결해야 한다."
 
이상과 같은 두 가지 입장이 맞부딪히고 있다. 분노는 강경 대결을, 불안은 평화를 주장한다. “평화는 오직 힘으로 지켜야 한다”, “아니다. 자극하면 전쟁이 일어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북한 변수는 국내 정치에도 불가피하게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통상 북한 이슈는 보수 진영에 유리하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안보는 보수를 결집시키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주도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과는 반드시 그렇게 나타나지 않는다.
 
2010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3월말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다. 여당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선거는 하나마나 완승일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진행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5월 말 전쟁기념관에서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국민들은 불안했다. 정부 발표대로라면 북한이 잘못을 했지만 전쟁 불사를 외치는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도 불안했다. 선거 구도는 ‘전쟁이냐 평화냐’로 바뀌었다. 여당은 패배했다. 야당이 잘해서가 아니다. 국민들은 북한의 도발에는 분노하지만, 그렇다고 전쟁의 불안은 피하고 싶어한다.
 
총선을 세 달여 앞두고 북한 핵 이슈가 발생했다. 여야를 초월하는 국가적인 문제요, 민족 생존의 문제이다. 혹여 선거나 정쟁에 이용하고자 하는 측은 국민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상황이 쉽지 않다. 분노와 불안을 동시에 해소해야 한다. 단기적 관점과 장기적 관점도 고려해야 한다. 국내 정치와 국제 정치를 동시에 검토해야 한다. 위험을 안정으로, 위기를 기회로,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바꾸는 정부와 정치권의 지혜를 기대한다.
 
서성교 바른정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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