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재가동만이 답인데"…정부대책 뜯어보니 영세기업들은 예외
2016-02-18 16:06:05 2016-02-18 16:06:47
10년 넘게 가꿔온 삶의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해결책은 요원하다.
 
정부는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남북경협보험금 1개월 내 지급, 정책자금 원금 및 대출이자 상환유예, 원활한 인력수급을 위한 장년인턴제 적용요건 완화, 공공부문 판로확대, 국내 대체공장 신설지원 등의 대책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회연설을 통해 "입주기업들의 투자를 보전하고 빠른 시일 내에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경협기금을 활용해 개성공단에 투자한 금액의 90%까지 신속하게 지급하고, 대체부지와 같은 공장입지를 지원하고, 필요한 자금과 인력확보 등에 대해서도 경제계와 함께 지원할 것 등을 약속했다.
 
이에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는 당초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강경 대응에서 "손실 발생에 대한 정부 차원의 별도대책을 마련하고 신속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하겠다는 대통령 말씀에 대해 크게 기대한다“며 입장을 다소 완화했다.  
 
하지만 개별 입주기업들은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해 여전히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우선 경협보험은 개성공단에 투자한 지분투자 원금, 대부채권 원금, 권리취득 대금 등의 회수 불능 또는 회수 지연에 따른 손실을 보장하는 투자보험에 국한된다. 때문에 기업들이 그동안 추가 투자한 기계설비, 두고온 자재와 완제품, 바이어로부터의 손해배상, 중단 기간 근로자 임금 등 막대한 영업손실은 경협보험 약관에서 명시하는 보상 대상이 아니다.
 
설비투자비 등을 최대 90%까지, 70억원 한도로 보장해 기업들의 기대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입주기업 한 관계자는 "공단에 있는 자산의 가치가 100억원, 200억원이 되더라도 보험금은 70억원 한도 내에서 90% 즉, 63억원을 준다는 말인데 나머지 피해는 우리보고 떠안으라는 얘기 아니냐"고 말했다.
 
영세한 업체의 경우 보험금은 아예 먼나라 얘기다. 경협보험에 가입한 입주 업체는 124개사 중 76곳에 불과하다. 다른 관계자는 "2013년 개성공단 가동 중단 당시 지급받은 경협보험금을 전액 상환하지 못해 경협보험에 재가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대체부지도 당장의 피해를 보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부의 대체부지 언급 이후 강원, 부산 등 자치단체들은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 유치에 나서고 있다. 강원 춘천시는 현재 30%만 분양된 동춘천산단과 곧 공단 조성에 들어갈 남춘천산단에 개성공단 입주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복안이며, 부산시는 개성공단에 진출한 지역 기업 5곳이 대체부지를 요청하면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기업 관계자들은 현실과 대치되는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입을 모은다. 개성공단기업협회 관계자는 "국내 대체공장 신설을 지원한다는 정부 대책을 따라간다 하더라도 시설을 들이고 생산라인을 구축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릴 것"이라며 "어느 고객사가 납품 지연과 국내 인건비 상승분이 반영된 제품단가에 맞춰 우리 제품을 사주겠느냐"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은 실효성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공단 재가동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입주기업 관계자는 "3년 전에는 재가동에 대한 희망이라도 존재했었지만 지금은 재가동이 불가능하다는 절망감만 더 크다"며 "정부와 비대위 간 합동조사위원회 구성을 통해 시설비 투자 보상 관점에서 해결돼야 한다" 말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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