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분양, 아직 될 곳은 된다
2016-03-11 09:44:39 2016-03-11 09:44:39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이 연초 계속 얼어붙은 상황에도 입지가 우수한 지방의 일부 단지는 높은 청약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적으로 투자 심리는 위축된 상황이지만 주요 지방의 실수요는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청약 경쟁률은 분양권 프리미엄(웃돈) 형성은 물론 계약률에도 영향을 미친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규제 강화로 기존 아파트 거래 시장이 침체되고 이같은 침체 추세가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에 약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적잖은 상황에서 몇몇 지방 아파트 분양 단지의 높은 청약 경쟁률은 주목된다.
 
2016년 3월 분양한 비수도권 아파트 단지 현황 및 청약 결과.
 
11일 금융결재원에 따르면 지난 3~4일 청약 접수를 받은 '온천천 경동리인타워'(경동건설, 총 310가구, 272가구 일반분양, 부산시 동래구 낙민동)는 모든 주택형이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며 1순위 당해에서 마감됐다. 84㎡D 주택형은 1가구의 모집에 101명이 청약했고, 84㎡A 주택형도 61가구 모집에 6133명이 신청해 100.54대 1이라는 기록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단지 전체 평균 청약 경쟁률은 36.48대 1에 달한다. 이처럼 높은 청약 경쟁률로 이 아파트는 이미 모든 주택형에 300~1000만원 규모의 프리미엄(웃돈)이 형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분양 관계자는 "모든 가구를 남향 배치하고 최고 41층의 높은 아파트로 지어 전망이 매우 좋은데다, 온천천시민공원이 단지 앞에 있는 탁월한 입지도 분양 성공에 한몫했다"고 설명했다. 이 단지는 단지 남쪽 출구를 통해 온천천시민공원에 갈 수 있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김해 외동 협성 엘리시안'(협성, 총 942가구, 829가구 일반분양, 경남 김해시 외동)과 '대구 봉덕 한라하우젠트 퍼스트'(한라공영, 총 134가구, 122가구 일반분양, 대구시 남구 봉덕동)도 총 4개의 주택형이 모두 1순위 당해로 분양을 마쳤다. 
 
'김해 외동 협성 엘리시안'은 222가구인 84㎡D 주택형과 241가구인 71㎡C 주택형에 각 1975명, 1931명이 청약해 8.90대 1과 8.01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대구 봉덕 한라하우젠트 퍼스트'는 26가구를 모집하는 84㎡A 주택형에 1343명이 몰리며 51.65대 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김해 외동 협성 엘리시안'은 김해의 신도심인 내외동과 가깝고 신규 택지인 주촌선천지구에 접하는 점이, '대구 봉덕 한라하우젠트 퍼스트'는 서쪽에 외국인학교·대구고·대구교대가 있고 동쪽에 수성구가 가까운 점이 장점이다. 좋은 입지가 부동산 시장 불황과 브랜드 열세 등을 넘었다.
 
 이같은 현상과 관련해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신규 주택 분양은 많은 점에 영향을 받는데, 부동산 경기가 어려울 때는 단지가 지어질 입지가 중요하다"면서 "평소에는 향후 거래에 영향을 미칠 브랜드가 입지와 같은 정도로 중요하다. 반면 요즘처럼 시장이 어려우면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은 단지 입지를 훨씬 중요시한다. 근래 청약 결과가 좋은 단지는 실수요자가 선호할만한 입지에 짓는 이유가 크다. 해당 지역에만 일부 알려진 시공사가 건설하는 단지의 청약 경쟁률이 좋은 사실이 이같은 상황을 방증한다"고 분석했다.
 
청약 결과가 좋았던 일부 단지와 다르게 같은 비수도권임에도 '경주 천북지구 휴엔하임 퍼스트'(신구건설, 총 659가구, 558가구 일반분양, 경북 경주시 천북면)와 '흥한 에르가 사천'(흥한건설, 총 635가구, 625가구 일반분양, 경남 사천시 사남면)은 각각 249가구와 373가구가 미달됐다. 견본주택에 1만2000명·3만여명이 방문했다는 회사의 대외 홍보가 무색한 결과다. 각각 경주·포항 또는 사천·진주 등 두 도시 사이인 점과 근처 중소규모 공단, 지역 교통망 확충 등을 강조했지만, 면(面) 단위의 외진 입지에 다수의 수요가 발길을 돌렸다.
 
심지어 '광주 용산동 다보애 주상복합'(성우건설, 총 44가구, 44가구 일반분양, 광주 동구 용산동)은 광역시인 광주에서 분양했고 근래 수요가 많은 중소형 주택(71~73㎡) 44가구를 모집했음에도 8명만 신청해 82%가 청약미달됐다. 시가지 동남쪽 끝인 입지가 발목을 잡았다는 평가다.
 
최근 이같은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어려울 때는 입지에 따른 극심한 양극화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매매에 신중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미국발 금융 위기에 수도권에서 시작된 정부의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겹치며 부동산시장 전반이 얼어붙는 추세다.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요즘 분양시장은 투자자가 줄어들고 실수요자가 많이 늘었다.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분양을 받을 사람은 실수요자가 몰리는 곳을 택해야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다. 건설사들도 지금같은 때는 어설픈 입지에는 분양을 신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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