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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계 개편 논의 본격화…노동계는 '또' 배제
경총 참석해 추진계획 등 발표
현대카드 사례 통해 사실상 지침안 제시
2016-03-22 13:59:29 2016-03-22 18:56:47
[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정부가 또 다시 노동계를 배제한 채 일방적인 임금체계 개편에 시동을 걸었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서울시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구축’, ‘공정인사 확립’을 위한 ‘능력중심 인사문화 확산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관련 실·국장과 한국산업인력공단, 노동연구원, 노사발전재단 등 고용부 산하기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특히 경영자 대표기구인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관계자도 참석해 임금체계 개편안을 제시하고, 전국 설명회 개최 등 향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민간기업들은 경총을 중심으로 ‘임금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독자적인 임금체계 개편안 마련 절차에 착수했다.
 
반면 노동계는 이날 논의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고용부는 애초에 노동계와 경영계 대표들이 참석해 각자의 안을 내놓고 토론하는 자리가 아니었기에 별도로 노동계 대표를 초청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나, 경총의 참여로 정부와 경영계가 노동계만 따돌리고 의기투합한 꼴이 됐다. 고용부 관계자도 “내부에서도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경영계에서 TF 구성 등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어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고용부는 이날 현대카드의 임금체계 개편 사례발표를 통해 사실상의 지침안을 제시했다. 성과연봉제, 직무그룹제, 사내고용시장(커리어마켓)으로 운영되는 현대카드의 인사·임금관리체계는 ‘유연한 임금체계’, ‘직무중심 인사관리’라는 정부의 정책방향과 일치한다.
 
이에 대해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부란 간판을 걸어두고 기업 편을 들고 있는 게 남사스러울 정도다. 차라리 부처 이름을 기업부로 바꾸는 게 낫겠다 싶다”며 “우리가 뭘 요구하든 어차피 정부 계획대로 가는 것 아니냐. 이제는 정부에서 협의하자고 불러내도 나갈 생각이 없다. 상식적으로 어떻게 할지는 다 정해져 있는데 우리가 들러리 설 이유가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정책 방향도 잘못됐다. 직무와 성과를 평가할 공정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이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공정한 인사평가가 가능하겠느냐”며 “그렇게 좋은 정책이라면 공무원들에게도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 기획재정부와 노동부는 그 좋은 임금피크제를 왜 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정부는 앞으로 지역 노사단체 간담회, 임금단체협상 지도 등을 통해 노사의 자율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유도해나갈 방침이다. 또 8개 권역별 전문가 지원단을 통해 중소기업 컨설팅 등을 실시하고, 하반기 중 기업의 업종·직종·규모별로 다양한 평가모델을 제시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는 양대 노총이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논의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노동단체가 아닌 개별 사업장 단위로 취업규칙 개정과 단체협약을 지도해나갈 예정이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2일 서울시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능력중심 인사문화 확산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고용노동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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