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이란 특수 기대…'속 빈 강정' 경계
고갈된 재정·추가 유가하락 및 공사 차질 우려
"큰 시장 개방 호재, 추가 유가하락 악재 될 수도"
2016-04-26 15:48:41 2016-04-26 15:48:41
[뉴스토마토 성재용기자] 다음 달 있을 대통령의 이란 방문으로 해외수주에 난항을 겪고 있는 건설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이번 방문으로 MOU 이상의 성과를 거둘 수주물량만 최대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이란의 재정능력과 추가 유가하락 우려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자칫 '속 빈 강정'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란은 원유매장량 세계 4위, 천연가스 매장량 세계 1위의 자원 부국이며 인구 7800만명의 중동 최대 내수시장이다. 때문에 해외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국내 건설업계로서는 이란 경제제재 해제를 놓칠 수 없는 특수인 셈이다. 최대 20조원에 이르는 수주 대박이 터질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수주 대박은 그리 쉽게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현실론이 나오고 있다. 일단 오랜 경제재제에서 이제 막 빗장이 풀린 이란의 자금력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란 정부는 앞으로 원유·가스 등을 판매해 국가 재정을 충당한다는 방침이지만, 유가가 곤두박질친 데다 과잉공급 문제는 당분간 해소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발주처인 이란 입장에서는 금융 부문과 함께 패키지로 들어오길 바라고 있다.
 
즉 이란 재정이 고갈된 상태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특수를 누리기 위해서는 수출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을 통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조달해 공사에 참여하거나 과거처럼 외국계 거대 에너지 기업 등이 추진하는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주하는 방법을 택해야 하는 셈이다.
 
반면, 중국이나 일본, 일부 유럽 국가들은 높은 기술력과 함께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금융지원을 바탕으로 이란 건설시장을 발 빠르게 선점하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나서서 지난 1월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을 만나 총 550억달러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으며 일본 역시 이란과의 투자협정을 체결했고, 개발사업 투자를 위해 100억달러 규모의 신용융자를 제공할 예정이다. 때문에 경쟁국에 비해 한 발 늦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도 뒤따르고 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가에 비해 국내 은행들의 금융지원 규모가 크게 부족한 만큼 정부가 은행들이 더 적극적으로 건설사를 밀어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유가 흐름도 건설업계로서는 걱정이다. 특히, 이란이 위축된 재정을 이유로 원유 생산을 늘릴 경우 작금의 저유가 사태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란 시장에서는 국내 건설 수주가 좀 더 늘어날 수 있지만, 중동 국가 전체로 봤을 때는 재정 리스크로 오히려 국내 건설업계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미 대부분의 중동 국가들이 긴축재정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중동 국가의 '재정균형유가'는 40~50달러 수준이지만, 두바이유는 올 들어 3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5월 두바이유가 배럴당 65.6달러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재정균형유가 수준이 낮아질 경우 신규 발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진행 중인 공사 현장에서도 공사대금 지급이 미뤄지거나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다.
 
실제로 UAE에서 진행 중인 POC 프로젝트의 경우 GS건설(006360)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발주처가 계약을 미루면서 아직 LOI를 받지 못한 상태다.
 
GS건설 관계자는 "지속적인 국제유가 하락 등 발주처의 현지 사정으로 지난 1월 말 체결할 예정이었던 LOI를 아직 받지 못했다"며 "계약이 석 달째 지연되면서 설계 인력 등 700여명이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삼성물산(000830)이 참여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 금융지구 프로젝트도 발주처의 기성 지급 문제로 일부 공사가 중단됐으며 한화건설이 시공 중인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 역시 이라크 현지 사정에 따라 공사대금 지급 일정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낮은 유가로 인한 계약 지연 및 공기 연장 등이 건설업계 해외수주의 발목을 잡는 가운데, 이란이라는 대규모 산유국의 등장으로 원유공급 과잉이라는 리스크가 다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란이라는 큰 시장이 열린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이란이 다른 산유국들과 다툼을 벌인다면 이는 리스크로 다가올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대통령 이란 방문으로 이란 특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추가 유가 하락 등의 우려가 상존하는 만큼 '속 빈 강정'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현대건설이 시공한 이란 사우스파 플랜트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DB
 
성재용 기자 jay11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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