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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의원님들, 보좌진에 ‘갑질’ 마세요
2016-05-12 10:59:35 2016-05-12 15:07:37

요즘 여의도에서는 국회의원 보좌진 채용이라는 큰 시장이 열리고 있다. 국회 의원은 1인당 보좌관(4·2), 비서관(5·2), 비서(6·7·9급 각 1), 인턴(2) 등 보좌진 9명을 거느릴 수 있다. 여기에 국회의장과 국회부의장, 각 상임위원장은 추가로 보좌인력을 지원받는다. 현재 국회의원이 모두 300명 이니까 2700명의 보좌진이 이 번에 계약서를 새로 쓰고, 20대 국회를 시작하는 것이다.

 

보좌진은 국회 홈페이지 공채 공고란을 통해서 채용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의원들이 지인 등 비공식적 경로를 통해 채용하는 경우도 많다. 선배·동료 의원들이나 경험이 있는 국회의원 보좌관 등을 통해 추천을 받아서 임기 4년을 같이할 보좌진을 꾸리는 것이다. 구직자들 입장에서도 고액 연봉이 보장되고 정부·공기업 등을 감사하는 최고 권력(국회의원)을 대행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보좌진은 무척 매력적인 직업이다. 최근 국회의사당 주변에서 고등학교, 대학교 등 각종 동문회 모임이 많이 열리고 있는 것도 선후배들 간의 구인, 구직 자리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보좌진이 세팅되고, 보름 후면 20대 국회가 출범한다. 이 때 의원들은 보좌진과 한 팀이 돼서 입법 및 정책 수립 등 의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의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본색을 드러낸다. 권력의 달콤한 맛에 취해 보좌진을 무참히 해고하는 등 갑질 행태가 의원회관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금배지를 처음 단 초선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의원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보좌진을 정치적 동지가 아닌 언제든지 필요하면 교체할 수 있는 도구로 인식한다. 실제로 보좌진은 의원의 말 한 마디에 날아갈 수 있는 파리 목숨과도 같은 존재다. 의원이 보좌진을 해고하고 싶으면 국회의장 또는 국회사무총장 앞으로 면직요청서 1장만 보내면 끝이다.

 

19대 국회의 경우 일부 의원들은 임기 4년 동안 보좌관과 비서관 등을 20번 이상 교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의원들의 보좌진에 대한 갑질 행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A 의원은 자신의 비서관으로부터 사무실 운영비 명목 등으로 월급의 일부를 상납 받았으며, B 의원은 매형을 비서관으로 채용하는 등 친인척을 보좌진으로 채용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하지만 의원들 모두 갑질만 하는 것은 아니다. 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충남, 당진)은 지난 총선에서 낙선했다. 김 의원 내외는 총선 직후 전 보좌진과 선거 캠프 관계자들을 모아 놓고 모든 패배의 책임은 나에게 있다. 내가 부족했다.”며 큰 절을 하면서 사죄를 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보좌진에게 실직을 안겨줘서 무척 미안해 했다고 한다. 필자는 김동완 의원을 전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냉혹한 권력의 논리만 존재하는 여의도에서 흔치 않은 광경(미담)이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소개하는 것이다.

 

지난 4년 동안 의원들의 의정활동 성적표를 보면 대체로 보좌진을 바꾸지 않고 4년 내내 보좌진과 같이 동고동락한 의원이 좋은 성적을 거뒀다.

 

국회가 개원할 때면 의원들은 소외계층 등 낮은 곳만 바라보면서 의정활동을 하겠다고 선서를 한다. 부디 이런 마음으로 보좌진을 대한다면 보좌진은 의원이 배려하는 이상으로 보답할 것이다.

 

20대 국회에서는 제발 신문에 국회의원 보좌진에 갑질 논란이라는 타이틀의 기사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

 

권순철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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