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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3사 10조원 규모 자구안 마련" 구조조정 속도
합병ㆍ분할과 같은 인위적인 산업 재편 대신 자구안 이행
2016-06-08 17:26:13 2016-06-08 17:26:13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정부가 빅3 조선사의 10조3000억원 규모 자구계획을 확정했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 없이도 기업 스스로 유동성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자구책을 만든 게 이번 계획의 핵심이다.
또 정부는 중소조선사에 신규자금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우고, 회생이 불가능할 경우 대형사의 하청공장으로 만드는 방안을 시사했다.  2018년까지는 자체 생존할 수 있는 전략들이 담겼다. 조선업계와 해운업계는 각자 진행해온 자구안을 충실히 이행해나간다는 계획이다.
 
조선 빅3가 총 10조 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확정했다. 사진/뉴시스
 
정부는 8일 관계기관 합동으로 '산업·기업 구조조정 추진현황 및 향후계획' 을 발표했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042660)삼성중공업(010140), 현대중공업(009540) 등 대형 3사에 대해 수주상황이 악화될 것을 고려한 강도 높은 자구안 이행을 요구해 왔고, 이날 총 10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조선 3사의 자구안은 주로 호황기에 맞춰진 몸집을 줄여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조선업황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자산과 인력을 감축해 버틴다는 전략이다. 우선 조선업과 관계 없는 비핵심자산을 팔아 유동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하이투자증권 등 3개 금융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밖에 현대차와 KCC 등 보유주식과 매출채권, 현대아반시스 지분 1조5000억원어치를 매각한다. 삼성중공업은 거제호텔과 산청연수원, 판교 R&D센터와 유가증권 등 총 5500억원 규모의 자산매각을 추진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서울본사와 마곡 부지를 반납한다. 또 14개에 달하는 자회사를 2020년까지 모두 매각키로 했다.
 
인력 구조조정도 진행 중이다. 최근 사무직에 이어 기장(과장급) 이상 생산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총 2000여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산직 대상 구조조정은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020년까지 직영인력을 20% 이상 감축하고, 임직원 임금 20%를 반납해 직영인건비를 30% 줄인다. 업계 최초로 사무기술직에 대해 성과연봉제를, 생산직에 대해 직무급제를 도입한다. 삼성중공업은 희망퇴직을 통한 인력 조정을 시행하기로 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자구안을 통해 유상증자를 단행한다고 밝혀 그룹 및 계열사의 지원 가능성을 열어뒀다. 증자 시기와 규모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사회에서 정관변경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하는 등 증자를 위한 사전 작업이 이달부터 시작된다.
 
이들은 수주절벽이 앞으로 3~4년간 장기화되고 해양플랜트 인도 관련 리스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자구안과는 발도의 비상계획안도 세웠다. 현대중공업은 3조6000억원의 비상계획안을, 대우조선해양은 인력 추가조정과 임금삭감 등을 담은 비상대응방안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3사가 치열하게 싸우며 커왔지만 지금은 숨 고르기에 들어가야하는 시점"이라며 "자구안 이행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미 자구안을 제출하고 산업은행으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은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이날 추가자구안을 확정했다. 이번 자구안의 목적은 과거 5년치 평균 수주 실적인 123억 달러의 50~70% 수준에서도 영업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데   초점을 뒀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은 이날 확정된 추가자구안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특수선 분할매각 철회와 인위적 인력 감축에 반대하는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우조선해양 노조 관계자는 "특수선의 분할매각은 특수선 사업부문의 기술력을 사장시키고 유능한 기술자들이 일터를 버리고 다른 직업을 찾아가는 결과를 초래함은 물론 대우조선의 해외매각을 가능케하는 토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중소조선사에 대해서는 채권단의 추가 신규지원은 불가하다고 못박았다. 채권단의 선수금환급보증(RG)발급을 최소화하고,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은 스스로 해결토록했다. 자체 해결이 어려운 경우 처리방안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원칙도 세웠다.
 
다만 전세계 선박시장의 50% 를 차지하는 중소형 선박시장을 빼앗기게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관계자는 "어려움을 겪는 중견조선소를 통합해서 없애면 중국과 일본에 좋은 일을 하는 꼴"이라며  "(중형조선소는) 오히려 키워야 할 산업군"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이날 해운업계에 경영정상화 방안도 발표했다. 부채비율 400%를 달성한 업체에 대해서는 선박 신조와 노후선박 등 선대 개편을 추진한다. 현대상선(011200)한진해운(117930) 모두 채권단의 영향력이 커진만큼 업계 이해도가 높은 해운 전문가로 회사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대상선의 경우 채권단의 조건부 채무조정안이 결의된 가운데 사채권자 채무조정안도 가결된 상태다. 용선료 협상은 이번주 중으로 마무리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지금까지 자율협약 과정을 잘 이행해온만큼 얼라이언스 편입 등 앞으로 남은 과제도 이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자율협약을 개시한 한진해운은 현대상선에 비해 넘어야할 산이 많다. 이달말 만기도래하는 1900억원 규모의 공모채 상환 유예를 비롯해 채무조정을 위한 4번의 집회가 남아있다. 용선료 인하를 위한 1차 협상을 마무리한 상태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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