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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콘텐츠 시대)성큼 다가온 'VR시대'…콘텐츠 부재시 3D TV 전철
IT 공룡들의 잇단 출사표…"킬러 콘텐츠 확보가 성공의 키"
2016-07-26 08:00:00 2016-07-26 08:00:00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지난해 8월 발간된 가트너의 신기술 하이프 사이클(Hype Cycle·기술의 성숙도를 표현하는 주기)에 따르면 가상현실(VR)은 제3단계인 '일시적 침체기' 후반부에 위치, 다음 단계인 '기술 개화기'에 임박했다. 안정화까지 5~10년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돼, 가까운 미래에 VR이 우리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것으로 보인다. 
 
VR은 최근 몇 년 사이 빠르게 발전했다. 관련 기술의 연구가 시작된 지 오래됐지만, 이를 구현할 디바이스가 부진했던 탓에 상용화가 더뎠다. 그러다 지난 2014년 구글의 카드보드와 삼성전자의 기어VR 등 단순하지만 VR을 경험할 수 있는 헤드셋들이 출시되면서 태동했다. 올 들어서는 오큘러스 리프트, HTC 바이브 출시로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다. 하반기에는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4 주변기기로 사용될 플레이스테이션VR이 출격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올해가 VR의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감에 차 있다. VR 디바이스 판매가 본격화되면서 콘텐츠 개발도 활성화될 조짐이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전세계 VR 시장 규모가 올해 67억달러에서 2020년 700억달러로 10배 가까이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국내 상황 역시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VR산업협회는 지난해 국내 VR 시장이 연내 1조원을 돌파한 후 2020년 5조7271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VR의 활용 분야는 다양하다. 이용자에게 높은 몰입감을 제공할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게임이나 방송 등 영상 관련 분야에 주목도가 특정됐으나, 지금은 교육·의료·전시·부동산·전자상거래·여행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5년 VR 기술로 창출되는 수익이 게임분야 115억달러, 이벤트산업 41억달러, 영상엔터테인먼트 32억달러, 헬스케어 51억달러, 교육 7억달러 등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성장 기회가 무궁무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IT 공룡들은 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플랫폼이나 소프트웨어 등 하드웨어 외적 부분에서의 영향력 강화에 고심하고 있다. 카드보드를 내놓으며 VR 시장 개척에 포문을 연 구글은 스마트폰 OS 시장을 장악했을 때와 비슷한 오픈 전략을 사용 중이다. 구글은 지난 5월 열린 연례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I/O 2016'에서 VR 플랫폼 '데이드림'을 3분기 중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누구나 VR용 게임과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VR 생태계 조성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영상을 합성하고 VR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점프'도 출시했다. 이밖에 새로운 VR 개발팀을 조직해 VR 콘텐츠로 광고시장을 확장할 수 있는 방안도 연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에 인수된 원조 VR기업 오큘러스는 영국 런던에서 개발팀을 꾸리고 개발인력 채용을 늘리고 있다. 또한 자체 앱마켓 오큘러스 스토어에 우주전쟁을 배경으로 한 슈팅게임 '이브발키리', 애니메이션 배경의 캐주얼게임 '럭키스테일', 레이싱 게임 '프로젝트 카' 등 30여개 게임을 등록해 리프트와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자회사인 오큘러스 스튜디오를 통해서는 CG로 제작한 VR 애니메이션 '헨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스페인에서 열린 갤럭시S7 언팩에서 5000대의 기어VR을 동원, VR시대 개막을 선언한 데 이어, 번지점프와 스카이다이빙 체험이 가능한 '갤럭시 어드벤처 파크', 에버랜드 판다월드를 가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체험존 등 VR을 접할 수 있는 다채로운 콘텐츠들을 제작했다. 오는 8월 브라질 올림픽에서는 미국 4대 방송사 중 한 곳인 NBC와 독점계약을 통해 개막식을 비롯해 85시간 분량의 VR 영상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VR 콘텐츠 전용 플랫폼 밀크VR을 삼성VR로 확대 개편했다.
 
애플은 수면 아래에서 내부적인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 모션캡처 스타트업 페이스시프트, 올 1월 얼굴 표정 인식기업 이모션트 등을 연이어 인수했고, 미국 최고의 VR 전문가로 꼽히는 더그 보먼 버지니아 공대 교수를 영입해 조직 정비에 나섰다. 
 
VR의 대중화까지 해결해야 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멀미, 시각적 피로 등 하드웨어의 기술적 부분에 대한 보완과 함께 콘텐츠 확보가 난제로 꼽힌다. 과거 3D TV가 출시됐을 당시 신기술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달리 고품질 3D 콘텐츠 부족으로 대중화에 실패했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가 입을 모아 "킬러 콘텐츠의 확보가 VR산업 성공의 키를 쥐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다양한 아이디어 구현이 중요한 산업인 만큼 관련 스타트업이 활성화될 수 있는 환경 마련 없이 대기업 혼자로서는 역부족이란 충고도 뒤따른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VR 분야 투자는 장기적으로 관련 생태계를 만들고 주도권을 잡는 형태로 진행돼야 한다"며 "중장기적 미래를 위한 기술 개발과 투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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