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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간 펼쳐진 선거운동 열전…말 한마디에 판세 요동
토론회 거치며 지지율 등락 거듭…'2강 3약' 구도 '1강 2중 2약'으로 재편
문 '1일 1정책' 기조로 안정감…안 "MB 아바타" 발언으로 하락 자초
2017-05-08 16:27:59 2017-05-08 16:28:49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8일까지 22일 간 이어진 19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각 후보들은 말 그대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과 같은 지지율 변동을 겪었다. 일반적으로 대선 막판 각 후보 지지율이 별다른 변동 없이 고착화되는 것과 달리 이번에는 공식 선거운동 시작 전 ‘2강 3약’ 구도가 불과 20여일 만에 ‘1강 2중 2약’으로 재편됐다.
 
안 "내가 MB아바타입니까" 발언 뒤 하락 반전…문 "동성애 반대" 발언도 한동안 회자
 
공식 선거운동 기간 초반만 해도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1위 싸움이 치열했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이 YTN·서울신문 의뢰로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지난달 17일) 전국 성인남녀 104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후 다음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후보 지지율은 37.7%로 안철수 후보(34.6%)에게 불과 3.1%포인트 차이로 쫓겼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4월 초 일부 여론조사에서 안 후보가 문 후보를 역전했던 것 만큼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가시권에 있었다. 안 후보는 대선후보 등록과 동시에 국회의원직까지 던지며 배수진을 쳤다.
 
안 후보 측은 철저히 문 후보를 상대하는 전략으로 따라잡기에 나섰다. 문 후보를 상대로 한 양자토론 요구를 계속하는 한편 대변인·부대변인단 명의의 각종 논평도 그에게 집중했다. 이에 대해 문 후보는 ‘1일 1정책 발표 등을 통한 준비된 후보’ 전략을 펼쳤다. 민주당 선대위 유은혜 수석대변인이 선거 중반 “민생과 안보, 일자리, 통합을 키워드로 각각의 부분에 대해 매일 정책공약을 발표하는 기조를 끝까지 유지할 것”이라고 말한 것은 선거 막판까지 이어졌다. 이는 문 후보에게 안정감을 부여하며 안 후보와의 차이를 점차 벌려나갔다.
 
여론조사 상 안 후보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분기점이 된 것은 지난달 23일 3차 TV토론회였다. 토론회에서 안 후보는 문 후보를 향해 “제가 갑철수입니까, 안철수입니까”, “제가 MB(이명박 전 대통령) 아바타입니까” 등의 질문을 던졌다. ‘민주당 선대위가 근거없는 흑색선전으로 본인에게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유권자들 사이에서 안 후보의 ‘자해적 네거티브’로 인식되며 지지율 하락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박지원 초대 평양대사’ 발언과 관련해 질문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에게 “실망이다. 그만 좀 괴롭히시라”고 말한 것도 지지율 하락에 한몫을 했다는 평가다. 토론회 전만 해도 문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내외를 기록하던 것이 이날을 기점으로 최대 20%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졌다.
 
지지율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았지만 지난달 25일 jtbc 토론회에서 나온 문 후보의 동성애 관련 발언은 진보 유권자들 사이에서 한동안 회자됐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의 “동성애를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문 후보는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를 놓고 SNS상에서는 찬성·반대 논란이 이어졌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라고 본다”, “나는 이성애자이지만 성 소수자 인권과 자유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답이 호응을 받았지만 심 후보로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홍 '노조 때리기'로  보수 결집…유 “개혁보수” 내세우며 막판 상승세
 
그 사이 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안 후보와의 격차를 착실히 좁혀나가며 ‘2중’ 구도 형성에 성공했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층 공략을 포기하는 대신 보수층을 상대로 한 구애에 열중했다. “욕을 먹더라도 강성 귀족노조의 적폐를 해결하겠다”, “집권하면 종북세력과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대한민국에서 발붙일 수 없도록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등의 발언은 진보·개혁 유권자의 반감을 샀지만 보수층 결집 효과를 불러왔다.
 
공식 선거운동 돌입 직전까지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10%를 넘지 못했던 홍 후보 지지율은 5월 들어 20%를 넘어섰다.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196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홍 후보(21.2%)가 안 후보(19.4%)를 처음으로 앞지르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문 후보의 '대세론' 공고화로 당초 투표를 포기하려 했거나 안 후보에게 실망한 보수층 표심의 회귀 현상이 홍 후보 지지율 상승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에게 집중하던 국민의당 선대위의 각종 비판 논평이 홍 후보까지 포함한 양방향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다.
 
선거기간 초반 지지율 3~6%대를 벗어나지 못했던 유승민 후보에게 찾아온 ‘단 한 번의 기회’는 지난 2일 마지막 TV토론이었다. 대선후보 등록 직후부터 당 내 상당수 의원들에게 후보 단일화 압박을 받아온 그는 이날 토론회 막바지 “낡은 보수, 썩은 보수로는 보수는 괴멸하고 만다. 이제는 따뜻하고 깨끗하고 정의로운 개혁보수가 나타나야 한다”는 말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샀다.
 
토론회 직전 바른정당 소속 의원 13명이 탈당을 선언하며 입지가 흔들리던 중 내민 반전카드는 어느정도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 유 후보 측은 “젊은 층에서 건강한 보수를 지지 하겠다는 여론이 급상승하는 중(바른정당 지상욱 대변인단장)”이라며 지지율 10% 달성을 기대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왼쪽 두 번째)가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야탑역 광장 집중유세에서 정책을 전달받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문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상대측의 각종 공세에 ‘1일 1정책’ 기조로 대응하며 안정감을 이어갔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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