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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도 세금 인상…업계 "당혹스럽다"
필립모리스 등 반발 "시장 고사할 것"…소비자도 '볼멘소리'
2017-08-24 06:00:00 2017-08-24 06:00:00
[뉴스토마토 이광표 기자] 정부가 담배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담뱃세 인상을 추진하면서 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반 담배와 동일하게 세금 인상이 적용될 경우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강력한 반발 기류도 보이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아이코스',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한 개별소비세법 일부개정안이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조정소위원회를 통과했다. 기재위 조세소위는 궐련형 전자담배는 20개비당 594원, 비궐련형 전자담배는 1g당 51원 과세하는데 합의했다.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면 현재 아이코스, 글로에 붙는 개소세는 1g당 21원(1갑에 6g)에서 20개비(1갑)에 594원으로 인상된다. 업계에서는 현재 1갑당 4300원인 아이코스 히츠(담배스틱)의 가격이 6000원대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개소세 인상'은 이미 아이코스 출시 전부터 이슈가 돼 왔다. 인상이 이뤄질 경우 궐련형 전자담배의 성장세에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를 보이던 업체들도 우려가 현실화 되자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아이코스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필립모리스는 대규모 생산라인 투자계획 재검토까지 거론하며 강한 반발을 표시했다. 필립모리스는 공식 입장을 통해 "아이코스는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25개국에 출시됐으나 어떤 국가에서도 일반 궐련과 동일한 세율을 적용한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독일과 영국 이탈리아 스위스 등 대부분 국가에서 궐련 대비 50% 이하의 세율을 적용한다"며 "국내에서도 현재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은 궐련에 비해 낮은 세율을 적용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개별소비세 중과세에 이어 담배소비세와 국민건강증진부담금까지 증세가 이뤄지면 제조원가 수입관세 부담 등으로 사업 유지가 힘들어질 것"이라며 "소비자 판매가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호소했다.
 
최근 아이코스의 대항마로 '글로'를 출시한 BAT코리아측도 "이번 결정을 매우 아쉽게 생각하며 가격 인상을 심각하게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연내 궐련형 전자담배 출시를 준비 중이던 KT&G(033780)도 이번 인상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KT&G는 경쟁사들이 잇따라 궐련형 전자담배를 출시하는 와중에도 '개소세' 인상여부를 신중히 지켜보며 플랜A와 플랜B를 따로 두고 제품 출시시기를 조율해왔다. 이제 변수가 사라진만큼 본격적으로 제품가격과 출시 시기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KT&G관계자는 "일단 정부 정책에 최대한 따른다는 입장"이라며 "향후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추이를 좀더 면밀히 지켜본뒤 연내에는 제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의 이번 인상안을 접한 소비자들의 볼멘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 소비자는 "건강에 덜 해로운 제품을 일반담배보다 더 높은 가격에 구입하라고 하면 그냥 일반담배를 다시 피우겠다"며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정책 취지에도 어긋나는 정책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원가 및 40%의 수입관세 부담 등까지 존재하는데 이번 인상안으로 사업의 유지가 힘들수도 있게 됐다"라며 "불가피해 보이는 제품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선택권을 제약해 결과적으로 신규시장 고사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한 개별소비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한 남성이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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