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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 잊을 만하면 터지는 총수일가 파문
일감몰아주기 혐의 벗었지만…횡령·배임혐의로 조양호 회장 경찰 출석
2017-09-03 18:37:43 2017-09-04 08:54:47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총수 일가의 부당이익 취득 관련해 과징금 소송에서 승소하며 한숨을 돌린 한진그룹 앞에 또 다른 대형 악재가 덮쳤다. '땅콩회항'으로 재벌 3세의 부도덕한 행태가 여론 도마에 오른 데 이어 일감 몰아주기, 횡령 및 배임 등 경제범죄 혐의까지 끝없는 오너 리스크에 한진이 몸살을 앓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오는 19일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한다. 조 회장은 지난 2013~2014년 서울 평창동 자택 인테리어 공사비용을 영종도 호텔 신축 공사비로 전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7월 대한항공 본사를 압수수색한 경찰은 지난달 24일과 25일 조 회장과 부인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이었지만, 조 회장이 치료 목적으로 미국에 체류 중이라며 출석 연기를 요청해 미뤄졌다. 이후 조 회장 측이 오는 19일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하게 된다. 횡령 및 배임 혐의에 해당되는 데다, 무엇보다 재벌 회장이 자택 공사비용을 회삿돈으로 지출케 했다는 점에서 사회적 비난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앞서 서울고등법원 행정2부는 지난 1일 대한항공이 공정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공정거래법 위반 과징금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난해 11월 공정위는 대한항공이 계열사인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와의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로 총수 일가가 부당한 이익을 편취했다며 총 14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후 대한항공이 과징금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가 공정위 처분에 대해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부당이익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새정부 들어 공정위의 역할과 위상이 크게 강화되고 김상조 위원장이 대기업 조사를 전담하는 기업집단국을 신설하는 등 칼날이 예사롭지 않아 위험 요인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한진그룹이 계속된 오너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조양호 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오는 19일 경찰에 출석한다. 사진/대한항공
 
대한항공을 주력으로 한 한진그룹은 잊을 만하면 터지는 오너 리스크로 대외적 이미지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1999년과 2009년 총수 일가의 조세포탈 혐의를 비롯해 2014년 조 회장의 업무상 배임 혐의 및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등 파문의 연속이었다. 특히 올해는 대한항공이 연초 조원태호 출범 이후 소통과 투명경영에 무게를 실으며 총수 일가와 관련된 부정적 이미지 탈피에 매진해 온 만큼 자칫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 고위 관계자는 "새정부 출범 이후 재벌에 대한 엄격한 잣대가 적용되는 상황에서 조 회장이 좋지 못한 일로 경찰에 출석하게 돼 유감"이라면서도 “혐의 결과와 상관없이 그룹 이미지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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