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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미래연구원)"기존의 수출주도 성장, 국민들의 삶 개선에 기여못해"
"핀셋증세보다 보편적 증세 필요…공공보다 민간 일자리 창출 더 중요"
2017-09-06 06:00:00 2017-09-06 06:00:00
문재인정부의 경제정책, 이른바 J노믹스의 첫걸음은 잘 시작되고 있는가. 새 정부 출범 100일을 지나면서 우리 경제의 실상과 전망은 어떠한가. 과연 정부의 경제 활성화 의지는 충분한가.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당면 과제와 처방 등에 대해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지난 8월22일 국가미래연구원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좌담에는 유연채 전 KBS 정치부장의 사회로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가 참여했다.(편집자)
 
-유연채: 지속적인 잠재성장률의 저하, 불평등의 심화, 바로 이런 상황에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패러다임의 변화라는 것은 어떤 의미고 왜 중요하다고 봐야하나?
 
▲김동원: 지난 10년간 한국 경제는 성장잠재력이 많이 떨어졌다. 예를 들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평균성장률이 거의 1% 포인트씩 낮아졌다. 동시에 양극화는 심화되는 현상이 누적돼왔고, 그렇기 때문에 문재인정부에 들어와서는 경제중심을 ‘성장 중심’ 혹은 ‘양의 중심’에서 ‘국민 중심’, ‘삶의 중심’으로 옮겨가야겠다는 패러다임의 전환 자체는 큰 의미가 있다.
 
J노믹스 ‘사람중심 경제’, 패러다임 전환의 의미
 
-유연채: 문재인정부가 내놓은 새로운 패러다임의 방향은 이른바 J노믹스, 그리고 소득주도의 성장이다. 이것이 새로운 방향인가?
 
▲신세돈: 전통적인 경제학에서는 경제가 이렇게 부진하고 살림살이가 어려울 때 쓰는 처방이라는 것이 정부가 찍어내는 돈이든, 세금으로 거두어낸 돈이든 그 돈을 가지고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키고 그 기업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해서 경제가 선순환하게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이런 방식이 먹히지 않고 있다.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꾸자는 것이다. 그 핵심내용은 기업 대신 사람에게 투자를 하자, ‘사람중심 경제’ 이것이 문재인정부의 경제철학이라고 이해한다.
 
▲김동원: 새 정부 들어 소득주도의 성장을 내세운 것에는 시대적인 당위성이 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과거와 같은 수출주도의 성장이라고 하는 것은 세계 환경의 변화 때문에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설사 그것이 가능하더라도 그것은 ‘가진 소수’에게만 이익을 주는 것이지, 다수 국민들의 삶을 개선시키는 데는 기여하지 못했다.
 
기본적으로 이 틀을 가지고는 도저히 갈 수가 없다. 저성장 고령화 시대를 대응할 수가 없다. 그래서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한다. 중심을 시장에서 정부로, 또 성장에서 국민의 삶으로 중심을 바꾼 것이다.
 
왜곡돼 가는 ‘사람중심, 소득주도 성장’ 의미
 
-유연채: 일각에서는 ‘퍼주기다’, ‘선심성이다’라는 논란도 있지만 문재인정부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이 길을 가겠다고 하고 있다. 성공가능성, 지속가능성은 어떠한가?
 
▲신세돈: 새 정부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것이 사람중심인데, 사람중심이라고 하는 것도 2가지 버전이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서 ‘돈을 써라’ 해서 돈을 대주는 류의 사람중심의 경제방책이 있는가 하면, 그 사람이 나가서 일을 얻을 수 있도록 교육을 시키고 트레이닝을 시키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사람을 위한 투자의 사람중심 정책’이 있다.
 
흔히 사람중심의 경제정책이라고 하면 후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온 100일 동안의 문재인정부 사람중심 철학, 경제 정책을 보면 가난한 사람한테 수당을 더 주고, 아이를 가지고 있는 사람한테 수당을 더 주고, 또 병원 갈 형편이 안 되는 사람한테 병원비를 지급해주고, 이런 식의 사람중심의 경제정책은 원래 당초 계획했던 사람중심의 경제정책하고는 버전이 상당히 다른 것이다.
 
▲김동원: 소득정책이라고 하는 것은 이런 양극화를 보완하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가 제안한 것이다. 노조로 하여금 협상력을 높여서 시장작용 결과로는 불리한 노동자의 위치를 좀 강화시키고 소득을 높여 삶의 질을 높이자는 보조적인 정책으로 소득정책이 거론되어 왔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정부에선 그것이 아니고 시장에서는 도저히 국민의 삶을 제대로 보장할 만한 소득이 안 나오는 국민들한테 정부가 직접 돈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재원이다. 지금 정부가 생각하는 대로 이렇게 가면, ‘조금만 더 퍼주면 이것이 자생적으로 시장내부에서 경제를 끌어간다’, ‘소득주도성장이 새로운 소비를 만들어서 우리 경제를 내수중심으로 새로운 성장궤도로 들어가게 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돈 몇 푼 쥐어주는’ 분수효과로는 지속성장 어려워
 
-유연채: 지금까지 대체적으로 분석한 한국경제에서 새 정부의 흐름을 보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것 아닌가?
 
▲신세돈: 지금까지는 낙수효과라고 그랬다. 큰 기업이나 대기업에게 정부가 지원해서 그 기업이 잘되면 자연히 일자리가 생기고 그래서 소득이 창출되고 경제가 선순환 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새 정부는 “노는 사람들, 노령층, 그 다음에 빈민층에게 돈을 주면 이 사람들이 나가서 돈을 쓰니까, 이것이 경제를 살릴 것이다”는 것이 정책방향이다. 그런데 돈도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돈을 준다고 그 사람이 생산성 있는 인력으로 바뀐다는 보장이 없다. 그런 차원에서 1~2년은 갈 수 있는 정책이지만 5~10년 굴러갈 수 있는 정책으로서는 과연 합당한가는 의문이다.
 
-유연채: 분수효과라는 새로운 용어까지 생겼다. 시장은 지금의 정책추진 방향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다.
 
▲김동원: 충격적이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가 뭐냐 하면 과연 성장잠재력 쇠퇴를 하면서도 이 고령화 사회를 맞을 수 있는가다. 자문해 보면 현 정부의 정책방향이 이 문제에 대한 답은 아니다. 일시적으로 1~2년 동안 그동안 허기진 계층에 대해 보충하는 효과는 될 런지 모르지만 이런 식으로 오래 경제를 끌어간다면 이 정부가 끝날 때쯤 되면 한국 경제는 기진맥진한 경제가 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공공부문보다 민간 일자리 창출이 더 중요
 
-유연채: 소득주도성장의 가장 가시적인 성과로 예상해볼 수 있는 것이 일자리창출인데 정부 주도로 가능한가.
 
▲신세돈: 민간 부문에서 일자리가 안 만들어지니까 정부가 나서서 정부 또는 공공부문에서 일자리를 80만 개, 좀 더 넓게 잡으면 131만 개를 늘리겠다는 건데 설사 131만개 고용을 만든다고 해도 전체 상용 근로자에 비하면 별 것 아니다.
 
또 실제 일자리는 공공부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민간부문에서 나와야 한다. 민간부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가 지금까지 내놓은 대책이 무엇인가 봤더니 ‘일자리 지원 3종 패키지’라는 것이다. 일자리 만드는 기업한테 세금 혜택주겠다, 급여를 올려주거나 정규직으로 바꿔주면 세금혜택 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에도 효과를 못 본 정책이다.
 
-유연채: IMF나 OECD 등에서도 성장을 위한 재분배 정책을 권고하고 있고 ILO에서도 임금주도성장을 정식으로 성장정책으로 제안한 적도 있지 않은가.
 
▲김동원: 기본적으로 양적성장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완화하기 위한 보정적인 정책으로서 소득주도성장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시장역할 그 자체를 부정하고 정부중심의 일자리 만들기를 성장의 틀의 중심으로 삼는 것은 옳지 않다. 그것을 ILO가 권하거나 OECD가 권하는 것도 아니다.
 
고용창출 원하면 최소한 민간 기업활동 위축시키지 말아야
 
-유연채: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해오고 있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들을 보면 기초연금이나 건강보험 혜택을 늘린다거나 최저임금 대폭 인상, 고소득자 거대기업에 대한 부자증세, 또 공무원을 늘리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인데 여론조사를 보면 서민들이나 취약계층으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것 아닌가.
 
▲신세돈: 상당히 기대를 하고 현 정부에 대해 박수를 보내는 계층은 첫째 대부분이 세금을 별로 내지 않거나 아예 안 내는 분들이다. 반대로 세금을 상당히 많이 내거나 앞으로 낼 걱정이 있는 분들은 지금 정부의 정책에 대해 전전긍긍하는 이런 상황이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복지, 혹은 취약계층에 대한 소득 지원으로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는데 실제로 정작 일자리 창출에 들어가는 재원은 굉장히 작다.
 
거기에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적어도 민간부문의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면 안 된다. 기업의 사기나 의욕을 꺾는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것이라는 부분을 조심히 다루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최저임금 인상은 걱정이다. 앞으로 중소 중견 자영업자에게 얼마만큼의 충격이 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있었는지 묻고 싶다.
 
-유연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0일 회견에서 충분히 검토하고 설계하고 감당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지 않은가.
 
▲김동원: 당연하다. 그렇게 만들라고 지시하고, 공무원은 ‘가능합니다’라고 얘기한다. 똑같은 일이 박근혜정부에서도 일어났다. 공약가계부가 그것이다. 공약가계부도 140 몇 조를 쓰면서 국민들에게 세금을 더 걷지 않고 해결한다고 얘기를 했다. 그런데 딱 1년 지나니까 아무도 공약가계부를 얘기하는 사람이 없었다.
 
새 정부 들어 국정기획위원회에서 공약 이행을 위해서 178조가 필요한데, 178조가 세출 감소로 95조, 조세를 비롯한 세입 확충으로 82조 해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했다. 지금 내놓았던 기초연금 인상, 아동수당, 기초생활수급자 확대 이것은 여기에 들어 있다. 그런데 그대로 믿으면 박근혜정부가 했던 실수와 똑같은 실수를 하게 된다. 보편적 복지의 위험은 한 번 늘리면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료의 경우 과연 이대로 버틸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크다.
 
복지국가 만들려면 핀셋증세보다 보편적 증세 필요
 
-유연채: 그래서 제기된 것이 증세다. 지금 추진되고 있는 초고소득 대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이른바 핀셋증세 방향은 맞다고 봐야하나.
 
▲김동원: 증세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증세를 소수 얄미운 고소득층에 대해서 집중한다는 것은 답이 아니다. 지금 우리가 안고 있는 저성장 고령화시대에 대비해야 할 준비를 하지 않았던 것이 다 밀려서 문재인정부로 온 것이다. 모든 국민이 고통분담을 하고 십시일반 다 해야 한다. 지난 1998년 IMF 위기 나왔을 때 금 모으기 했던 것처럼 우리가 국력을 모아서 다시 성장 잠재력 기초를 세워야 할 것이다. 그것을 국민들에게 인기를 얻기 위해서 소수에게만 거두어서 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세돈: 고소득층에게 세금을 올려 조달할 수 있는 것이 6조 정도 된다. 소요재원 178조에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지금 급여생활자 중에서도 세금을 안내는 분들이 거의 절반 정도 된다. 이분들이 작게 내더라도 십시일반으로 세수가 걷힐 수 있는 부분이다.
 
▲신세돈: 복지국가의 원조인 영국이 1920년도에 복지국가로 전환하면서 아주 탁월한 정치지도자가 로이드 조지라는 사람이 있었다. 로이드 조지가 국민예산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면서 모든 국민이 소득세를 낸다. 담배, 자동차, TV에 대해 모든 소비세를 문다. 그리고 토지의 가치가 올라가면 양도소득세를 문다, 이렇게 전방위적으로 세금을 거두어서 복지국가의 초석을 만들었다. 로이드 조지는 처칠에 버금가는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치인이 되었다. 문 대통령께서 정말 복지국가로 전환을 하고 싶으면 이런 식의 핀셋증세로는 어려우니 보편적 증세로 가야한다.
 
국민이 원하는 건 10만원, 20만원이 아니라 ‘희망’
 
-유연채: 이렇게 정치가 경제를 압도하는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 한국경제의 컨트롤타워가 어딘가라는 분석까지 나오는데.
 
▲김동원: 한국경제의 컨트롤타워는 국민이다. 그래서 당연히 정치권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부가 주어야 할 것은, 국민이 원하는 것은 10만원, 20만원이 아니라 ‘희망’이다. 제대로 된 정책을 가지고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고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이지 국민의 호주머니에 10만원, 20만원 넣어주는 것이 국민이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세돈: 한국경제가 지속적으로 굴러가기 위해서는 독일이나 일본이나 스위스를 능가하는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 경쟁력 중심에는 기업이 있다. 그 기업을 어떻게 해서 초 인류의 기업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정부의 지원, 국력의 집결, 이런 부분을 우리는 ‘사람 중심의 경제’라고 본다.
 
10만원 주던 것을 20만원 주고, 20만원 주던 것을 25만원 주는 것으로는 사람중심의 경제가 절대 되지 않는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니까 지금이라도 계획을 다시 짜서 정말 제대로 된 사람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탈바꿈해야한다.
 
지금이라도 ‘제대로 된 사람중심 경제’ 다시 짜 실천해야
 
-유연채: 워낙 탄핵된 박근혜정부의 대칭점이 있기 때문에 현 정부로서는 상당히 조급성도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전광석화와 같은 경제 개혁정책을 밀고 가고 있는데 J노믹스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어떠한 속도조절이나 완급조절이 필요한가.
 
▲신세돈: 속도조절 정도가 아니라 근본적인 발상전환이 필요하다. 지금 100일 동안 다 본 것은 아니지만, 지금 나온 정도만 가지고 평가를 한다면 사람중심의 정책 또는 소득중심의 정책이 ‘이런 류’라고하면 지속될 수 없다고 단언한다. 국가부채문제라든지 경제의 외부충격으로 금방 쓰러질 것이다. 사람중심 정책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에 대해서 청와대와 대통령께서 면밀히 검토를 하고 그런 부분을 충분히 가미해 새로운 버전으로 사람 중심의 정책, 소득중심의 정책을 변모시켜야만 한다.
 
지난달 22일 국가미래연구원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좌담회에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왼쪽부터), 유연채 전 KBS 정치부장,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국가미래연구원
국가미래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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