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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회장 인선, 후보자 비공개 논란
개방형 외부공모도 생략…후보군 대부분 전현직 임원 관측
2017-09-11 08:00:00 2017-09-11 11:44:37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KB금융(105560)지주의 차기 회장 인선이 본격화된 가운데 외부 개방형 공모 없이 후보군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을 빚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의 회장 후보를 선정하는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지난 8일 20여명의 최초 후보군을 7명으로 압축했다.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확대위는 오는 14일 다시 회의를 열어 이들 7명을 추가로 심사해 최종 후보자군을 3명 안팎으로 좁힐 계획이다.
 
KB금융의 회장 인선은 KB에 몸 담은 적이 없는 순수한 외부인사보다는 내부 출신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에 끝나지만 조기에 후임자를 찾는 것도, 외부 출신들에게 후보 신청 기회를 주는 개방형 공모를 생략한 것도 이런 배경으로 해석된다. KB금융은 외부 헤드헌터 업체로부터 최초 후보군 20여명을 추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 2014년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은행장의 내분으로 촉발된 KB사태 이후 새로운 경영진을 뽑을 때와 차이가 없다. 당시 외부출신 후보로는 하영구 현 은행연합회장과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 등이 이름을 올렸으나, 국민은행 부행장을 지낸 윤종규 회장이 최종 선임됐다. 이후 KB금융은 금융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지난해 7월 경영승계규정을 마련했다. 차기 회장으로는 70세를 넘지 않고 CEO에 준하는 전문성과 도덕성, 리더십 등을 갖춘 사람이라는 자격요건을 뒀다. 후보 모집이나 공개 여부에 대해서는 별도로 강제하지 않았다.
 
KB금융 확대위는 현재까지 차기 회장 후보군을 7명으로 좁혔지만 후보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KB금융 이사회 관계자는 "지난 8일 확대위에서 숏 리스트를 확정하지 않고 회의가 속개되는 오는 14일에 3인 내외의 숏 리스트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숏 리스트에 포함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후보자들의 명단 공개는 자칫 개인에 대한 명망에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회장 인선 절차는 외부 출신 보다는 내부 출신에 힘을 실어주는 구조가 됐다. 실제로 차기 회장 후보군에 이름을 올린 인사들 대부분이 전현직 KB금융 임원인 것으로 전해진다. 내부 자격 기준을 비춰보면 내부에서는 김옥찬 KB금융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등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관측된다.
 
외부 인사로는 민병덕 전 국민은행장, 김기홍 전 국민은행 수석부행장 등이 거론된다. 외부 인사라고 하지만 이들 모두 수년 전 KB금융을 퇴직한 사람들이다. 이번 KB 회장 인선이 사실상 전·현직 임원들의 경쟁인 셈인데, 금융권에서는 "현직 프리미엄이 없는 전직 임원들의 경쟁력을 감안했을 때 회장 인선에 들러리를 서는 수준일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그룹 임원이나 계열사 대표로 있는 후보들도 현실적으로 현직 회장인 윤 회장과 차기 회장 자리를 두고 대립각을 세우기란 쉽지 않다. 올해 초 신한금융지주 회장 선출 때 위성호 당시 신한카드 사장도 최종 면접에서 자진사퇴한 바 있다. KB금융 내부 출신들도 이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또 차기 회장을 선출하는 확대위가 현직 회장 편향적인 멤버들로 구성돼 있다는 주장도 있다. 확대위는 옛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역할을 하는데, KB사태 수습을 위한 이사회 구성원 교체와 지배구조 개선작업을 진행하면서 회추위가 확대위로 개편됐다.
 
차기회장 후보에 올라와 있는 윤 회장은 확대위에 참여할 수 없어 사내이사 없이 7명의 사외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그런데 이들 모두 KB사태로 이사진이 전원 교체된 후 윤 회장 체제에서 새로 선임되거나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인사들이다.
 
KB금융 계열사 노조협의회도 깜깜이 회장 인선, 회전문 회장 인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KB사태 이후 새로운 이사회가 처음으로 뽑는 구조인 만큼 주주나 노동조합 등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의견도 받아들이라는 주장이다.
 
KB 경영진 내분 사태 이후 새롭게 마련된 경영승계규정에 따라 진행되는 회장 인선임에도 불구하고 이전보다 투명성이나 공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교수는 "경영진 내분 사태 이후 내부 출신에 힘을 실어주겠다는 의미에서 경영승계 규정을 개편한 것으로 본다"면서도 "후보군 명단을 공개하지 않거나 회추위 멤버를 그대로 두는 것은 제왕적 CEO 리스크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는 오는 11월 윤종규 회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차기 회장 인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사진은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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