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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좋은대학·직장보다 '좋은사람'이 먼저다
2017-11-07 06:00:00 2017-11-07 06:00:00
좀 있으면 수능이다. 많은 수험생들이 지금도 갖은 고통 속에 애쓰고 있다. 수많은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다. 목표는 하나,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서.
 
우리는 어떤 대학에 ‘좋다’는 형용사를 붙이는가? 교수진, 학교시설, 학생들의 실력, 연구성과, 취업률, 장학금 등등 학교를 평가하는 요소들은 많다. 그러나 세칭 좋은 학교란 그러저러한 것을 따지기 전에 그저 합격선이 높은 학교를 일컫는 말이었다. 그거나 그거나 같은 말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좋다’는 형용사의 진정한 사용법이 아닐까 싶다. 당연히 좋은 것에 좋다는 말을 붙여야 한단 말이다.
 
왜 좋은 대학에 가야 하는가. 어른들은 학생들에게 “좋은 대학을 나와야 좋은 직장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 치자. 예전부터 숱하게 들어온 말이니 그저 허황된 말은 아닐 거라 치자. 좋은 대학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무엇을 위해 교육하고 학습하는가. 아니 어떤 사람이 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는가. 답은 너무 쉽다.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검증을 해 보아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 좋다는 대학을 나온 이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들의 삶을 보면 좋은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을 터이니.
 
좋은 직장도 마찬가지다. 연봉 많이 받고 복지가 좋은 곳이 좋은 직장일 수 있고, 남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높은 지위에서 대우 받는 곳을 좋은 직장 내지 좋은 직업이라 해온 게 우리의 인식이다. 좋은 직장을 다녀 좋은 직업을 가졌다고 불리우는 사람은 당연히 좋은 일을 해야 한다. 하는 일이 좋지 않은데 좋은 직장 내지 직업이라 할 수는 없을 터이기 때문이다.
 
자, 이제 살펴보자. 지난 박근혜 최순실 국정농단 청문회에 등장한 이들은 다들 한 자리 한 명성하는 사람들이었다. 좋은 대학 나와 좋은 직장 차지한 이들이었다. 장차관은 물론이고 청와대 수석비서관, 유력 공공기관장, 유수한 대학의 교수, 유력한 기업의 총수들이었다. 그들은 좋은 일을 한 좋은 사람이었던가.
 
처지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 치자. 그럼 사람이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덕목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떨까. 이들은 멀쩡한 진실을 궤변으로 감추다 구속되는 신세가 되었다. 잘 나가던 시절엔 서로서로 손잡고 도우며 뒷구멍으론 각종 이권과 돈을 챙겼다. 이런 일을 좋은 일이라 하고, 이런 일을 한 이들을 좋은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한 때 다들 선호하고 선망하던 법률가들은 어떤가. 대부분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업을 가진 거라고 여겨지던 이들 말이다. 누가 뭐래도 박근혜 국정농단 과정에서 법률가들의 역할을 과소평가할 수 없을 것이다. 김기춘, 우병우, 조윤선 정도만 얘기해도 더 말할 필요가 없다. 최근 밝혀지고 있는 국정원의 각종 범죄를 돕고 가짜 사무실까지 만들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방해한 파견 검사들의 행태는 정말 입을 떡 벌리게 한다.
 
법률가로 택할 직업의 정점에 있다 할 수 있는 대법원장 양승태는 어떤가. 사법부의 수장이 판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의혹이 무성함에도 아무런 확인과 해명 없이 그냥 임기를 채우고 자리를 떠났다. 그 어정쩡한 모습이 아무런 잘못이 없는 이가 보일 수 있는 행태가 아니라는 정도는 삼척동자라도 안다.
 
감히 남들에게 호통치며 단죄하는 지위를 차지하던 이들, 언제 그들이 제대로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하며 반성했던가. 그러고도 우린 그들이 좋은 학교를 나와 좋은 직업을 가진 이들이라며 그저 부러워할 수 있을까.
 
어디 그 뿐인가. 문과의 법대가 그렇다면 이과의 의대는 어떤가.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둘러싼 서울대병원의 행태를 떠올려 보자. 동문들을 부끄럽게 하고 의사들을 창피하게 했던 백선하의 궤변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가 학벌이 부족한 이었던가. 아님 직업이 부실했던 것인가.
 
이제 정리하자. 수험생들에게 좋은 학교와 좋은 직업을 운운하기 전에 어른들 스스로 다시 생각하고 성찰해야 할 때다. 과연 어떤 것이 갖추어져야 좋은 학교이고 좋은 직장인 것인지, 우리는 무엇을 배워 어떤 일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것인지. 좋은 사람들이 일구는 좋은 세상은 어떻게 가꾸어가야 할 것인지.
 
 
최강욱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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