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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이견 좁히고 상호신뢰 증진…"기대이상의 성과"
한, '무기구매' 매개로 미측 인식제고 견인…정상간 친밀도도 높여…후속 실무협상 철저 대비 긴요
2017-11-08 18:36:22 2017-11-08 18:36:22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번째 한국 방문이 마무리된 가운데, 문 대통령 입장에서 대규모 무기구매를 매개로 동맹국으로서의 신뢰 확보를 얻어낸 것은 큰 성과로 보인다. 향후 동북아 외교에서 문 대통령의 균형외교 원칙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향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 등 양국 실무자들의 협상 과정에서 공세가 있을 수 있는만큼 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 방한 직전까지만 해도 양국 간 각종 현안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신뢰를 축적하는 정도만 달성해도 성공이라는 말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한중 양국이 내놓은 ‘한·중관계 개선 관련 양국 간 협의 결과’ 중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갈등 해소를 위한 이른바 ‘3대 원칙’이나 문재인 대통령의 균형외교 방침에 대해 미국 측이 불편한 심경을 보이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면서 우려는 더 커졌다. 방문 기간이 중국·일본에 대해 짧은 점에 대한 우려나,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 라운드까지 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비교했을 때 우리 측의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그러나 방한 기간 중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신뢰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 지칭하고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를 상당히 배려한 언행을 보이며 성공적으로 방한 일정을 마무리했다는 평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한미 관계가 오랜 동맹국이 아닌 그 이상의 위대한 동맹임을 재확인했다”고 자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방한기간 내내 한국과 문 대통령에게 “우리는 전쟁에서 나란히 싸웠고 평화 속에서 함께 번영한 파트너이자 친구다”, “미국과 한국의 중요한 안보 파트너십은 우리의 영속적인 동맹의 한 단면일 뿐이다. 다양한 사안에 깊은 파트너십을 공유하고 있다”는 극찬을 쏟아냈다. 일각에서 제기한 ‘코리아 패싱’ 우려에 대해서도 “대한민국은 굉장히 중요한 국가다. 한국을 건너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개인적인 친밀도가 높아진 점도 성과로 꼽힌다. 청와대 관계자는 “양 정상이 함께 평택기지를 방문했고 공식환영식과 산책, 차담, 공식만찬 등을 함께하며 서로에 대한 친밀도를 높였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한반도 안보상황에 대한 정확하고 균형된 인식을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의전에 그다지 얽매이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도 정상 간 유대관계의 중요성을 더욱 강조한다. 지난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 시간 가량 골프 카트를 타며 친교를 맺은 바 있으며 이후 외교 과정에서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향후 남북관계 개선 과정에서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항공모함·핵잠수함 등의 미 군사전력이 한반도 주변에 배치됐음을 언급하면서도 “이런 부분을 실제로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협상테이블에 나와 우리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북한은 물론 전 세계 시민들에게 좋다. 결과가 어떻게 되는지 보고싶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9월15일 중장거리미사일(IRBM) '화성-12'형 발사 후 추가적인 군사행동을 자제하는 중이다.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관망한 후 어떻게 방향이 잡히는지를 보고 정책을 결정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군사적 옵션 대신 평화적 노력에 방점을 둔 우리 정부의 방침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오는 9일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과 11일 문 대통령과 시 주석 간 회담이 주목되는 이유다.
 
다만 보여지는 성과를 뒤로하고 향후 이어질 실무 단계에서 철저한 대비를 주문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야당 의원실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세상 모든 일을 거래의 관점에서 보는 사람”이라며 “‘방한 기간 중 한국 측의 명분을 세워줬으니 실리를 달라’는 공세가 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7일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무기 구매에 감사하다고 발언한 데 대해 야당 일각에서는 이면합의 가능성도 제기하는 중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어떤 무기, 첨단 자산을 획득할지 실무적 논의를 시작한다는 수준의 원칙적 합의”라며 “야당이 주장하는 이면합의는 상상할 수 없는 단계”라고 선을 그었다.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미국 측의 압박도 거세질 것이라는 것도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을 비롯한 협상팀에게 가해지는 압박도 상당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김 본부장에게 실질적인 협상 전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김 본부장은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미 FTA를 깰 생각은 없지만 미국의 요구가 (받아들이기 어려울 만큼) 심할 경우는 우리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김 본부장이 청와대에 지난 2007년 한·미 FTA 체결 당시와 마찬가지로 'FTA 폐기'를 선언할 권한을 달라고 요청했다는 말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왼쪽)이 지난 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건배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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