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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라 여성벤처협회장 "여성벤처펀드, 500억원 자금 확보 절실"
"2014년 조성된 100억원 펀드, 400여억원 규모로 매칭돼 연내 마무리 예정"
"여성기업인활성화기금 확충도 필요…정부 차원 여성인력 활용 로드맵 나와야"
2017-11-10 06:00:00 2017-11-10 06:00:00
[뉴스토마토 김나볏 기자] "사람으로 치면 성년을 앞둔 여성벤처협회가 과연 여성기업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을 만큼 성숙과 외형확대는 물론,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는지 반문해봤습니다. 그래서 창립 19주년을 자축하기보다는 내년 창립 20주년을 준비하는 자세를 취하고자 합니다."
 
한국여성벤처협회가 올해로 창립 19주년을 맞았다. 축하해야 할 순간이지만 윤소라(사진)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의 표정은 마냥 밝지만은 않았다. 윤소라 회장은 이를 기념해 지난 8일 열린 기념행사 및 포럼에서 그간 어렵게 개척해온 여성벤처기업 역사에 대한 감격을 표현하면서도 아직은 가야 할 길이 한참 멀다는 냉정한 진단을 내렸다.
 
요즘 여성벤처업계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는 것은 여성기업벤처펀드 자금 확충이다.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윤소라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은 "지난 2014년, 당시 중기청이 조성한 100억 규모 여성기업벤처펀드가 올해 다 소진될 예정"이라며 "2014년부터 2017년까지 400억원을 넘는 규모로 자금이 매칭돼 이제 마무리 단계에 왔는데 아직까지 여성기업인들을 위한 추가 자금이 확보되지 않아 걱정"이라고 전했다.
 
여성벤처펀드 신규 자금으로 500억원을 확충하는 게 현재 협회의 목표다. 윤 회장은 "경제부총리 간담회에서도 제가 '500억원은 여성벤처기업인들을 위해 쓸 수 있게 펀드 조성을 해달라'고 했더니 경제부총리 말씀은 '1000억원 정도는 해야지, 왜 500억원이냐'고 하셨는데 그렇게만 된다면 정말 좋겠다. 그 말씀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윤소라 한국여성벤처협회장. 사진/한국여성벤처협회
 
이밖에 벤처활성화 자금도 여의치 않은 편이다. 윤소라 회장은 "벤처기업협회의 경우 벤처활성화 자금으로 받는 돈이 100억원이 넘는데 저희는 여성기업인활성화자금이라고 해서 받는 게 6억에 그치고 있다. 어마어마한 차이"라며 "사업 컨설팅을 비롯해 실제 교육 부분, 네트워킹 조성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이 있고 또 정부 정책과 관련되는 각종 데이터들도 만들려고는 하지만 자금이 없으면 사실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예를 들면 여성벤처기업들이 얼마만큼의 인력을 활용하고 있는지, 아이가 있는 가정이 얼마나 되는지, 어떻게 하면 여성벤처기업이 일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지 연구하려고 해도 여건상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사회의 유리천장이 많이 뚫렸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벤처창업 및 투자에서 여성기업인들이 여전히 소외받는 상황이라는 게 윤 회장의 진단이다. 여성벤처펀드 자금과 여성기업인활성화 자금 확충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윤 회장은 "현재 전문직종이나 정치, 교육 같은 부문의 경우 일을 할 수 있는 과장 정도까지는 굉장히 많은 여성 인력들이 활용되고 있다. 그런데 여성기업인들은 그렇지가 않다. 벤처기업협회 회원수가 3만5000명정도인데 여성 벤처기업인의 경우 그 중 9% 정도밖에 안된다. 그만큼 여성창업이 어렵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또 "기업을 보면서 가끔 '저런 기업 정도면 투자해도 아깝지 않다'는 생각을 저는 가지는데 결국에 투자처를 만나고 결과를 발표할 때 보면 여성기업인들보다 남성들이 훨씬 많이 투자를 따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기술과 디자인 등을 바탕으로 한 전문 지식서비스를 제공하는 여성벤처기업이 4차 산업혁명의 총아와 일자리 창출의 역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와 연관해 최근 정부가 발표한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에 대해서도 사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는 특별히 두드러진 게 없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윤 회장은 "실제로 4차 산업혁명을 많이 이야기하고 거기에 여성인력을 많이 활용하자고들 하는데 그에 대한 로드맵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예컨대 가정에 계신 엄마들부터 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식이 창업한다고 할 때 말리지 않도록 하는 것, 한 번의 실패가 영원한 실패가 되지 않도록 무서움을 덜게 하는 방안 같은 부분에 있어서 정책을 세우고 잘 활용하지 않으면 우리는 정말 뒤처진다"고 지적했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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