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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직원 사망사건 수습하던 근로자 자살…업무상 재해 인정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정신적 고통 등 작용해 자살한 사정 인정"
2017-12-24 09:00:00 2017-12-24 13:00:26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동료 직원의 사망사고를 처리하던 중 회사의 강압적인 지시 등으로 우울증세가 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받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재판장 김정중)는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 등으로 우울증이 발병·악화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신모씨의 아내 임모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임씨의 남편 신씨는 회사 측의 사망사건 처리 관련 무리한 업무지시와 징계 해고 등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받을 정도로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고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정상적인 인식능력이나 행위선택능력, 정신적 억제력 등이 떨어져 자살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신씨는 회사 상무이사 박모씨에게 사고 충격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하지만 회사 측은 신씨가 중국 출장 책임자라는 이유로 다시 중국으로 출국해 사고를 수습할 것을 지시했다"며 "신씨가 정신과 치료 뒤 병원에서 안정을 취해야 한다며 연차 사용을 원하자 회사는 징계인사위원회 개최 예정을 통보했고 이에 신씨는 자살기도를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또 "신씨는 이 사고 전에는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사고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면서 불면, 악몽, 소화불량, 이인감, 집중력 저하 등의 증상을 보였다"며 "신씨의 정신과적 증세가 발현되고 심화한 원인이 신씨 사적 문제 있다고 보기 어렵다. 업무상 사유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씨가 개인적으로 스트레스에 취약하고 정서가 불안정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자살에 이르게 됨으로써 개인적 소인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것만으로 신씨의 자살과 업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신씨는 2014년 9월 중국 출장 때 자신의 회사 부하 직원끼리 다툼이 발생해 한 명이 사망한 사건을 수습하는 책임을 맡았다. 이후 다음 달 사망사건 처리에 따른 스트레스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자살을 기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중국 공안 조사에 임하기 위해 출장 가라는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개인 건강을 이유로 임의로 귀국했다며 신씨에 대해 해고를 의결했다. 이에 신씨는 그해 11월 결국 목숨을 끊었다.
 
이에 임씨는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근로복지공단은 "신씨가 부하 직원끼리 다툼으로 한 직원이 사망하고 다른 한 직원이 구속되는 사태를 처리하며 심적인 외상을 받을 개연성이 있지만, 이 때문에 객관적인 판단력을 상실해 자살했다는 근거가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임씨는 법원에 근로복지공단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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