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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부회장, 동남아 진출 '차별화' 전략 본격 드라이브
전문가들 "가격·성능 등 경쟁력과 상용차로 차별화" 강조
2018-01-12 06:00:00 2018-01-12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미국과 중국시장에서 위기를 맞고 있는 현대자동차가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동남아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며 본격적인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은 이미 일본차 업체가 시장을 장악한 상태라 차별화된 전략이 없으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전문가들은 중저가 모델은 물론 상용차 등으로 틈새시장을 노려야 된다고 조언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동남아 시장 진출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표명하는 등 시장 다변화 전략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정 부회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18’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남아 시장 진출에 대해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다 중요한 시장이고 들어가야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특히 일본차 업체들이 동남아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전략 세우기가 쉽다며 확실한 차별성만 갖춘다면 동남아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바로 낼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그러나 문제는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차가 일본차 업체들과 달리 어떤 차별화된 전략을 세울 수 있느냐다. 베트남과 태국, 말레이시아, 필리핀,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 주요 6개국의 지난해 신차 판매량은 340만대 정도로 추산된다. 현재 대부분 지역에서 일본차 업체들이 시장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서 일본차 점유율은 98%에 육박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차보다 더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모델이 아니면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차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차보다 저렴하고 성능이 좋은 모델로 승부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렇다고 단가를 한없이 낮추면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대차도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그러면서 “그래서 승용차보다는 먼저 시장이 커지고 있는 상용차 시장을 노려보는 것이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도 “올해 하반기 현대차가 상용차 중심으로 조립 생산이 본격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2~3년 후에는 레저용 차량을 중심으로 승용차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부회장이 기자들에게 동남아 시장에 승용차와 상용차가 같이 가야된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상반기 베트남 현지업체 ‘탄공그룹’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i10과 투싼 등을 조립 생산하고 있고, 지난해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알타 그라하그롭’과 상용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특히 동남아 상용차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인도네시아는 자카르타 매립지 건설사업, 광산 개발 사업 등으로 상용차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상용차 8만대가 팔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가 11일 동남아 최대 차량호출 업체인 ‘그랩’에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것도 업계에서는 큰 관심사다. 당장 동남아 시장에 차량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전략적인 투자를 통해 향후 시장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현대차는 양사 협력논의가 현대차 공급 확대 및 아이오닉EV 등 친환경차를 활용한 차별화된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 플랫폼 개발 검토를 포함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차량호출 사업 등을 통해 동남아 시장에서 현대차에 대한 이미지 제고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9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소비자가전쇼(CES) 2018'에서 다른 업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현대차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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