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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송월, 가는 곳마다 인파 운집…시종일관 '미소' 여유
2년만에 경의선 육로 열고 방남…예술단 사전점검단, 강릉 시설 살펴
2018-01-21 19:59:38 2018-01-21 19:59:38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예정보다 하루 늦게 남한을 찾은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강릉아트센터 등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공연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장소 점검에 나섰다.
 
쏟아지는 취재진 질문에 현송월 '묵묵부답'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이끄는 예술단 사전점검단은 이날 오전 8시57분 경의선 육로를 통해 군사분계선을 넘는 것으로 1박2일 간의 방남 일정을 시작했다. 경의선 육로가 열린 것은 지난 2016년 2월 개성공단 전면 중단조치가 내려진 후 처음이다.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를 통과한 현 단장 일행은 버스로 서울역까지 이동한 뒤 곧바로 강릉행 KTX에 탑승했다. 현 단장이 버스에서 내려 열차 승강장으로 이동하는 동안 취재진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현 단장은 옅은 미소만 보인 채 답은 하지 않았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을 비롯한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탄 버스와 차량들이 21일 오전 경기도 파주 통일대교를 지나 서울역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전점검단이 지나는 자리마다 우리측 시민들과 취재진들이 몰려들어 혼잡한 모습이었다. 각 방송사 취재차량들은 현 단장 일행이 탑승한 버스가 서울시내로 진입할 때까지 근접해 취재경쟁을 벌였고, 서울역에 도착한 북측 점검단 버스의 문이 열리기 전 일부 취재진과 경비병력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북한 예술단 사전 점검차 방남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21일 오전 서울역에 도착, 강릉으로 향하는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버스에서 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전점검단은 KTX 강릉역 도착 후 미리 대기 중이던 대형버스 2대를 타고 오찬 장소로 이동, 점심식사를 했다. 이후 강릉 명륜고등학교 내 황영조체육관과 인근 강릉아트센터를 찾아 공연 가능여부를 점검했다. 이중 강릉아트센터는 올림픽 기간 중 각종 공연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 개막식, VIP 리셉션 장소로 활용된다. 한 달 전 준공되어 시설 면에서 손색이 없으며 아트센터 내 대공연장인 사임당홀(관람석 998석)이 북한 예술단이 공연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받는다. 황영조체육관은 규모(관람석 1500석) 면에서 강릉아트센터보다 크지만 1998년 준공되어 시설이 노후화되고 음향 등의 공연시설도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이 단점으로 꼽힌다.
 
사전점검단은 이후 숙소로 이동해 예술단이 묵을 숙소 상태도 체크하면서 1박을 하고, 22일에는 남산 국립극장과 장충체육관 등 서울시내 공연장소 후보로 예상되는 곳들을 점검한다. 우리측과 공연일정·내용 등을 협의한 후 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지난 15일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열린 ‘북한의 예술단 파견을 위한 실무접촉’에서 북측이 삼지연관현악단 140여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예술단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 중 파견하고 강릉과 서울에서 두 차례 공연을 진행하기로 한 바 있다.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21일 오후 KTX 강릉역에 도착해 플랫폼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전점검단은 당초 20일 방남할 예정이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이유로 일정을 하루 연기했다. 북측은 19일 저녁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명의의 통지문을 우리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에게 보내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 취소 사실을 알렸다. 20일 조 장관이 직접 북측에 예술단 사전점검단 파견중지 사유를 알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북측은 연기 이유에 대한 별다른 설명 없이 “21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사전점검단을 파견한다”고 통지했다.
 
17일 차관급 회담 합의내용 후속조치 '속속'
 
예술단 파견 외에 지난 17일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여를 위한 차관급 실무회담’에서 합의된 11개 공동보도문 내용을 이행하기 위한 후속조치도 이어지고 있다. 북측은 21일 평창 동계올림픽에 자국 선수단과 응원단, 기자단 등을 파견하는 문제와 관련해 오는 25∼27일 윤용복 체육성 부국장을 단장으로 하는 총 8명의 선발대를 파견하겠다는 통지문을 보내왔다. 통지문에서 북측은 이들이 머물 숙박시설과 올림픽 개·폐회식장, 경기장, 프레스센터 등을 점검하기 위해 경의선 육로를 이용해 방남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북측 선수단은 내달 1일, 북측 민족올림픽위원회 대표단과 응원단, 태권도시범단, 기자단은 내달 7일에 각각 경의선 육로를 통해 남측으로 이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북측은 우리가 제시한 23~25일 금강산·마식령 점검단 파견에 동의한다는 통지문도 보내왔다. 앞서 통일부는 지난 19일 금강산 지역 남북 합동 문화행사와 마식령스키장 남북 스키선수 공동훈련 진행사항을 협의하기 위해 이주태 통일부 국장을 포함한 선발대 12명을 오는 23일 동해선 육로를 이용해 2박3일의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북측에 통보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은 우리측 제의를 수용하며 ‘(남측의) 선발대 방문기간 동안 남북실무회담에서 토의된 문제들에 대해 보다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직후 열리는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에도 북측이 150여명 규모의 대표단과 선수단, 응원단, 예술단, 기자단을 파견하기로 한 가운데 관련 협의도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실무선에서 합의된 내용들을 판문점을 통한 문서교환 방식으로 확정할 예정이다.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21일 오후 강원도 강릉 명륜고등학교 내 황영조체육관을 둘러본 뒤 버스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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