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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북 대표단과 10일 오찬…남북대화 정점
취임 후 북 고위급과 첫 대면…김정은 친서 전달 여부 주목
2018-02-08 17:19:59 2018-02-08 17:20:53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재개된 북한과의 대화를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이어간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계획이 성과를 낼지 주목된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전날 북한이 발표한 평창올림픽 방남 대표단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포함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8일 “남쪽에서 열리는 중요한 국제행사에 북한이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보여주고 예의를 갖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여정을 포함한 북 고위급 대표단은 9일 전용기로 평양을 출발해 서해 직항로를 통해 비행한 후 낮 1시30분쯤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할 예정이다.
 
남북대화도 정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10일 북측 고위급 대표단을 접견하고 오찬을 함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북한 고위급 인사와 직접 대화를 나누는 건 취임 이후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 내 대북 강경여론 등으로 북미관계가 쉽사리 가까워지기 어려운 가운데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으로 돌파구를 찾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올해 중심과업은 인민경제의 자립성과 주체성을 강화하고 인민생활을 개선·향상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성공을 바탕으로 ‘핵무력 완성’ 주장까지 내놓은 상황에서 이제는 인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해결이 필수다. 이를 위해 생활에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대외적인 위협요인이 없다는 것을 인식시키는 것이 급선무인데, 답을 남북관계 개선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남북관계 안정은 한반도 안보위협을 줄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우리 정부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표단 명단에 포함된 최휘 국가체육지도위원회 위원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결의 2356호의 ‘여행 금지’ 대상에 오른 것과 관련해 정부는 최 위원장에 대한 제재 면제를 공식 요청한 상태다.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최 위원장의 방남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 후 추가적인 대화 준비로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김여정의 한국 방문은 앞으로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의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진행하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종철 통일연구원 위촉연구위원도 “북한 고위급대표단의 문 대통령 면담은 남북관계 진전의 전기가 될 것”이라며 “올림픽 이후 서울·평양에서 남북 고위급회담을 개최해 핵문제 등 남북관계 전반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올림픽 기간 중 북미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아 보인다. 북한이 명시적으로 올림픽 기간 중 미국과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의사가 없다고 말한 상태다. 조영삼 북한 외무성 국장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미국에 대화를 구걸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참석을 위해 방한한 마이클 펜스 미 부통령이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가 지난해 석방된 뒤 숨진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친 프레드 웜비어를 동반하고, 북한과의 대화 가능성에 싸늘하게 반응해온 것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김동엽 교수는 “북한이 올림픽 바구니에 많은 것을 담으려 하지 않고 최대한 크게 박수쳐주고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이 핵문제 등 민감한 정치안보 사안과 올림픽을 구분해 접근하는 ‘투트랙’ 전략을 펴고 있다는 것이다. 북 고위급 대표단 명단에 미국과 외교안보 사안을 놓고 협상할만한 인사가 보이지 않는 것도 이런 의견에 힘을 싣는다. 대표단장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입에서 북미관계 관련 특이할만한 발언이 나올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적다.
 
강원도 강릉 올림픽선수촌에서 8일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선수단 입촌식이 열린 가운데 입촌식을 마친 선수단이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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