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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끊긴 STX·성동조선, 인력·생산시설 활용 과제
법원이 성동 회생여부 결정…"입지 좋아 청산 어려울 것"
"일본·중국 제외한 중동매각이 현실적 대안"
2018-03-08 18:32:40 2018-03-08 18:32:40
[뉴스토마토 양지윤 기자] 8일 정부와 채권단이 STX조선해양과 성동조선해양에 대해 추가 지원은 없다고 쐐기를 박으면서 중형조선사들은 마침내 구조조정 수술대에서 '메스'를 받게 됐다. 두 조선사는 당장 문을 닫는 것은 아니지만, 사업재편과 설비감축으로 중형 유조선시장의 공급과잉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는 기능인력과 유휴 설비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는 과제로 떠오른다.
 
채권단 주도 자율협약 체제를 끝내고 법정관리로 들어가는 성동조선해양은 현재 회생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수주잔량이 5척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신규수주가 불가능해져 일감과 운전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회생시킬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법원이 주도하는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실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회생계획안을 만들거나 청산수순을 밟는다. 채권단은 법원 주도로 강력한 다운사이징과 재무구조 개선 등을 추진하면 사업전환이나 인수합병(M&A) 등 회생기회를 모색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성동조선의 법정관리행이 결국 회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분석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선업계 전문가는 "성동조선은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과도 지척에 있는 등 입지조건이 좋은 편이기 때문에 조선소 문을 닫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정관리를 통해 성동조선의 재무상태를 깨끗하게 만든 뒤 M&A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말했다.
 
성동조선이 회생에 성공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다. 블록(반 조립된 배의 철판)·선박 개조사업에 진출해 국내 대형 조선사가 인수하거나 아예 해외기업에 통매각하는 방안이다. 성동조선은 원래 삼성중공업에 선박블록을 아웃소싱으로 공급했던 게 출발점이다. 삼성중공업은 성동조선이 블록조선소에서 신조조선소로 사업을 바꾼 뒤 중국 닝보에 블록공장을 지어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닝보공장은 바지선을 이용해 중국에서 국내로 블록을 운반하는 데 2~3일 정도 걸리고, 수익성도 수년째 악화일로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와 마주보고 있는 성동조선이 블록조립을 맡게되면 운반비나 건조일정에서 이점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다만 삼성중공업 역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등 자금사정이 어렵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또다른 방안은 해외 매각이다. 한국 조선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일본·중국을 제외하면 중동 산유국이 인수적격 후보로 꼽힌다. 중동 국가들은 최근 원유 수출량이 늘면서 원유운반선 발주는 물론 국내 조선사에 합작조선사 건설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구애를 펼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 중동에서 성동조선을 인수하면 국내 기능인력의 고용을 유지하고, 선박 기자재 생태계 붕괴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중동, 인접지역인 동남아는 기능인력의 숙련도가 떨어지는 만큼 차라리 국내 조선사에 투자를 유치하고, 선박을 짓게 유도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가급적 국내 기업이 M&A를 통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여의치 않으면 중동쪽도 대안으로 고민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STX조선은 액화천연가스(LNG)·액화석유가스(LPG)선 등 고부가가치 가스선 위주로 사업을 재편하며 중형조선사의 명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주 가이드라인에 따라 선별적으로 선수금환급보증(RG)을 지급받을 수 있고, 채권단의 신규자금이 없다는 점은 걸림돌이다. 결국 석유시장의 호황이 지속될 지 여부, 환경규제 강화로 선박 발주량이 얼마나 증가하느냐에 따라 향배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구조조정으로 중형 유조선 시장의 공급과잉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성동조선은 지난 2016년 석유제품선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이 14%(선박인도량 기준)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SPP조선에 이어 성동조선도 생산을 중단하면서 현대미포조선과 대한조선이 5만~8만톤 규모 유조선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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