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명으로 읽는 기업)④롯데, '경이직내'로 다시 시작하라
입력 : 2018-03-19 07:00:00 수정 : 2018-03-19 07:00:00
현재 한국의 대기업 중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인 기업을 꼽으라면 단연 롯데다. 총수인 신동빈 회장이 구속됐고 경영권 분쟁 소지가 남아있으며 사드 문제로 중국 계열사들이 위기에 처하는 등 말 그대로 내우외환이다. <주역>에서는 이런 처지를 계절로 비유해 한겨울에 있는 것으로 풀이한다. 동아시아 문명론에 따르면 한겨울에 처한 기업은 오로지 '사람'을 통해 위기를 탈출할 수 있다. 특히 기업경영의 리더십이 대지의 지혜를 받아 스스로를 먼저 수양하고 밖으로는 올바름을 세울 것을 권하고 있다.
 
'천지인(天地人)'의 삼박자는 동아시아 사유의 기초지만 <주역>의 세계에서는 예외다. 그냥 하늘인 건(乾)과 땅의 곤(坤)이 있다. 여기서 사람은 곤이다. 이 곤의 지혜와 마음으로 중심을 잡는다면 롯데의 리더십은 새로운 전기를 맞을 수 있다. <주역>은 그만큼 사람을 귀하게 본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한파도 이겨 내고 봄을 맞는 존재로 땅에 사람을 대입시켰다. 이 한겨울에 개인이든 기업이든 어려움을 넘기고 새로운 봄을 준비한다.

한겨울에 처한 롯데…봄을 맞을 수 있는 리더십 필요
 
롯데 군주괘에 해당하는 곤(坤)괘는 한겨울에 처한 지금 가장 근본적으로 기업을 혁신해야 봄을 기약할 수 있다고 알려준다. 주역의 가르침은 인생의 12계절을 그냥 전망하는 게 아니라 군주가 어떻게 그 어려운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그래서 동아시아 문명의 고전은 5000년 이상 우리에게 지혜와 용기를 주고 있다. 곤괘가 알려주는 인생의 리더십은 '경이직내 의이방외(敬以直內 義以方外)'다. 공자는 "군자는 경(敬)으로써 안을 곧게 하고 의(義)로써 밖을 바르게 한다. 그리하여 경의가 확립되면 덕이 외롭지 않으니, '곧고 바르고 커서 익히지 않아도 이롭지 않음이 없다'는 것은 행하는 바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학연의>를 쓴 진덕수는 '경이직내 의이방외'의 리더십을 설명하며 주나라 무왕의 고사를 이야기했다. 주 무왕이 처음 즉위할 때 태공에게 황제의 도를 묻자 태공은 '경과 의'를 언급하며 "경(敬)하면 온갖 선한 게 모두 확립되고 태만하면 온갖 선이 모두 폐해지며, 의로우면 이치가 주장되나 욕심을 부리면 외물이 주장된다. 길흉과 존망이 이로 말미암으니 옛날 성인은 여기에 지극히 삼가셨다"고 말했다. 무왕이 이 말을 듣고 각종 물건들에 이 뜻을 새겨 스스로를 경계했으니 잠시라도 태만함과 욕심이 그 틈을 탈까 두려워했다는 것이다. 동아시아 문명론이 한겨울에 처한 롯데에 주문하는 경영리더십은 이처럼 부단히 안으로 마음을 바르게 하고 밖으로 의롭게 행동하는 것이다.
 
경이직내란 사념(邪念)에 흔들리지 않고 일직선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의이방외는 경을 통해 마음에 사념을 두지 않으면 행동 하나하나가 다 옳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경이직내'를 통해 실행하게 되는 행동들은 규격에 맞게 이뤄진다. 사사로운 지혜가 아니라 원리에 맞게 행동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어려움을 당하고 있는 롯데에는 경영리더십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요구된다. 사람의 마음가짐이 만사의 근원임을 다시 일깨워야 한다. 그래서 롯데의 군주괘인 곤(坤)은 "만물이 자생(資生)하니 하늘에 순응해야 한다"는 의미다.
 
기업의 리더십으로는 곤의 리더십만한 게 없다. 만물이 자생한다는 것은 기업가의 마음에서 만물이 자산으로 생겨난다는 뜻이다. <주역>에서는 '곤후재물 합덕무강 함홍광대(坤厚載物 德合无彊 含弘光大)'처럼 기업가에 좋은 말이 없다. 이는 '기업가의 마음이 땅에 재물을 싣고 덕을 합하여 하늘처럼 한계가 없다. 만물이 커나가는 것을 머금어 다 안아 품는 땅처럼 기업가의 마음은 넓고 빛나고 크다'는 의미다. 건(建)괘가 정치가의 마음이라면 곤(坤)괘는 재물을 품는 기업가의 마음과 같다. 한겨울 같은 경영의 어려움 속에서 곤괘의 정신을 성찰하는 것은 새로운 경영을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제2 롯데월드타워 야경. 사진/뉴시스
 
위기극복 위한 새로운 지배구조 정립 필요
 
롯데가 처한 국내외적 환경은 대과(大過)괘에 해당한다. 대과는 그 어느 때보다 큰 위기가 닥쳐오고 새로운 규범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를 의미한다. <주역>에서 대과는 나무 위에 연못을 만든 꼴이다. 나무 밑에 연못이 있으면 나무가 자라지만 그 반대면 나무가 죽는다. 그래서 대과는 나무가 어려운 시기를 잘 견뎌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준다. 그런데 만약 일을 잘 해서 어려운 시기를 지나가려면 뿌리부터 굳게 다져서 해야 순서대로 일이 풀린다. 기업에서도 위기를 겪으면 처음에는 소란스럽지만 굳센 힘으로써 순서대로 일을 치러내야 한다.
 
롯데가 국민들의 지지를 받는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반드시 거쳐야 할 대과란 무엇일까. 아마 지배구조상 일본 롯데와 한국 롯데의 새로운 관계정립일 것이다. 국민들이 갖고 있는 의혹은 한국 롯데의 수익이 일본 롯데로 흘러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 의혹과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롯데 입장에서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기 때문에 대과다. 집이 무너지려고 하는데 기둥을 한두개 바꿔서는 도리가 없다. 아예 쓸어버리고 다시 지어야 한다. 하지만 집이 통째로 흔들리는 것 같은 진통을 겪어야만 과거의 법규는 사라지고 새로운 법규가 생겨난다.
 
총수일가 문제, 사드 파동 등 할일 태산인 계열사들
 
롯데의 계열사들은 미제(未濟)괘다. 미제란 일을 치러내려고 하는데 아직은 다 못했다는 뜻이다. 미제는 불과 물의 만남으로 설명된다. 불은 본래 위로 치솟는 성품이고, 물은 아래로 내려가려고 한다. 서로 합쳐지지 않고 일이 이뤄지지 않으니 미제라고 했다. 미제는 또 작은 여우가 쉽게 일을 처리하려는 조급함으로 강물을 건너는 형국이다. 한 발만 더 나가면 강을 거의 다 건널 수 있는데, 그만 서둘다가 꼬리가 강물에 젖어 버렸다. <주역>에서는 롯데 계열사들의 처지가 아직도 큰일을 겪어야만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롯데의 계열사들은 총수의 구속과 지배구조 문제, 경영권 분쟁 소지, 중국 사업 위기 등으로 '강을 건너기 직전 꼬리가 젖어 일을 다 마치지 못한' 상태다. 마음을 먹은 대로 순리에 맞게 끝까지 일을 마치려면 계열사는 담담한 마음의 준비와 치밀한 대응이 필요하다.
 
롯데가 70~80년대 판매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종합선물세트. 사진/롯데제과
 
롯데와 협력사의 관계는 서합()괘다. 이것은 아래턱과 위턱 사이에 음식물이 끼어 위아래가 합할 수 없는 형국이다. 그 음식물을 씹어 삼켜 없애야만 턱이 맞아들어간다. 기업으로 말하면 경영리더십과 협력사가 서로 뜻을 합해야 한다는 것인데, 중간에 방해물이 있어서 이간질하면 합쳐지지 못한다. 그 방해물이라는 것은 간사한 사람이거나 남들 사이를 벌어지게 만드는 그 누군가이다. 기업경영에서는 그것은 시장질서를 위배하는 사람이 될 것이다. 서합의 상황에서는 억지로 음식을 씹으려고 하면 이가 상한다. 그래서 차라리 음식물을 빼내야 한다. 기업에서 타협과 협력을 방해하는 사람은 끝까지 품고 가면 안 된다. 형법 등 법률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빠질 수도 있다.
 
모름지기 턱이라고 하면 입 전체를 이른다. 법령 전체가 턱에 해당한다. 입속에 물건이 있는데 그 물건을 잘 제거하려면 제거할 만한 힘과 요령, 지혜와 함께 쉴 새 없는 정성도 있어야 한다. 우물거려도 잘 넘어갈 것을, 힘을 너무 주어서 이를 딱딱 맞추면 가혹하게 된다. 분쟁을 해결할 때도 그 죄에 알맞게 하면 되는 것을 참혹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 더하지도 말고 덜하지도 말고 과불급이 없게 해야 한다.

상호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내외 결속을 다질 시기 
 
롯데는 그룹의 핵심사업이 호텔과 백화점 면세점 등 서비스업종에 치중하고 있다. 그래서 롯데는 다른 제조업 기반의 그룹들과 달리 수직계열의 상하관계는 적은 편이고, 이는 협력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다른 대기업에서 많이 보이는 협력사와 갑질문제나 분쟁이 그리 많지 않다는 의미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은 롯데의 경영리더십이 가장 힘든 시기다. 집안이 잘될 때는 알아서 화목해지지만, 가세가 기울면 이마저도 신통치 않아지는 게 인지상정이다. 협력사의 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항상 대비해야 한다. <주역>에서는 만약 분쟁이 생겨 이를 해결할 때는 민첩하게 움직이면서도 사리가 밝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분쟁은 소수와의 갈등이거나 대규모 소송이 될 수도 있다.
 
전남 여수에 위치한 롯데베르살리스엘라스토머 공장 전경. 사진/뉴시스
 
롯데의 구성원들은 한겨울임에도 마음이 편안한 상태를 의미하는 기제(旣濟)괘에 해당한다. 한겨울이 오기 전 이미 구조조정 등 큰 풍파가 지나가서 오히려 평화를 찾고 있는 형국이다. 주역의 64괘에서 역설적으로 가장 안정된 것이 기제다. 양은 양의 자리에 있고 음은 음의 자리에 있어 안성맞춤의 배열을 가진 것이 기제의 특징이다. 직원들의 입장에서는 롯데에서는 구조조정 등 큰 난리 끝에 잠시 한숨 돌릴 평화가 찾아왔다. 다만 사람은 편안하면 나태해지는 기운이 생긴다. 그래서 평화스럽고 안락한 시대일수록 보다 더 경계심을 가져야 한다. 기제에서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처음은 평화스럽지만 얼핏 잘못하면 어지러움이 찾아들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는 좋지만 난리로 전환될 수 있다. 롯데 구성원들은 경계를 보다 깊이 하라는 의미이다.
 
<주역>은 기제의 시기에는 큰일이 이미 다 형통하게 됐다고 풀이한다. 롯데는 큰일은 평정됐으나 소소하게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작은 일까지 형통하게 해야 한다. 기제의 의미는 구성원들이 부드럽고 순하게 이치에 맞게 일해야 하므로 부드러움이 기업의 중심적인 문화가 되어 화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 필자 소개 : 필자 임채원은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행정학 석·박사를 수료하고 동대학 한국행정연구소와 국가리더십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경희대에서는 세계화와 사회정책 등 글로벌 어젠다와 동아시아 문명의 국정운영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20여개 중앙·주정부의 정책 어젠다를 공동 연구하는 '비교어젠다 프로젝트'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참여 중이다. 이번 기획은 필자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구와 실천을 토대로 동아시아 문명의 가능성과 미래에 관해 <뉴스토마토>에 격주로 총 12회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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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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