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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AE서 250억불 유치·한국기업 단지 조성도
문 대통령 ‘진심 세일즈’ 통했다…모하메드 왕세제가 직접 약속
2018-03-27 15:39:57 2018-03-27 18:36:35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 공식방문을 계기로 한국기업의 협력규모가 석유·가스 분야에서만 250억달러(약 27조원)가 늘어나는 등 큰 경제적 결실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UAE 현지에 한국기업 단지를 조성하고 ‘UAE 서부개발 사업 우선권’이 검토되면서 실제 협력 규모는 더욱 늘어나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현지시간) 아부다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UAE 정부 측에서 모하메드 왕세제의 각별한 지시에 따라 한국과의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심화,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며 “한국과의 특별한 협력관계를 공개적으로 확인하는 데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신규로 유치한 ‘250억 달러’ 규모의 사업은 양국이 사전 조율한 내용이 아닌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의 결단이다. UAE는 지금까지 우리 기업들과 210억 달러 규모의 협력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에서 단 번에 협력 규모가 2배 이상 늘어난 셈이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마치고 칼둔 알 무바라크 아부다비 행정청장과 술탄 알 자베르 국무장관 겸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 사장 등 핵심 측근들을 불러 한국과의 협력규모를 대폭 늘리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도 이 같은 내용을 보고받고 백운규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등에게 직접 챙기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부는 순방이후 국내 기업들에게 관련 내용을 설명할 예정이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2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항만개발을 비롯해 인프라 협력, 농업분야 등에서도 한국과 적극 협력하고, 사우디 원전 수주도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한국기업만을 위한 별도의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해 우리 기업들의 UAE 진출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UAE의 이번 약속은 정부 간 양해각서(MOU)와 같은 공식문서는 아니지만, 통치자인 왕세제의 이름이 걸린 만큼 이행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정부 관계자는 “정상회담 직후 숫자를 공식화하면서 추가협력을 이야기한 것은 이례적인 부분”이라며 “관련 사항을 공개해도 된다는 것 역시 이행 자신감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아랍에미리트 바라카 원전 1호기 건설완료 기념행사에 참석 전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왕세제와 접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러한 역대급 순방성과는 ‘탈석유시대’를 준비하는 UAE측이 한국의 앞선 기술을 적극 도입하려는 의지와 문 대통령의 ‘사람·공감 중심의 신뢰·진심외교’가 결합해 만들어 낸 시너지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리 측은 순방행사 기획 단계부터 상대국을 배려하고 현지인들의 호감을 사는 일정에 무게중심을 뒀다. 도착 당일 UAE의 국부 자이드 대통령의 영묘 방문, 전몰장병 추념비 헌화 등이 대표적이다. 또 문 대통령은 3박4일 순방기간 모하메드 왕세제와 총 7차례 만나며 개인적 친분을 다졌다. 공식환영식을 시작으로 확대정상회담과 단독정상회담, 양해각서(MOU) 서명식, 공식오찬, 바라카 원자력발전소 1호기 건설완료 기념행사, 친교 행사 등이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에 UAE가 파격 환대로 화답한 것이다. 단독정상회담 시간은 당초 예정된 15분에서 1시간으로 4배로 늘어났다. 확대정상회담에서는 왕족과 UAE 핵심 인사가 대거 배석했다. 바라카 원전행사에는 모하메드 왕세제를 포함해 왕족 8명이 참석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직접 차량을 운전해 문 대통령과 원전 기념촬영 장소까지 이동하는 파격을 보였다.
 
하이라이트는 정상 간 ‘친교행사’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 내외를 자신의 사저로 초대해 가족들을 소개하고 딸들에게 직접 커피와 주스를 대접하도록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아랍 국가에서는 아주 가까운 지인이나 친지들조차 가족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왕세제가 대통령 부부를 초청해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친교의 시간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문 대통령에게 “신은 우리 두 나라를 만나게 해줬고 동맹에 가까운 친구사이로 만들어줬다. 우리의 관계는 더 발전하리라 본다”며 “UAE는 항상 한국 옆에서 한국 편을 들 것이다. 계속해서 한국의 친구로 남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도 “왕세제가 베풀어준 최고의 환대에 감사드린다. 이건 저 개인에게 주는 환대일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에게 주는 환대”라며 “저와 왕세제 두 사람의 개인적인 친구관계뿐 아니라 두 나라가 아주 친한 친구가 돼 미래를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고 화답했다.
 
이외에도 모하메드 왕세제는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사막을 체험하고 싶다”고 언급한 것을 기억하고 특별히 헬기 두 대와 차량 수십여 대, 성모양의 왕실 리조트 ‘신기루성’ 등을 내줘 사막체험을 지원했다. 문 대통령은 맨발로 뜨거운 사막 위를 걷고, 전통 매사냥과 사냥개 사냥 등을 구경했다.
 
모하메드 왕세제는 신기루성에 음식과 악기연주 선물도 보냈다. 문 대통령을 수행한 UAE 에너지장관은 새끼양 요리를 보여주며 “아랍에서는 귀한 손님이 왔을 때 동물을 훼손하지 않고 통째로 구워서 손님에게 내놓는다”며 “그것은 우리가 손님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우리의 마음을 그대로 전달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내륙 쪽으로 170 킬로미터 떨어진 신기루성 근처 사막 및 매사냥, 사냥개 사냥을 체험했다. 사진/뉴시스
 
아부다비=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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