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대기업이 자판기까지…생계형 적합업종 ‘부글’
여야 모두 법안 발의…중소업계, 4월 법제화 촉구
2018-03-27 14:22:26 2018-03-27 14:22:26
[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대기업이 자판기 영업까지 손대며 중소기업을 구석으로 내몬다. 관련 생계형 적합업종 법안은 국회 장기 표류 중이다. 중소기업은 4월에는 제발 국회가 '일을 하라'며 목청을 높인다.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관련 법안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관련 2개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다. 각각 이훈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했다. 야당 법은 여당 법에서 지정 신청 남발이 우려되는 부분 등을 보완한 정도다. 여야 모두 법안 취지에 공감하고 있다. 따라서 절충안 통과 가능성이 높다. 지방선거나 개헌안을 둘러싼 정쟁만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27일 “예전엔 법 자체를 반대했던 야당이 거꾸로 돌아서 통과 확률이 높다”며 “지정 범위를 정하는 정도가 쟁점”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1979년부터 중소기업 고유업종제도를 시행해오다 2006년에 폐지했다. 이후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재벌그룹 계열사가 477개 증가했다. 그 중 음식료, 제과, 도소매 등 소상공인 분야가 387개나 됐다. 소규모 사업체들이 다수를 점하고 있으면서 진입장벽이 낮은 생계형 분야다. 이들의 몰락은 가계부채 문제와 실업증가 및 저소득층 증가로 이어진다. 국가 재정부담과 사회적 비용 증가를 초래한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서 소상공인연합회 최승재 회장 등 관계자들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한계를 보인다. 일례로 자동판매기업종은 2016년 적합업종에 지정됐지만 강제성이 없다. 제도는 2015년 말까지 보유했던 자판기 수를 더 이상 늘리지 않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무용지물이었다. 대기업은 제한 범위 내 자유롭게 영업했다. 자판기업계 관계자는 “장사가 안 되는 곳에서 기기를 빼 잘 되는 곳에 새로 입찰해 독점하는 식”이라며 “2015년에 정확히 몇 대를 보유하고 있었는지도 영업비밀이라며 밝히지 않아 신고도 소용없다”고 토로했다.
 
자판기 영업을 하는 대기업들은 롯데칠성, 코카콜라, 동아오츠카 등 음료회사들이다. 규모의 경쟁을 떠나 백화점, 대형쇼핑몰 등 주요 영업장소 입찰에서 계열사가 유리하다. 자판기가 많은 학교도 대기업 소속 재단과 연결됐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이나 대기업 계열 음식점도 학교에 진입해 자판기업계는 더욱 설자리를 잃었다.
 
그나마 적합업종 품목도 만료기간이 임박했다. 2017년에 이미 49개 품목 권고기간이 끝났다. 현재 제과점업 등 서비스업 19개 품목을 포함한 24개 품목만 유지되고 있다. 이또한 6월30일 대부분 만료된다. 중소업계는 국회 앞 시위에 돌입하는 등 생계형 적합업종 입법에 필사적이다.
 
대기업은 통상이슈에 걸린다는 이유를 반대명분으로 내세운다. 시장 자체를 키워야지 규제하면 위축된다는 논리다. 경쟁자를 보호하면 소비자 후생이 감소한다는 주장도 펼친다. 중소업계나 시민단체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대기업 고통분담도 호소하고 있다. 정부 대책만으론 한계가 있어 대기업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