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문명으로 읽는 기업)⑤포스코, 선양의 리더십을 회복하라
입력 : 2018-04-02 07:00:00 수정 : 2018-04-02 07:00:00
포스코 리더십의 사활은 '회장의 천거(薦擧)'에 있다. 지난 10여년간 정권은 엉뚱한 사람을 정권의 필요에 따라 회장으로 만들어 포스코를 부실화시켰다. 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을 때는 그나마 부패가 가려진다. 하지만 지금 포스코의 상황에서 이번 회장 선임은 개별 기업으로써 포스코뿐만 아니라, 경제의 기초산업인 철강업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도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주역>의 벽괘설에 따르면 지금 포스코의 경영리더십은 '관(觀)괘'에 해당한다. <주역>에서의 '관'을 현대적인 의미로 풀면 “포스코 이사회가 새로운 회장을 뽑기 위해 목욕재계하고 후보를 천거하려고 하지만 아직은 천거할 사람을 정하지 못했다. 이사회가 지극정성을 다해 제대로 된 기업리더십을 고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포스코의 리더십을 제대로 세우는 일은 문재인정부의 기업정책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사진/뉴스토마토
 
회장 선임, 국민기업 포스코와 국가경제 좌우
 
1970년대에 포스코는 청년들이 삼성보다 더 취업하고 싶어 하던 기업이었다. 포스코는 2000년에 민영화됐지만, '주인없는 기업'으로 여전히 정부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역>의 기업 생애주기에서 보면 지금 포스코는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다. 포스코는 이미 전체적으로 흑자구조에서 적자구조로 흘러들었다. 부실화의 원인은 민영화 이후 경영능력이나 전문성보다는 권력에 따라 부침한 포스코 회장 임명의 잔혹사에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보수정부에서 일어난 포스코 부실화는 이 원인 이외에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투자의 귀재라는 조지 소로스는 포스코 주식을 다량 보유했다가 지금은 모두 팔아치웠다. 해외투자자들에게 포스코는 삼성보다 더 매력적인 기업이었지만 이제는 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렸다.
 
포스코는 부패한 정부에 좌우된 잘못된 기업리더십으로 몰락했다. 문재인정부에서 다시 포스코의 기업리더십이 제대로 확립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이야말로 포스코가 국민기업으로 회생할 마지막 기회다. 포스코가 제대로 된 정부를 만났다면,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한국의 어떤 대기업보다 훌륭하고 건실한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 포스코는 동아시아문명에서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기업 지배구조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한국의 대기업들은 총수일가의 가족 지배구조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들의 외피는 주식회사 형태지만 다양한 편법을 동원해 총수일가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그들에 경영이 좌우되는 봉건적 가족주의의 리더십을 갖고 있다.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포항제철소 제2고로 화입식에 참석해 불을 붙이고 있다. 사진/국가기록원
 
사람들은 가족주의가 동아시아의 오랜 승계 방식이라고 오해한다. 중국과 한국의 왕조시대의 권력세습이 관행화돼서다. 그러나 동아시아문명의 승계방식은 혈연에 의한 승계가 아니라 하늘의 뜻을 받은 사람들이 리더십을 이어가는 것이다. 동아시아문명이 가장 이상적인 시대로 상정하고 있는 '하상주(夏商周) 삼대(三代)'의 권력승계 방식도 세습이 아니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당대 최고 인물에게 후계가 지명되는 '선양(禪讓)'이었다. 선양은 '하늘에 제사 지내고 자리를 물려준다'는 뜻이다.

권력세습과 유지가 아닌 당대 최고 인물을 찾아내 양보하는 전통
 
하상주 삼대의 성인으로 '요·순·우·탕·문·무(堯·舜·禹·湯·文·武)'가 있다. 그런데 이 6명은 세습이 아니라 선양의 형식으로 자리를 넘기고 받았다. 요임금은 순임금에게, 순임금은 우임금에게 선양했다. 그리고 우임금에 이르러 혈연을 바탕으로 한 세습이 생겨나자 하나라는 부패하고 탕왕이 상나라를 창업했다. 상나라가 부패하자 다시 무왕이 주나라를 창업했다.
 
동아시아문명의 정신의 정수는 이 선양의 과정에서 만들어졌다. 동아시아문명의 제왕학과 성학(聖學)에서 가장 에센스는 "인심(人心)은 위태롭고 도심(道心)은 은미하니 정밀하게 살피고 한결같이 지켜야 진실로 중도를 잡을 수 있다(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闕中)"는 16자의 심법(心法)이다. 이 글자는 순임금이 우임금에 당부한 말이다. 송나라 주자나 진덕수, 조선의 퇴계 이황과 율곡 이이 등도 이 글자를 동아시아문명의 제1 가치로 삼았다. 
 
'주인없는 기업'이라는 말을 반대로 생각하면, 포스코와 KT는 동아시아문명의 지배구조 원형에 가장 근접했다. 그래서 포스코는 이번에 누가 어떻게 회장이 되느냐에 따라 여전히 희망의 불씨가 남아있다. 포스코의 회장 선출에도 선양과 16자 심법의 원칙이 지켜진다면, 포스코는 쇠락 대신 전성기를 다시 맞을 수 있다. 널리 인재를 구하는 방식이 반드시 포스코의 내부승진일 필요는 없다. 공자는 '관괘'에 관해 선양의 원칙을 "사방을 성찰하고 시민들을 살펴본다(省方觀民)"이라고 했다. 포스코 리더십도 이 원칙에 근거해 포스코 내외에서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요임금이 순임금을 찾아내고, 순임금이 우임금을 발견했듯 지금 포스코의 지배구조에서 가장 절실한 문제는 동아시아문명의 선양 리더십에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이 파이넥스 공정을 통해 쇳물을 뽑아 내고 있다. 사진/포스코
 
포스트 세계화시대의 통상마찰…공생과 협력 요구
 
포스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기존과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철강을 둘러싼 통상마찰에서 강자는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다. 미국의 러스트 벨트(Rust belt)를 중심으로 한 철강이나 자동차 등 제조업에 종사하는 저소득층 백인 노동자들의 이해관계를 철강무역 마찰에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무역마찰을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움직임도 있지만 '포스트 세계화시대'에 이 수단은 실효적이지 않다. WTO체제는 1980년대 이후 30년간 세계화와 신자유주의시대의 산물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 세계질서는 붕괴됐고, 2016년 트럼프 대통령 당선으로 회복 불능의 상태다. 포스코는 30년간 유지된 세계화시대 이후의 새로운 무역질서를 고려해야 한다.
 
<주역>으로 본다면 포스코의 글로벌네트워크는 '비(賁)괘'에 해당한다. '비'는 '광채가 빛난다'는 의미다. 포스코의 글로벌 기업이미지는 세계 철강업계에서 빛나고 있는 존재다. '비괘'는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에서 오히려 포스코가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비괘'는 포스코가 미국 철강업계와의 관계를 현명하게 풀 수 있는 방법으로 경쟁력이 약한 미국 철강업계와 공동으로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주문한다.
 
포스코는 2017년 9월 미국 인디애나주에 연간 2만5000톤의 생산능력을 갖춘 선재 가공센터를 가동했다. 미국 철강사들이 생산하지 않는 제품을 양산해 미국 선재시장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는 미국 선재 가공센터 구축을 위해 2090만달러(237억원)를 투입했다. 이런 노력은 미국 업계와 협력하고 미국 노동자들과 공생의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런 사례는 포스코가 견지해야 할 경영정신이다.
 
<주역>에서는 "문명이 이로써 그치니 하늘의 일이 아니라 사람의 글이다. 하늘의 글에서 보고 이로써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살피고, 사람의 글에서 보고 이로서 화합해서 세계를 이룩한다(文明以止 人文也 觀乎天文 以察時變 觀乎人文 以化成天下)"고 설명한다. 이말을 현대적 어법으로 풀면, "철강 무역갈등은 인권과 평화 같은 보편적 가치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의 이해관계에 관한 글에서 나타나는 일이다. 그래서 하늘의 뜻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는 시대가 변화하고 있음을 직시하라"라고 할 수 있다. 포스트 세계화시대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자국 노동자에 대한 보호주의의 흐름이다. 포스코는 이를 잘 살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해관계의 관점에서 세계질서에 화합해야 한다. 포스코는 글로벌 네트워크 관점에서 극한의 분쟁보다 화합과 공존을 추구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지난 2013년 포스코가 인도네시아에 준공한 동남아시아 첫 일관제철소 '크라카타우 포스코' 전경. 사진/포스코

시행착오 겪는 계열사들…그룹 차원의 자구노력
 
포스코 계열사들은 '귀매(歸妹)괘'다. 귀매는 어린 소녀가 결혼한다는 말인데, 계열사들이 포스코 본사를 벗어나 사업다각화를 하는 것을 뜻한다. 포스코는 1990년대 이후 제철사업에서의 흑자를 기반으로 건설과 비철금속 등으로 진출하며 사업다각화를 추구했다. 그러나 지금에 와서 계열사들의 사업 방향에서 크게 성공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제철업과 사업의 성격이 다른 곳으로 진출했지만, 그 분야에서 크게 성공한 기업을 찾기는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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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하도급법 위반에 대한 경고로 포스코ICT에 공공입찰 제한을 요청한 것은 포스코가 철강 관련산업 외에는 아직도 시행착오를 겪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귀매는 어린 소녀가 결혼한다는 뜻이지만, 딸을 시집보내듯이 계열사를 매각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포스코가 제철업이 위기를 맞으면서 계열사 매각을 통한 자구노력을 할 가능성도 크다. 귀매는 사람살이의 시작과 끝으로 영속적으로 반복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계열사 스스로 인수합병에 적극적이면 흉할 수 있다고 한다. 포스코의 기업리더십에서는 그룹 통합적 관점의 인수합병이 바람직하다.
 
포스코가 어려운 시기에 '크게 쌓는(大畜)' 협력사
 
포스코의 협력사(고객사)들은 오히려 포스코가 어려운 시기에 기회가 찾아온다. 협력사들은 '대축(大畜)괘'다. 대축은 주역 64괘에서 기업이 가장 왕성하게 역량을 축적할 수 있는 시기를 상징한다. 협력사들이 포스코와의 공급체인이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면 더 기회가 많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다. <주역>의 핵심적인 가르침은 자강불식(自强不息)이다. 이는 "스스로 경영을 강건하게 하고 독실하게 하고 빛나게 하면서 쉼 없이 기업의 덕을 쌓는 것"이다.
 
예를들면 포스코에서 열연제품을 받아 파이프를 만드는 세아제강은 2017년 2조2899억원의 매출과 119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내수의 주요 전방산업인 건설산업 수요가 꾸준해지면서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한다. 수출시황 회복에 따른 판매량 증가도 도움이 됐다고 전한다. <주역>에서 '소축(小畜)괘'가 역량은 축적되었으나 아직 세상이 알아주지 않는 시기라고 한다면, '대축괘'는 기업의 역량이 쭉쭉 벗어나가는 형상이다. '대축괘'에 해당하는 기업은 생애주기에서 내적으로 가장 큰 성장을 할 기회를 맞이했다. 그래서 포스코의 협력사에 머무르지 않고, 큰 강을 건너서 독자적인 공급망을 구성할 수도 있다.
 
1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포스코 50주년 창립기념일 행사가 열린 경북 포항시 포스텍 체육관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주역>은 '대축괘'를 맞이한 협력사들이 좁은 공급망을 벗어나서 큰 강을 건너 더 넓은 경영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 방법은 '불가식(不家食)'으로, "집에서 밥을 먹지 않고 초야에 있는 어진 이들을 모두 데려다가 기르고, 갈고 닦은 역량을 발휘해 만민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는 말이다. 협력사는 포스코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공급망을 확보하는 기초를 이 시기에 세울 수 있다. 이때가 기업의 생애주기에서 협력사가 독자 브랜드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마련을 할 수 있는 시기다.
 
도적떼와 국민기업의 갈림길에 선 포스코 리더십
 
포스코 기업리더십에 따라서 구성원들은 도적떼로 변할 수도 있고, 지극정성으로 회사를 살리는 데 함께 할 수도 있다. 포스코 구성원들을 상징하는 것은 '췌(萃)괘'다. 다산 정약용은 <주역사전(周易四箋)>에서 '췌(萃)괘'를 도적들이 모여 있는 것이라고 했다. 특정대학과 금속공학과 출신으로 채워진 포스코 고위층에 대한 업계의 우려는 쇠퇴기 우려가 큰  포스코가 귀담아들어야 할 비판이다.
 
지금 포스코의 리더십에 따라 구성원들은 도적떼로 타락할 것인지, 구성원들을 한마음으로 뭉쳐서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것인지의 갈림길에 있다. 포스코 리더십은 임금이 지극정성으로 종묘에서 제사를 준비하듯 구성원들의 마음이 이리저리 흩어지지 않고 정신을 한 군데로 통일시킬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어느 때보다 포스코의 리더십을 바로 세우는 게 중요해졌다. 그 원칙은 동아시아문명에서 나타난 선양의 리더십을 포스코가 회복하는 것이다.
 
 
* 필자 소개 : 필자 임채원은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다. 서울대 종교학과 졸업 후 동대학원 행정학 석·박사를 수료하고 동대학 한국행정연구소와 국가리더십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경희대에서는 세계화와 사회정책 등 글로벌 어젠다와 동아시아 문명의 국정운영을 연구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 20여개 중앙·주정부의 정책 어젠다를 공동 연구하는 '비교어젠다 프로젝트'에 아시아에서는 처음으로 참여 중이다. 이번 기획은 필자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연구와 실천을 토대로 동아시아 문명의 가능성과 미래에 관해 <뉴스토마토>에 격주로 총 12회로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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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병호

최병호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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