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어주는기자) "미디어의 '권력 분산'이 만들어 낸 BTS, 미래 한류의 상징"
누구나 크리에이터 되는 '기회의 시대'…한류, 중국 의존도 낮추고 북미 공략해야
엔터테인먼트 코리아|김정은·김성훈 지음|미래의창 펴냄
입력 : 2018-07-26 18:00:00 수정 : 2018-07-26 18: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방탄소년단(BTS)은 ‘콘텐츠’를 수용하는 타깃 층에 대한 기존의 정의를 무너뜨렸다. 업계의 많은 아이돌 창작자들이 그동안 글로벌 아이돌을 목표로 얼마나 많은 후크송을 배출했던가.”
 
20여년간 방송업에 종사하며 ‘한류’의 변화 양상을 지켜본 방송작가 김정은씨는 BTS의 성공 요인을 이렇게 압축한다. 멤버 개개인이 소셜미디어(SNS)로 소통하는 1인 크리에이터였고, 콘텐츠 수용층의 범위를 전 세계로 확대하며 차별적인 결과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그는 “기존 창작자들과 (전통) 미디어의 독주가 깨졌다는 점이 오늘날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가장 큰 이슈”라며 “직업, 성별, 연령과 관계없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그룹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뉴시스
 
국내 엔터테인먼트 비즈니스를 다룬 최초의 이론서 ‘엔터테인먼트코리아’가 나왔다. 김 작가와 25년 간 엔터테인먼트 산업 현장을 누벼 온 김성훈씨가 공동 집필했다. 두 사람은 오늘날 ‘멀티 플랫폼 네트워크(MCN)’로 촉발된 다매체, 다플랫폼 시대에 부응하는 엔터계의 생존 전략을 면밀히 고찰하고 있다.
 
저자들에 따르면 오늘날 엔터테인먼트업계의 특징은 중심 권력의 ‘해체’다. 그간 레거시 미디어(TV나 신문처럼 기존 미디어 시장의 중심이 됐던 미디어)가 틀어 쥐던 비즈니스의 힘은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으로 분산되고 있다. 방송사 PD들이 대형 엔터테인먼트로 이적하거나 제작에만 집중하던 외주 업체들이 스타 배우들을 영입하는 현상은 모두 기존 시스템이 ‘전복’되고 있는 사례들이다.
 
권력이 분산되면서 웰메이드 콘텐츠라면 플랫폼에 상관 없이 ‘시청자들이 찾아 보는’ 미디어 환경의 대대적인 변화가 촉발되고 있다. 주 소비층은 대체로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들이다.
 
“현재 1인 창작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주요 소비층은 C세대(콘텐츠 세대), 모모 세대(More Mobile의 줄임말로 TV보다 모바일 기기와 동영상 콘텐츠를 즐기는 1990년 이후 출생자) 혹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도 불린다.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콘텐츠에 익숙한 세대를 가리킨다.”
 
이 세대들은 게임부터 뷰티, 먹방, 음악, 스포츠 등 세부적인 관심사를 직접 선택하고 진행자와 소통한다. 저자들은 “최근에는 ‘같이 공부해요’라는 제목으로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무음 영상을 라이브로 중계하는 현상까지 나타났다”며 “공부만 하는 모습인데도 구독자가 20만명에 육박할 정도다. 기성세대에겐 이해하기 힘든 장면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전광판에 들어선 BTS 광고. 사진/LG전자·뉴시스
 
저자들이 보기엔 BTS의 성공 요인 중 하나도 이 같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것이다. BTS는 유튜브에 ‘방탄 TV’란 채널을 개설하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 자신들의 팬덤 ‘아미(ARMY)’와 소통해왔다. 무대 밖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음악 취향 소개, 사투리나 영어 방송 등 TV 예능처럼 25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업로드한다. 구독자는 지난 5월 기준 854만명, 1000여개나 되는 영상의 조회수는 13억회 이상으로 영향력은 웬만한 방송국을 능가한다.
 
저자들은 “BTS가 일찍부터 활발한 소통으로 구축한 뉴미디어 플랫폼과 SNS 전파력이 급기야 세계 속의 BTS로 들불 번지듯 확산됐다”며 “세계 속의 아미라는 집단 형태의 염원과 응원까지 보태져, 세계 음악시장의 메인스트림으로 당당히 진출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책에는 ‘한류’에 관한 그들만의 분석과 전망도 담겨있다. ‘겨울연가’와 ‘대장금’이 일본과 중국을 뒤흔든 2000년대 초반부터 오늘날까지 ‘한류사’의 주요 명맥을 짚고 해석한다.
 
특히 2016년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 여파를 위기이자 기회로 보는 시각은 곱씹을 만 하다. 지나친 중국 의존도를 점차 줄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대신 저자들은 한류 콘텐츠에 우호적인 라틴계 미국인들이 최근 증가하는 점을 들어 다인종 국가인 북미 대륙을 공략하라고 조언한다.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오는 2060년 미국의 인종 구성은 백인이 전체의 43%까지 감소하고 히스패닉은 31%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BTS의 성과에만 그치지 않는다면 북미시장에서 잇따른 한류 콘텐츠의 전파와 활약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다.”
 
20여년간 엔터 업계를 ‘구른’ 저자들답게 책 곳곳엔 현장의 통통 튀는 언어들이 가득하다. 대중 참여 방식으로 전환하는 요즘의 팬덤을 지칭하는 ‘까빠(까면서 빠는 팬)’, 해외 스타의 한국식 명칭이라고 할 수 있는 '빵형’(브래드 피트)과 ‘김탁구’(기무라 타쿠야) 등 트렌디한 신조어들이 친절히 설명되고 있다.
 
책 말미에 ‘한류’를 만들어 온 파워리더 18인에 대한 분석에선 고군분투해 온 그들의 세월도 엿보인다. 김성훈씨는 서문에서 “2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기본적인 바이블이 되어줄 책을 찾기 힘들다”며 “현 시점에서 시스템을 고민하고 궁금해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책을 펴냈다”고 밝혔다.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사진/미래의창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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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자유롭게 방랑하는 공간. 문화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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