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상고법원제 무산되자 '상고허가제 추진'으로 전환
"20대 국회 초기 추진은 무리···국민설득 논리 발굴 필요"
입력 : 2018-08-01 11:58:33 수정 : 2018-08-01 11:58:33
[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19대 국회에서 상고법원안 입법이 무산되자, 20대 국회에서도 상고법원 재추진 및 이를 대신할 상고허가제도를 추진할 대책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법원이 31일 추가 공개한 192개의 문건 중 ‘상고법원 후속대책’에 따르면 19대 국회에서 상고법원 입법이 무산된 원인을 청와대, 법무부, 재야 법조계 등의 반대로 면밀히 분석했고, 20대 국회에서의 재추진 대책을 모색했다.
 
이 문건은 19대 국회가 폐원하기 직전인 2016년 5월 4일 작성된 것으로, 상고법원안 무산을 인정하고 실패 원인을 분석했다. 당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이었던 홍일표 자유한국당 의원 등 168명이 상고법원안을 발의했지만 법사위 내부 검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의원들의 조직적인 반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또 청와대와 법무부의 상고법원 신설에 대한 반대 원인을 ‘대통령의 최고법원 구성 권한에 대한 침해라는 논거를 내세웠다’며 ‘대법원 권한이 더 커질 것이라는 막연한 우려와 최고법원 구성안을 정부입법으로 하지 않고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한 반발심리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대한변호사협회와 민변, 지방변호사회의 반대 원인을 ‘대한변협은 대법관 증원과 심리불속행제도 폐지라는 선거공약 이행 차원에서 무조건 반대했다’며 ‘민변에서 는 대법관 증원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반대’라고 정리했다. 이어 부산과 창원 지방변호사회에서 고등법원 관내 상고법원 재판부가 설치되지 않은 데에 대한 반발심리에서 조직적인 반대활동을 했고, 서울, 인천, 대구 등 지방변호사회에서는 찬성 의견을 낸 것으로 인지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법원장, 고등부장 등이 상고법원 추진에 관심을 가진 반면, 지방부장 이하 대다수 법관들이 무관심했고, 오히려 대법관 증원론이나 대법원 이원적 구성론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등 의사 결집에 한계가 있다고 파악했다.
 
2016년 5월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상고법원 후속대책' 일부. 상고법원안 통과 무산 이후 또다시 추진을 계획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사진/법원행정처
 
그럼에도 법원행정처는 상고법원 제도 개선을 추진하지 않으면 외부의 대법관 증원론이 힘을 얻을 것을 우려해 지속적 추진을 계획했다. 19대 국회 폐원 전에 대법원이 여전히 상고법원 도입 필요성을 공표할 내용을 작성했고, 향후 추진방안으로는 ▲상고법원안 재추진 ▲상고허가제도 추진 ▲고등법원 상고부제도 추진 ▲심리불속행 제도 개선을 마련했다.
 
특히 상고허가제도 추진을 강조했다. 상고허가제도는 항소심이 끝난 이후 원고나 피고가 상고를 희망할 경우 사전에 상고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로, 1981년 3월 소송촉진 특례법 제정으로 신설됐다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1990년 9월에 폐지됐다. 김명수 대법원장도 지난해 국회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대법관 증원 방안과 함께 "상고제도 개선을 위해 상고허가제가 가장 이상적이라고 본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법원행정처는 19대 국회에서 상고법원을 주창하다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상고허가제도를 언급하면 그 자체가 모순이라는 비판을 우려하면서도 당시 다가올 대한변협회장 및 각 지방변호사회장 선거 등 상황 변화를 보며 상고허가제도 추진을 공론화할 것을 계획했다. 또 상고허가제도가 도입될 경우 국민 입장에서 어떤 면이 좋아지는지 설득할 수 있는 논리를 발굴해야 한다고도 문건에 명시했다.
 
청와대와 법무부, 재야 법조계를 다시 설득하기 위한 대책도 세웠다. 청와대와 법무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상고법원안 설득 논리를 개발하기 어려워 새로운 제도개선안인 상고제한제도를 제시하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대한변협과 민변 등에도 적극적인 설득 노력이 필요하고 지방변호사회에 고등법원 상고부 제도를 공론화하자고 대책을 세웠다.
 
법원행정처는 31일 오후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의 조사보고서에 언급된 410개 문건 중 애초 사법부 전산망에 올리지 않았던 양승태 사법부 당시 미공개 문건 228개 중 중복되는 32개를 제외한 196개 문건을 법원 내부 통신망과 언론을 통해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양승태 사법부 당시 미공개 문건들 중 '상고법원 전방위 로비 정황' 문건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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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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