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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정우 “‘신과 함께2’ 성공? 김용화라서 가능할 겁니다”
전 후편 합쳐 4시간 40분 짜리 영화…”감정 연결 쉽지 않아”
3편과 4편 출연...”책임감? 스토리 궁금해 무조건 하고 싶다”
2018-08-03 16:13:04 2018-08-07 14:05:0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촬영을 끝낸 지 거의 1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사실 바로 어제 저녁 메뉴도 무엇인지 기억이 가물거릴 때가 많다. 하정우 역시 연신 ‘잠시 기억을 더듬어 보겠다’며 검지 손가락 하나를 관자놀이에 대고 생각을 집중하는 시늉을 했다. 하정우 특유의 유머스런 행동이며 조크다. 워낙 유쾌한 배우이고 답답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참지 못하는 그다. 그렇다고 가볍고 장난스런 모습만 담고 있는 배우가 하정우도 아니다. ‘신과 함께’ 전편과 후편 모두에 그가 연기한 저승 삼차사의 리더 ‘강림’도 사실 따지고 보면 하정우와 비슷한 면이 많다. 진중하지만 유머스럽고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은 그런 느낌. 무려 1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고 그 이전에는 1년 가까이 ‘강림’으로만 살았다. 이제 하정우는 아주 잠시 ‘강림’을 떠나 보내야 한다. 조만간 다시 만날 가능성이 크지만.
 
배우 하정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신과 함께-인과 연’ 언론시사회 며칠 뒤인 지난 달 2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하정우와 만났다. 특유의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로 인사를 전해 왔다. 전편 ‘신과 함께-죄와 벌’이 누적 관객 수 1441만을 동원하며 국내 개봉 영화 사상 흥행 2위에 올라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사실 배우들은 ‘신과 함께’의 이 같은 큰 성공을 기대하지 않았단다. 이번 후편 ‘신과 함께-인과 연’도 그래서 큰 기대감을 갖지 않으려 노력 중이라고.
 
“사실 정말 걱정이 많았던 영화에요. 한국 영화에선 처음 시도하는 것들이 너무 많은 영화였잖아요. 전편과 후편 동시 제작, CG촬영, 와이어 액션도 일반 액션 영화에 비해 워낙 많았고. 무엇보다 동시 제작이란 시스템이 생소했죠. 전편과 후편 합쳐서 4시간 40분짜리 영화에요. 이걸 한 번에 찍으니 감정 연결도 쉽지 않았죠. 첫 촬영이 전편의 초반이고 그 다음 촬영이 후편의 거의 마지막 장면이었어요(웃음). 더욱이 동시 제작으로 전편이 흥행에 실패하면 후편은 개봉 자체가 불투명하잖아요. 저희끼린 농담처럼 ‘우리끼리 기념 DVD 돌려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걱정도 했어요.”
 
하지만 예상 밖으로 큰 성공을 거둔 것이 지난 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였다. 전편이 비주얼 적인 측면의 완성도에 집중했다면 후편은 스토리에 더욱 강력한 힘을 실었다. 하정우도 초반 시나리오를 전달 받고 읽었을 때 단 번에 후편의 완성도에 한 표를 던졌다고. 전편의 감동 코드 역시 좋았지만 이 영화의 킬링 포인트는 단연코 후 편에 있다고 확신했단다.
 
배우 하정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우선 전편과 후편의 결 자체가 많이 다르잖아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도 후편의 드라마가 더 촘촘하단 생각을 많이 했었죠. 배우들도 대부분이 후편을 많이 기대했을 거에요. 물론 대중의 취향이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마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전편이 너무 크게 터져버려서(웃음). 사실 후편인 이번 ‘인과 연’도 어느 정도의 흥행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에요.”
 
그런 기대감의 배경에는 우선 첫 번째로 ‘신과 함께-인과 연’의 CG촬영일 것이다. 영화 전반에서 실제 촬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강림’의 등장 분량은 더욱 그러했다. 지옥이 등장하는 부분과 이승에서 망자인 ‘자홍’과 ‘수홍’ 형제를 만나는 지점 등은 CG촬영이 없이는 불가능한 지점들이다. 하정우는 CG촬영 설명에 앞서 피식피식 웃기 시작했다. 이유는 있었다.
 
“지금도 CG촬영 당시를 떠올리면 너무 웃기고 창피해요(웃음). 배우들이 그린 매트(특수 촬영 배경용 녹색 스크린)를 배경으로 연기를 해야 하는 데 어떤 식 이었냐면 그냥 허공에 손을 휘두른 는 이런 방식이었어요. 숨어 있는 칼이 나올 때는 손으로 이렇게 척(허공에 한 번 빈 손을 휘둘렀다 내린다) 얼마나 웃겨요. 하하하. 지훈이와 제가 나중에는 ‘우리 뭐 하는 거냐’라며 서로 얼굴 보고 키득 거렸다니까요. 그런데 또 그 웃긴 장면을 갖고 이렇게 멋들어진 결과물을 만드는 김용화 감독도 참 대단해요(웃음).”
 
배우 하정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국가대표’를 찍으며 함께 한 적이 있는 김용화 감독은 하정우의 충무로 대표 절친 중 한 명이다. 특히나 개인적으론 대학 직속 선배다. 때문에 출연 섭외 당시에는 그의 말을 빌리자면 시쳇말로 ‘깨갱’이었단다. 친하지만 대선배가 출연을 권유하니 오케이를 할 수 밖에. 그렇지만 그 대단한 김용화라도 ‘신과 함께’ 같은 CG와 VFX(시각효과)가 대부분인 영화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더욱이 국내에선 성공 가능성이 희박했던 판타지 장르였으니.
 
“제가 우려했던 부분은 전부 다 말씀해 주셨어요(웃음). 먼저 이게 정말 가능할까? 그 의문이 첫 번째였어요. 그런데 ‘미스터 고’를 만들었고 대한민국에서 이런 얘기를 스크린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그 생각에는 김용화 밖에는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1편도 큰 성공이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해요. 감독님의 개인적인 감정이 많이 투영된 걸 알고 있거든요. 2편도 충분히 가능하겠단 생각이 들었죠. 그런 감독이라면. 그리고 개인적으로 학연으로 묶인 관계라 제가 꼬리를 내리는 것도 사실입니다(웃음)”
 
2편이 성공 여부가 사실 배우들에겐 큰 이슈가 아니다. 이미 올해 최고 흥행작으로서의 가능성은 누구라도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는 분위기다. 관건은 3편과 4편이 제작될 경우 배우들의 출연 여부다. 후편 ‘신과 함께-인과 연’ 마지막 엔딩과 쿠키 영상에서 3편과 4편의 가능성을 열어둔 점도 눈길을 끈다. 일단 배우들 모두가 긍정적이다. 메인 주인공 하정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배우 하정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물론 저도 한다고 얘기는 했었죠. 물론 지나가는 말투로 했었는데 그건 지금 확실하게 어떨 것이다 말할 시기는 아닌 것 같아요. 사실 감독님이 하루에도 열 두 번씩 생각이 바뀌시는 분이라(웃음). 먼저 ‘신과 함께-인과 연’이 큰 성공을 거둔 뒤라면 3편과 4편도 동시 제작될 가능성이 클 듯 해요. 그때 출연 배우들이 각자 스케줄을 맞춰서 모이지 않을까요? 책임감이라기 보단 ‘신과 함꼐’ 촬영 자체가 너무 길고 힘들기도 했지만 반대로 너무 재미있었어요. 그리고 저도 3편과 4편 얘기가 궁금도 하고요(웃음).”
 
이번 ‘신과 함께-인과 연’ 개봉 이후 하정우는 촬영에 들어갈 작품만 두 작품이 대기 중이다. ‘PMC’와 ‘클로젯’ 그리고 ‘백두산’ ‘보스턴 1947’ 4편의 개봉과 촬영을 앞두고 있다. ‘PMC’는 ‘더 테러 라이브’를 연출한 김병우 감독의 신작, ‘클로젯’은 대학 시절 함께 했던 동료의 감독 데뷔작이다. ‘클로젯’ 촬영을 앞두고 그는 남다른 감회가 든다고 전했다.
 
배우 하정우. 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감독님이 저의 데뷔작이자 학창시절 작품인 ‘용서 받지 못한 자’ 때의 녹음 기사님이셨던 김광빈감독이에요. 그때 제 차에 녹음 장비 실어서 현장에 나오고 그랬는데(웃음). 이분은 군 입대 전날까지 ‘용서 받지 못한 자’ 촬영 현장에서 작업하고 다음 날 입대하셨던 분이에요. 그때 생각하니 참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조만간 만나 뵐 생각하니 진짜 설레입니다. 아 영화도 아주 재미있어요. ‘강림’이 보장하는 영화 입니다(웃음).”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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