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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피해자에 나체 사진 직접 전송, '제공'은 아니다"
"피해자, '제공'의 상대방인 '특정한 1인' 아니다"
2018-08-22 06:00:00 2018-08-22 06:00:00
[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피해자의 나체 사진을 피해자에게 직접 전송하는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에서 말하는 '제공'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성폭력처벌법 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미수·폭행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대법원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촬영행위뿐만 아니라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하는 행위까지 처벌하는 것이 촬영물의 유포행위를 방지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에 비춰 볼 때, 촬영 대상이 된 피해자 본인은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에서 말하는 '제공'의 상대방인 '특정한 1인 또는 소수의 사람'에 포함되지 않는다"며 "피해자 본인에게 촬영물을 교부하는 행위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 제1항의 '제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씨는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해 팬티만 입은 채 잠을 자던 전 여자친구 김모씨의 신체사진을 찍는 등 8차례에 걸쳐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을 하고 이 중 1장을 김씨 휴대폰에 전송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김씨가 운영하는 주점 손님들에게 김씨 나체사진을 보여주려 하고 이를 제지하는 김씨 왼쪽 팔을 잡아 밀친 혐의도 있다.
 
여러 혐의 중 이씨가 김씨 나체 사진을 피해자에게 직접 전송하는 행위가 성폭력처벌법에서 말하는 '제공'의 상대방에 해당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은 이씨 행위를 '제공'으로 인정하면서도 김씨 주점 손님에게 나체사진을 보여주려한 행위와 일부 나체사진에 대해 일부 무죄 판결하며 김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항소심도 김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면서 나체사진 전송 행위에 대해서는 "자기정보통제권의 관점에서 보면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이 피해자 본인에게 전송되는 것은 본인의 의사에 반해 촬영된 사진이 있음을 인지하는 계기가 돼 오히려 손해배상청구권, 가처분, 형사고소 등의 법적 조치를 해 자기 정보를 통제의 기회를 보장하게 되는 측면이 있다"며 "보호하는 법익을 고려하여 볼 때 피해자를 촬영한 사진을 피해자 자신에게 전송하는 것까지 성폭력처벌법에서 말하는 '제공'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항소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광연 기자 fun35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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