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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의 포스코, 대북사업 '속도'
정권교체 이후 첫 대통령 수행, 정부와의 관계도 해빙기…북방 물류사업 재가동 주목
2018-09-17 14:20:54 2018-09-17 14:32:52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남북 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평양을 찾는다. 최 회장은 남북 경협의 밑그림이 어느 정도 구체화됐음을 시사했다. 전임 권오준 회장 시절 냉랭했던 정부와의 관계도 해빙기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은 17일 서울 포스코센터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이번 방북 소감을 묻는 질문에 "북한 가서 잘 보고 오겠다"며 "특히 우리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비교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18일부터 20일까지 평양에서 열리는 3차 남북 정상회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과 함께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참석한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우측)은 취임 이후 현장경영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사진은 포항제철소 2고로 방문 모습. 사진/포스코
 
이는 전임 회장과 대비된다. 권오준 전 회장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미국과 인도네시아, 베트남, 중국 등 대통령의 해외 순방길에 계속해서 배제됐다. 재계에서는 당시 권 회장에 대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가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삐걱됐던 관계는 권 회장의 자진사퇴와 최정우 신임 회장의 선임으로 반전됐다. 특히 문 대통령이 남북 경협을 단순 교류 차원에 그치지 않고 '한반도 신경제구상'으로 발전시킨 상황에서 최 회장의 동행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경협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요 의제로 테이블에 오른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한반도 신경제지도'를 담은 이동식저장장치(USB)를 건넸다. 신경제지도란 남북이 주도하는 동북아 평화·경제공동체 청사진이다. 산업·물류 벨트인 환서해벨트, 에너지·자원 벨트인 환동해벨트, 접경지역을 잇는 평화벨트로 구성된다.
 
사전 단계로 북방 물류 관련해 '나진(북한)-하산(러시아) 프로젝트' 재가동이 주목받는다. 유연탄 등 러시아산 광물을 북한까지 54km 길이의 철도로 운송한 뒤 배를 이용해 국내로 들여오는 사업으로, 포스코는 2014년 1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러시아산 유연탄을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로 들여왔지만 북한이 2016년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서 중단됐다.
 
포스코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그동안 정치·경제적으로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번 방북을 통해)면밀히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포스코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남북 경협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며 "취임 100일인 오는 11월3일경 발표될 포스코 개혁과제에도 경협 관련 내용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귀띔했다.
 
실제 최 회장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남북 관계 진전시 대북 사업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틸코리아' 행사에서는 "그룹 계열사와 관계사를 모아 남북 경협 관련 TF를 구성했다"며 "남북 경제협력에 대비해 철강산업도 단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고 경협 밑그림을 보다 진전시켰다.
 
TF는 현재 전무급 임원을 팀장으로 포스코, 포스코대우, 포스코건설, 포스코켐텍 등이 참여 중이다. 주요 검토 사항은 남·북·미 정세 변화에 따른 원료 수입 방안, 철도·도로 등 인프라 구축 참여를 통한 한반도 철강산업 재건 등이다.  
 
북한에 매장된 마그네사이트, 흑연 등 지하자원은 포스코의 철강 및 에너지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마그네사이트는 제철소 고로의 내화벽돌 원료다. 지난 2007년 포스코켐텍이 북한으로부터 마그네사이트를 들여오려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중단한 바 있다 흑연은 2차전지용 음극재 소재다. 포스코는 2010년 포스코켐텍을 통해 음극재 제조사업에 진출했다. 
 
북한 인프라 구축 사업이나 제철소 리노베이션(시설물 일부 또는 전체를 개·보수하는 것) 등 철강산업 투자에도 포스코가 기술 이식 등을 통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아울러 노후화된 북한 사회기반시설 개발 본격화, 자동차 산업 활성화 등은 새로운 철강 수요로 연결될 수 있다는 평가다. 
 
코트라에 따르면 북한은 그동안 군수공업을 우선적으로 육성하는 '선군정책'을 유지한 결과 다른 경제 영역이 심각하게 낙후된 상태다. 북한이 제대로 된 제철소를 갖추기 전까지는 한국산 철강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에도 평양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승용차를 보기 어렵고 2016년 UN의 대북제재 이후 북한이 외국에서 자동차 부품을 공급받는 것도 어려워졌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북한 개방시 러시아와 극동까지 연결되는 '신북방 비즈니스 메카'가 형성되면서 한국 기업들이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교두보로서 가치를 지니게 될 것으로 분석했다. KTB투자증권은 시장 개방 30년이 된 베트남이 아직까지 열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현지 기업이 없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북한 개방 과정이 베트남과 유사할 경우 한국을 비롯한 철강 생산업체의 이익 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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