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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손예진 “‘협상’ 속 긴장감의 비밀은 바로…”
데뷔 20년 만에 겪은 생소한 촬영…”긴장감 살리기 위한 선택”
리허설 없이 현빈과 불꽃 대결…”나도 모를 감정 나와 당황”
2018-09-25 06:00:00 2018-09-25 15:22:29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충무로 상업 영화 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흥행력을 보장하는 여배우 한 명을 꼽으라면 누가 첫 손에 꼽힐까. 여배우 기근 현상이라고 하지만 사실 여배우를 주인공으로 한 기획 영화 자체가 흥행 리스크가 너무 크단 이유로 여러 제작사와 투자 배급사들이 기피한단 것이 더 맞을 것이다. 하지만 딱 한 명만 굳이 딱 한 명만 꼽자면 예외가 있다. 손예진이다. 올해로 벌써 데뷔 20년 차인 이 여배우에게 침체슬럼프는 언제나 비껴가는 마법이 존재하는 것 같다.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올해도 그 마법을 부리고 있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는 손예진은 손예진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한가라며 그의 존재감을 단 한 줄로 표현한 바 있다. 영화 협상에서도 그는 손예진이었다. 극중 협상가 하채윤을 연기했지만 손예진이다. 캐릭터에 자신을 녹이지 못해 이름 석자가 보인 게 아니다. ‘협상하채윤이 손예진이고, ‘손예진이 바로 협상하채윤이었다.
 
손예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추석 연휴를 앞두고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손예진은 긴장한 기색이 언뜻 보였다. 20년차의 베테랑이지만 언제나 새 작품을 선보일 시기에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올해 초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그리고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연이어 흥행에 성공했다. 조금 여유를 가질 법도 하지만 그래도 또 다른 작품에선 긴장이 된단다. 오랜만에 강인한 손예진으로 돌아왔으니 새로운 모습에 대한 스스로의 기대감도 있을 법했다.
 
언제나 똑같죠. 잘됐으면 좋겠어요(웃음) 주변 반응을 들어보니 나쁘지는 않은 것 같은데. 영화는 정말 모르는 거잖아요. 정말 좋다고 해도 안 되는 경우도 많았고. 이번 협상은 제가 처음 시나리오를 받고 느꼈던 지점이 스크린에 잘 나온 것 같아요. 감독님의 데뷔작인데 아주 잘 조율을 해주신 것 같아요. 제한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정말 시나리오에선 압권이었거든요. 이게 어떤 그림으로 나올까 궁금했는데. 거의 그대로 잘 나온 것 같아요.”
 
그의 말처럼 협상의 백미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긴장감이다. 영화 전체의 절반 이상이 하채윤과 민태구(현빈 분)가 화면을 통해 서로의 감정을 주고 받는 장면으로 이뤄졌다. 자칫 지루하고 단선적으로 보일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막상 영화 속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장면에선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감정 싸움이 불꽃을 튀긴다. 손예진과 악역 민태구를 연기한 현빈의 만남은 그 자체로 압권이었다.
 
손예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저도 데뷔 20년 만에 그런 촬영은 처음이었어요. 실제로 영화처럼 현빈씨와 제가 모니터를 보면서 연기를 했으니까요. 처음에 감독님이 이원촬영으로 할 거다그래서 제가 그게 뭐에요?’ 그랬는데 이렇게 할 줄 누가 알았겠어요. 하하하. 너무 어려웠죠. 서로 모니터만 보고 연기를 해야 하니. 감정 전달이라 던지 대처와 주고 받는 느낌이 없어서.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게 맞더라고요. 참 저와 빈씨, 촬영하면서 리허설을 단 한 번도 안 했어요(웃음). 그것도 감독님과의 상의를 통해 결정했는데. 그게 훨씬 느낌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일반적으로 촬영 현장에서 이뤄진 리허설이 없이 진행된 협상속 긴장감은 그래서 더욱 생생했다. 현빈도 손예진도 이 같은 과정이 있었기에 상대방의 반응에 예측을 할 수 없었다고. 그래서 때로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이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영됐다. 영화 속 두 사람의 대부분의 모습이 시나리오 속 텍스트와 거의 흡사하다. 하지만 디테일한 지점에선 이들의 애드리브가 조금 씩 녹아 있다. 특히 두 사람의 대치 중 손예진의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에선 현빈도 손예진 본인도 조금은 놀랐던 눈치다.
 
우선 협상가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면 안되잖아요. 상대방의 돌발 행동에도 제 감정을 숨기고 상대방의 속내를 알아내야 하고. 그런데 딱 한 번 제가 감정이 폭발한 지점이 있어요. 스포라 말씀 드리긴 뭐하지만 그때는 저도 주체할 수 없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폭발이 안되더라고요. 속으로 먹히면서 들어가는 데 그때 현빈씨도 좀 당황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사실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때 왜 그랬는지. 그 장면이 기억이 많이 남는다고들 하시더라고요.”
 
손예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사실 협상을 기대하는 예비 관객들에게 가장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지점은 배우 현빈의 악역 변신이다. 그 잘생긴 남자가 악역이라니. 또한 현빈 자체가 악역을 맡아본 경험도 없었다. 이건 관객들에게 영화의 몰입감을 방해하는 분명한 요소가 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현빈은 이 영화에서 국제 무기밀매업자이자 테러리스트인 민태구를 소름끼치게 연기했다. 그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라본 손예진의 반응도 궁금했다.
 
원래 민태구는 시나리오에선 더 악랄한 악역이었어요. 그냥 악인이었어요. 그런데 제가 먼저 캐스팅됐나?(웃음) 아무튼 민태구는 누구에요?’라고 감독님에게 여쭤보니 현빈씨요그래서 저도 너무 의아했죠. ‘이걸 현빈이 한다고?’ 어울리고 안 어울리고는 제 판단은 아니잖아요. 그저 되게 색깔이 독특하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촬영이 진행되면서 제 예상을 더 훨씬 많이 뛰어 넘으셨죠. 보시면 아실 거에요. 왜 현빈씨가 이 역을 맡으셨는지(웃음).”
 
촬영 중간 중간 현빈과 농담도 하며 협상에 대한 의견도 많이 나눴단다. 그와는 첫 작품이다. ‘멜로 퀸손예진으로선 현빈과 멜로가 아닌 액션 장르에서 만난 게 못내 아쉽기도 했을 법했다. 그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쳤다. 현빈과는 함께 미스터 앤 미세스 스미스같은 액션 영화를 찍으면 잘 맞을 듯 하다며 언제가 이뤄질 차기작 계획도 세웠단다.
 
손예진. 사진/CJ엔터테인먼트
 
 
하하하. 언젠간 현빈씨와 또 만나겠죠(웃음). 사실 협상이 제일 먼저 촬영됐었고 그 담에 지금 만나러 갑니다그리고 드라마 밥 잘 사주는이었던 것 같아요. 공교롭게 올해만 세 작품으로 연달아 만나뵙 게 돼서 쑥스럽기도 하고(웃음). 사실 이렇게 짧은 시기에 세 작품으로 연달아 만나뵙는 게 두렵기는 해요. 관객들이 지겨울 수도 있고. 근데 제가 뭘 계산을 잘 못해요. 그냥 새로운 걸 해보는 게 좋아요. 겁이 없는 거죠. 이 나이 정도 됐으니 뭐 겁도 점점 사라지는 것 같고. 하하하.”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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