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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협상’ 현빈 ”나 역시 ‘악인 현빈’이 궁금했다”
“관객들이 ‘민태구’의 속내 헷갈리게 연기하는 게 중점이었다”
손예진과 ‘이원촬영’ 고충…”생소했고 이질감 있었지만 도움”
2018-09-28 06:00:00 2018-09-28 06: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배우 현빈이 악역으로 출연한다. ‘어 현빈이?’ 뭐 현빈이?’로 나눠 볼 수 있겠다. 우선 전자는 단순하게 놀람의 표현이다. 그 잘생긴 현빈을 악역으로 활용할 생각을 한 감독이나 제작자에 대한 놀람이 우선이다. 후자는 배우에게 향한 놀람이다. 문자 그대로 현빈은 현빈이다. 스크린에서 그리 많은 필모그래피를 쌓아 놓지 않은 현빈이다. 성공보단 실패가 많았다. 지난 해 초 780만 관객을 동원한 공조의 쌍두마차 중 한 명이 현빈이었지만 사실 오롯이 그의 힘으로 이뤄졌다고 보기는 힘든 성적이었다. 그래서 더욱 의아했다. 스크린 대비 안방극장 성적표는 월등했었다. 결국 스크린에 대한 목마름은 충분히 갖고 있던 현빈이다. 그래서 더욱 궁금했다. 영화 협상속 국제적 테러리스트 민태구를 연기한 현빈의 계산이 궁금했다.
 
현빈.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협상개봉을 앞두고 만난 현빈은 본인 스스로도 궁금해 하는 눈치였다. 데뷔 첫 악역이다. 임팩트를 줄 수 있는 지점이기에 남녀 배우들은 어느 정도의 괘도에 오른 뒤에는 악역을 선호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빈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의 얼굴에는 기본적으로 선함이 넘친다. 그가 악역을 맡는다면 관객들 입장에서도 쉽게 납득하기 힘든 지점이 많다. 더욱이 현빈의 악역이라면 관객 스스로가 이유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그 자체가 영화의 치명적인 스포일러에 해당하게 되는 셈이다.
 
충분히 인지하고 있던 지점이에요. 단순한 악역이라면 사실 선택 안 했을 거에요. 물론 시나리오에선 영화보다 더 악인에 가까웠죠. ‘현빈이 악역이라면?’에 대한 질문에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할 지가 더 궁금했다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우선 소재도 마음에 들었어요. 대한민국에서 생소한 지점이잖아요. 협상가란 소재가. 더욱이 국제적인 테러리스트. 만화적으로 해석될 수도 있겠지만 뭔가 새롭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그는 악역이라고 표현하기 보단 악인이란 단어를 썼다. 거기에 하나 더 보탰다. 이유가 있는 악인이란 설정이었다. 영화 속에서도 짐작은 했겠지만 현빈이 연기한 민태구는 단순한 악인이 아닌 이유가 있는 악인이었다. 그 이유가 협상의 변곡점이자 스포일러이고 전환점이다. 그것을 위해 현빈은 영화 속 민태구가 그저 나쁜 놈으로만 보이는 것에 경계선을 뒀다고 한다.
 
현빈.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저도 그랬고 감독님도 그랬고, 민태구에게서 연민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정형화된 악인이라면 말도 쎄게 하고 행동도 거칠고 피 튀기고. 그런데 좀 다르게 갔잖아요. 중점적으로 편안하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대화하듯이. 웃는 모습도 그래서 많이 섞었어요. 관객 분들이 민태구의 생각이 뭔지 모르게 헷갈리게 하고 싶기도 했어요. 연민을 느끼지만 속내를 모르게. 도대체 왜 이런 일을 벌였는지(웃음).”
 
현빈의 의도처럼 관객이 민태구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 채 협상가 하채윤(손예진)과 함께 러닝타임 내내 시선을 뺏기는 것은 사실 새로운 촬영 방법도 한 몫 했다. 영화 속에서 민태구와 하채윤은 마지막 장면에서 딱 한 번 실제로 얼굴을 마주한다. 반면 그 이전까지는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대화를 주고 받는다. 일종의 이원촬영방식이었다. 현장에서도 실제로 두 배우는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대사를 주고 받았다. 리허설 개념도 없었다고.
 
“(웃음) 영화와 똑같이 촬영했어요. 되게 어색했죠. 리허설 자체가 없었다기 보단 약간의 대사를 맞추는 방식은 있었는데 실질적인 리허설은 없기는 했어요. 저나 예진씨 두 사람 다 한정된 공간에서 모니터만 바라보며 감정을 주고 받는 게 결코 쉽지는 않았죠. 그 작은 모니터 안에서 제가 움직여야 하니 동선도 아주 철저히 계산했어요. 하다 못해 라이터를 드는 지점과 손의 위치까지 맞췄으니(웃음). 물론 일부 장면은 계산 없이 거의 시나리오 기반의 애드리브로 갔어요. 그래서 긴장감이 더 많이 살았던 것 같아요.”
 
현빈.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쪽에선 훨씬 경험이 많은 손예진과의 호흡은 그래서 더 중요했다. 작은 모니터를 사이에 두고 손예진과 주고 받는 감정 싸움은 웬만한 액션 영화를 능가할 정도로 불꽃이 뛰었다. 일부 장면에선 현빈이 눌리는 모습을 보일 정도였으니. 그것 역시 현빈의 의도된 계산이라면 계산이었다. 그래서 협상은 손예진이 깔아 놓은 판에 현빈이 뛰어 노는 영화란 평을 받기도 했다.
 
하하하. 맞아요. 예진씨가 판 깔아 주셨죠. 촬영 전에 예진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어요. 그 대화가 거의 리허설이라고 봤죠. 물론 현장에선 아쉬움이 있었어요. 이원촬영에 대한 이질감 때문이었죠. 작은 컴퓨터 모니터에 이어폰을 끼고 연기를 주고 받는 데 감정을 느낀다는 게 거의 불가능했어요. 물론 나중에는 익숙해지면서 또 그 감정을 찾는 재미도 있었어요. 그런 재미가 느껴지니 예진씨와 좀 더 다른 느낌의 액션을 해봐도 될 것 같단 생각이 들었어요.”
 
협상을 보고 현빈이 스포일러다란 관람평이 나오기도 했다. 현빈이란 배우의 존재감이 단순한 악역으로 활용됐을 리가 없단 일종의 선입견이 관람객들이 느끼는 지점이기도 했다. 현빈 역시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더욱 많은 지점에 이른바 함정을 파 놓기도 했다. 물론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악역이기에 이런 관객들의 선입견을 부셔야 했고, 또 스스로에게 재미도 가져다 줘야 했다.
 
현빈. 사진/CJ엔터테인먼트
 
 
그런 말도 사실 듣기는 했어요(웃음). ‘제가 스포일러다라고. 그래서 처음 말씀 드린 관객분들이 헷갈렸으면 좋겠단 생각에 여러 포인트에 함정을 놓기도 했었죠. 하하하. 그건 뭐 영화를 관람하시며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촬영을 하면서도 당연히 재미도 있었어요. 제가 해보지 않았던 감정을 드러내야 했으니. 물론 이번 뿐만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다르게 보이려 노력했었죠. 나중에는 경험과 테크닉이 더 많아지면 그 다름이 더 커 보이겠죠.”
 
스크린 출연작 가운데 최고 흥행작인 공조를 만든 JK필름과 두 번째 작업으로 만난 협상이다. JK필름 자체가 충무로에서 상업 영화에 대한 분명한 색깔과 연출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제작사다. 반면 그 분명한 색깔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관객들도 상당히 많다. 현빈도 이런 지점을 알고 있었기에 혹시 협상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을까.
 
현빈.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작사를 보고 작품을 선택하지는 않아요. 무조건 시나리오가 최우선이죠. 전작인 도 그랬고 이번 협상도 그랬고 전부 데뷔하는 감독님 작품이에요. 제작사의 색깔, 감독님의 스타일? 저한테는 중요한 지점은 아니에요. 얘기가 제일 중요하죠. 이번 협상현빈이 악역?’에 대한 저 스스로의 궁금증이 가장 컸어요. 관객 분들도 그렇지 않을까요?(웃음).”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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