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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의 쌀' 반도체·MLCC, 전장 사업 '정조준'
신 수요 창출원으로 주목…제품 양산·투자 확대 줄이어
2018-10-03 14:14:30 2018-10-03 14:14:30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이 현실화 되면서 관련 부품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자 업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IT 제품 고도화로 장기 호황을 누리고 있는 반도체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업계 역시 자동차 전장을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3일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오는 2022년까지 전세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연평균 7.7%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약 345억달러 규모 시장이 5년 사이 50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전체 반도체 산업 성장률(3.2%)를 크게 상회한다. 차량용 반도체 시장의 성장은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친환경 자동차 등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것에 기인한다. 미국자동차공학회가 분류한 자동화 단계를 기준으로 자동차 한대당 채용되는 반도체 콘텐츠는 2단계(운전자의 상시 감독이 필요) 150달러에서 3단계(부분 자율주행) 580억달러, 4단계(운전자 개입 없음)·5단계(무인차)860억달러 수준으로 늘어난다. 3단계 수준인 아우디A8에는 1000개 내외의 반도체가 탑재되는데, 휴대폰에 평균 10~50개 반도체가 사용되는 점을 감안하면 차량 전장화는 반도체 업계에 큰 기회일 수 밖에 없다. 
 
자율주행차, 친환경자동차 등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반도체, MLCC 등을 생산하는 전자 부품 업계도 전장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열린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 엑스포'에 전시된 현대자동차의 미래모빌리티 전시관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생산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모바일과 서버 등 IT 영역 중심의 성장세가 둔화됐을 때 새로운 수요처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8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삼성전자가 4대 미래 성장사업 중 하나로 '반도체 중심의 전장부품'을 꼽은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다만 전체 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네덜란드의 NXP, 독일 인피니온, 일본 르네사스 등의 벽을 넘어야 하는 점이 과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내세우는 경쟁력은 단연 기술력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05℃ 온도 알람 기능을 적용한 낸드플래시 기반의 자동차용 '256GB eUFS'를 양산한 데 이어 4월에는 125℃까지 견디는 자동차용 16Gb D램 양산을 시작했다. 전후방 카메라 비전 ADAS, 자율주행을 위한 중앙제어 시스템 등의 분야에서도 글로벌 고객들과 기술 협력을 추진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16년 하반기 신설한 오토매틱 전담팀을 주축으로 차량용 반도체 수요 대응을 연구 중이다. 
 
반도체와 함께 '산업의 쌀'로 꼽히는 MLCC 업계의 동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차량용 MLCC를 중심으로 수요 증가가 급증할 것으로 전망되며 사업구조를 전환하고 있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삼성전기는 지난 20일 중국 텐진 생산법인에 공장 신축을 위해 총 5733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지난 2014년 말 이윤태 사장 취임 이후 신설된 신사업 추진팀에서 중점적으로 연구했던 전장 사업이 본격 궤도에 오르는 셈이다. 삼성전기가 기존에 주력했던 IT용 MLCC와 달리 차량용 MLCC는 고온, 진동, 충격 등에 대한 요구치가 높아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꼽힌다. 사용되는 부품의 수 역시 IT용에 비해 배 이상으로 많다. 해당 업계 1위인 일본 무라타도 최근 신공장 증설 계획을 밝혔지만,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늘고 있어 당분간은 공급 과잉 우려도 크지 않은 상태다. 삼성전기는 현재 전장 영역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신규 공급선 확보를 위한 영업 역량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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