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15년 전엔 연료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죠"
'수소전기차 1등' 산 증인 김세훈 현대·기아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입력 : 2018-10-31 07:00:00 수정 : 2018-10-31 07:00:00
[뉴스토마토 황세준 기자] 현대·기아자동차는 수소전기차에 대한 기술 리더십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난 29일 연구개발본부 직속 조직인 연료전지사업부를 신설하고 김세훈 현대자동차 연료전지개발실장(상무)을 신임 사업부장에 임명했다. 김 상무는 지난 2003년 현대차에 입사해 15년간 수소연료전지자동차(이하 수소전기차) 세계 1위라는 경쟁력을 만들러낸 산 증인이다. 그의 다음 목표는 수소전기차 가격을 일반 전기차 수준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편집자>
 
현대차는 지난 2013년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 가운데 최초로 수소전기차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경쟁사인 토요타의 '미라이'보다 1년 이상 앞섰다. 당시 생산한 '투싼 수소전기차'(해외 모델명 'ix35')는 전 세계 17개국에 수출했다. 5년 뒤인 올해 1월 현대차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8’을 통해 차세대 수소전기차 ‘넥쏘’를 선보였다. 이 차량은 1회 충전 주행거리가 609Km로 현재 양산하는 수소전기차 중 가장 길다. 현대차는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시스템의 핵심기술인 막전극접합체(MEA)와 금속분리판 기술을 독자 개발했고, 영하 30도에서도 시동이 걸릴 수 있도록 냉시동성을 개선했다. 이 모든 성과를 이끌어낸 인물이 바로 김세훈 상무다.
 
김세훈 현대·기아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사진/황세준 기자
 
"서울대에서 기계공학, 열역학을 전공했어요. 15년 전 현대차 연료전지개발팀에 입사했을 땐 연료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몰랐죠." 당시 연료전지 개발은 현대차 내에서도 '비밀 프로젝트'였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중국 몰래 혼천의(천문 관측기)를 만들었듯이 선진 업체들의 기술을 어깨너머로 배워 쉬쉬하며 개발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1998년부터 3~4명 규모의 작은 팀으로 개발을 시작했고, 2003년에도 40~50명 규모의 선행팀 수준이었어요. 선진 기업에서 우리가 자체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핵심 부품인 '스택'을 안 줄까봐 숨어서 개발했습니다. 부품 협력사들도 그때는 개발에 미온적이었죠. 팔리지도 않을 것을 왜 하느냐는 반응이었어요. 워낙 기술격차가 컸고, 양산은 꿈도 못꾸던 시절이었으니 당연하죠. 그런데 정몽구 회장께서 워낙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았어요. 순전히 현대차의 '파워'로 밀어붙여서 2013년 첫 양산을 하게 된 겁니다."
 
2006년 독일월드컵 때 수소전기버스 선보여 
글로벌 시장 환경은 최악이었지만 기적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은 게 글로벌 1위로 가는 발판이 됐다. "2008년에 미국에 오바마 정권이 들어선 후 전기차 배터리 위주로 예산이 집중되면서 연료전지 시장이 한번 고꾸라졌어요. 미국이 미온적이니 한국도, 중국도 펀딩에 소극적이었죠. 그나마 숨통을 틔워준게 유럽이었어요. 2010년에 첫 실증과제가 4대 나왔어요. 원래 우리는 유럽에 관심이 없었는데 원래 하려던 기업이 펑크를 내는 바람에 우리에게 요청이 들어왔어요." 김 상무는 2006년 독일월드컵을 통해 수소전기버스를 선보인 경험과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이같은 요청에 대응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2005년 12월에 연료전지버스를 월드컵에 투입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아직 시험운행도 못한 상태였는데 말이죠. 그래서 제가 독일로 날아가서 우선 간이인증을 급하게 받았어요. 현지 기자들을 태워야 한다고 설득했죠. 수송도 우여곡절 끝에 성공했어요. 차량이 부식될까봐 비닐로 진공포장하고 수소도 극소량만 실었어요. 그런데 진공포장을 뜯었더니 표면 데칼에 공기방울이 생겼더라고요. 칼로 일일이 터뜨리면서 보수를 하고 나니, 이번엔 시동이 안 걸리네요? 연료전지는 수분이 있어야 하는데 진공포장때문에 물이 다 말라버린 거죠. 겨우 시동을 걸고 트레일러에 실어야 하는데 양 옆 공간에 겨우 10cm정도의 여유만 있는 겁니다. 사이드미러 제거하고 올렸다 내렸다를 반복하다보니 수소를 거의 다 써버렸네요? 트레일러 기사님의 도움으로 겨우 실었죠. 수소전기차를 배로 운송한 게 처음이다보니 별별 시행착오를 다 겪은 겁니다." 
 
김세훈 현대·기아차 연료전지사업부장. 사진/황세준 기자
 
하지만 이같은 과정을 거치면서 김 상무는 수소전기차 양산 가능성을 확신했다고 했다. 2013년 투싼ix를 선보이고 나서는 세계 시장을 리딩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현대차가 수소전기차를 가장 먼저 내놓을지는 아무도 생각 못했겠죠. 토요타와 다임러 중에서 누가 먼저 하느냐에 관심이 모아지던 시절이었으까요. 투싼ix가 이렇게 치고 나오지 않았더라면 전 세계 수소 인프라가 이렇게 빨리 확장되지는 않았을거에요."
 
독일 아우디와 기술 파트너십 협약 체결 
수소전기차는 짧은 충전시간, 긴 주행거리뿐만 아니라 공기청정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미래형 친환경차”라고 불린다. 현대차는 올해 6월 독일 아우디와 수소전기차 관련 연료전지 기술 파트너십 협약을 체결하며 주도권 강화에 나섰다. 양사는 수소전기차 기술 확산 및 시장 활성화를 위해 특허 및 주요 부품을 공유하고 수소전기차 시장 선점 및 기술 주도권 확보 차원에서 향후 기술 협업을 지속 확대키로 했다. 이를 통해 수소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 규모의 경제로 부품 원가 절감, 투자 효율성 제고 등 선순환 효과를 노린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내년부터 5년 동안 수소전기 대형 트럭 총 1000대를 유럽 시장에 공급한다. 지난달 스위스 수소 에너지기업 H2Energy와 수소전기 대형 냉장밴용 및 일반밴용 트럭 공급 계약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H2E는 스위스 내 수소 생산 및 공급 등을 제공하는 수소 에너지 전문기업으로 지속 가능한 이동성 확보와 전국 수소 충전 네트워크 구축 등을 목표로 올해 5월 출범한 'H2네트워크협회'의 사업 개발 및 수행을 담당하고 있다. 수소전기 대형 트럭 공급은 현대차가 유럽 친환경 상용차 시장에 최초로 진출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김 상무는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넥쏘는 투싼ix보다 원가, 효율, 내구성 등 모든 면에서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발전한 차량이죠. 하지만 내연기관차도 아직 연구할 게 많이 있는데 연료전지 분야는 앞으로 100년은 더 연구를 해야죠. 지금은 아무도 미래에 어떻게 될지 장담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에요. 결국 원가를 절감을 누가 더 잘 하느냐의 싸움이라고 봐요. 수소전기차 공급물량이 늘어나고 인프라가 확대되는 가운데 일반 전기차 수준 가격으로 내리는 것이 제 첫번째 목표에요. 일본은 2025년까지 디젤차 수준 가격으로 내리겠다는 공격적인 행보인데, 현대차도 단계적으로 준비해 나갈 계획입니다."
 
수소차, 상용차 시장에서 꽃피울 가능성 높아 
김 상무는 수소전기차 시장이 상용차 분야에서 더 빨리 발전할 것으로 관측했다. "연료전지는 일정량의 부품들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크기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어요. 시장을 보니, 유럽에서는 디젤 트럭이나 버스 등 물류차에도 친환경을 추구하고 있더라고요. 이런 점에서 보면 수소전기차는 상용차 시장에서 더 빨리 꽃을 피울 것 같아요. 때문에 상용차에 최적화된 수소전기차 시스템에서 경쟁사들을 따돌리는 게 당면 과제죠. 5톤 청소차, 버스 등을 정부과제로 개발 중이에요. 최근 하노버에서 발표한 액시언트 트럭 등 이미 상용차쪽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고요."
 
황세준 기자 hsj121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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