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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로봇 때문에 일자리 감소된다고?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인간과 상호 보완관계…로봇 디자이너 등 새로운 일자리 창출 가능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 시한 연장에 힘 쏟아… '협동로봇' 규제도 개선돼야"
2018-11-05 06:00:00 2018-11-05 08:50:05
[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지난 2004년 윌스미스 주연의 <아이, 로봇>이 개봉할 당시만 하더라도 인간의 지능을 갖춘 로봇은 먼 미래의 이야기였다. 하지만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사람들이 로봇에게 일자리를 빼앗길까 걱정하는 형국이다. 문전일 한국 로봇산업진흥원장(58)은 오히려 이러한 우려가 기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문 원장은 로봇이 인간의 감성이 필요한 직업까지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망했다. 결국 미래에는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는 상호보완적인 관계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 원장은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우리나라 로봇기술의 현실을 진단하며 국내 로봇산업이 나아가야 할 중장기 비전을 제시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LG산전 중앙연구소장, 호서대 로봇공학과 교수 등을 역임한 그는 그간의 노하우를 살려 남은 임기 내 국내 로봇기술 발전을 위한 토양을 닦겠다는 계획이다.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 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한국 로봇산업진흥원장 취임 1년을 앞두고 있다. 소회가 어떤가.
 
어느 때보다 숨 가쁘게 한 해를 보냈다. 취임 후 가장 시급한 과제는 국내 로봇산업 정책의 기본이 되는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의 시한 연장이었다. 만료를 한 달 앞둔 지난 5월에 극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협동로봇’ 규제 개선에도 힘을 쏟았다. 같은 공간에서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협동로봇은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는 국내 활성화에 걸림돌이었던 관련 규제를 개선하는 내용의 ‘협동로봇 설치 안전 점검 가이드’를 만들어 성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두산인프라코어 사업장이 협동로봇 안전인증을 받은 국내 1호 사업장이 됐다.
 
취임 당시 목표했던 ‘세계 시장 개척’이나 ‘규제개선’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왔나.
 
국내 기업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 유럽과 중국, 러시아, 중동 등 해외 전시회 참가와 수출을 지원하고 있다. 선진국 뿐 아니라 동남아시아 국가에도 진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 베트남에서 수출상담회를 개최하고, 한-아세안센터와 협력해 태국 방콕에 시장개척단을 파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상반기 협동로봇 규제 개선에 이어 하반기에 의료로봇 분야 중 재활로봇 시장을 활성화기 위한 규제 개선에 집중하고 있다. 재활로봇의 판매 활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수가 반영이 필수적이다. 산·학·연이 함께 방안을 모색 중이다.
 
4차 산업혁명을 얘기하면 꼭 따라다니는 게 ‘로봇’이다. 왜 미래에는 로봇인가.
 
4차산업의 핵심기술로 인공지능(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을 꼽는다. 이런 기술이 구슬이라면 구슬을 꿰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게 로봇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핵심 기술들을 어떻게 융합해서 가치를 창출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1, 2차 산업혁명인 기계혁명과 전기혁명이 현실세계였다면 3차 정보혁명이 가상세계였다.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세계가 공존하는 융합 세계다. 로봇이 융합을 실현시키고 완결하는 역할을 한다.
 
로봇기술이 발전하면 기존의 일자리가 줄어들 거라는 우려도 있다.
 
로봇이 일부 일자리를 대체하기는 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며 상호보완적으로 협동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로봇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우려는 기우라고 본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우선 로봇기술 발전으로 인한 자동화는 제품가격 인하를 가져오고 품질을 높인다. 시장에서 제품의 수요를 촉발하게 되면 생산물량 증가를 가져오는 선순환 효과로 인해 일자리가 추가로 발생한다. 아마존이 물류 로봇을 도입하면서 고용 불안이 야기됐지만, 오히려 물류 개선으로 인해 30만명의 인력을 고용한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단순하고 위험한 작업은 로봇으로 단기간에 대체가 되지만 대부분의 서비스 작업은 사람의 눈과 손의 성능에 걸맞은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기술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최소 5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이 발전하는 동안 새로운 성격의 일자리가 생겨난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나 시스템 통합 전문가, 로봇 유지보수 분야의 전문 운영자, 로봇 디자이너 등 새로운 일자리 수요가 창출될 것이다.
 
문전일 한국로봇산업진흥원장이 지난달 열린 2018국제로봇콘테스트 수상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세계적으로 로봇시장 규모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국내 로봇산업의 현주소는 어떤가.
 
지난 2016년 기준 세계 로봇시장은 204억달러로 전년(180억달러) 대비 13.2% 성장했다. 최근 6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0%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28.0%), 북미(17.7%), 일본(10.9%), 독일(9.5%)에 이어 세계 제조업용 로봇 시장의 약 8%를 점유해 5위권에 머무는 상황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제조업용 로봇 분야를 선도하면서 공장 자동화, 핵심부품 개발, 시스템 통합(SI) 등 기술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용 로봇 생산규모 세계 5위인 현대로보틱스를 제외하고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대기업 수가 양적으로 부족하다. 핵심부품의 해외 의존도도 높아 전반적으로 시장 선도보다는 추종하는 양상이다.
 
국내 로봇기술이 발전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의 로봇기업은 2100여개에 달하지만 이 중 중소기업 비율이 96.9%를 차지한다. 매출규모 100억원 미만 기업이 97%에 달할 만큼 산업기반이 취약하다. 게다가 제조업용 로봇은 로봇 완제품을 중심으로 산업이 성장하면서 부품과 소프트웨어, 시스템통합(SI) 등 단계별 경쟁력이 낮다.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로봇을 만들어 파는 완제품 로봇기업 위주로만 육성한 탓이다.
 
‘지능형 로봇 개발 및 보급 촉진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정부 지원이나 로봇기술 개발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 같다.
 
로봇과 관련된 모든 정책과 사업이 ‘지능형로봇법’ 안에서 이뤄진다. 이 법이 2028년까지 한시적으로 연장되면서 국내 로봇산업 육성정책의 후속조치를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로봇산업정책에 대해 범부처 협력기구 기능이 강화돼 추진력을 확보했다. 국가기관에 로봇제품의 구매 활성화를 위한 권고조치도 가능해졌다. 향후 산업부와 제3차 지능형 로봇 기본계획(2019~2023년)을 수립해 실질적인 사업을 수행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 국내 로봇산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단·중기적으로는 ▲로봇 선도 프로젝트 추진 ▲로봇산업 혁신역량 강화 ▲신시장 창출 및 성장지원 체계 구축 ▲로봇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를 추진과제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중점 육성분야로 협동로봇과 서비스 로봇 중 5대 유망분야인 의료재활, 홈서비스, 물류로봇, 재난안전, 농업용로봇을 집중 육성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기존의 로봇 공급기업 중심의 육성방향에서 수요 창출 기업 육성으로 흐름을 옮겨야 한다. 좋은 기술이나 좋은 제품보다는 시장에서 팔리는 제품과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술에 비중을 둬야 한다.
 
로봇분야로 진출하려는 학생들이 많다. 이 분야 선배로서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로봇분야 직업을 갖고 싶다면 T자형 인재(한 부문에 전문성을 갖추고 연계분야에 대한 이해도를 갖춘 인재)로 성장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로봇을 활용하는 비즈니스와 로봇분야에서 생겨날 일자리는 무궁무진하다. 내가 어떤 분야와 어떤 분야를 융합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새로운 비즈니스와 로봇분야 창업의 기회도 찾길 바란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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