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최정우 회장, 포스코 개혁 착수…연말인사·조직개편 분수령
OB 특혜 시비 원천 차단…'파벌주의 근절·정치권 독립' 직접 언급 없는 점은 아쉬움
2018-11-06 12:03:15 2018-11-06 12:22:02
[뉴스토마토 채명석·최병호 기자] 5일 발표된 포스코 100대 개혁과제에 대해 안팎에서는 종합적 진단이 나왔다면서도, 파벌주의 근절과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 등 근본적 해결 방안이 미흡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이번 개혁과제는 최 회장 취임과 동시에 가동된 태스크포스(100일 T/F)가 주도했다. 특히 TF에 그간 포스코에서 비주류로 분류되던 비탄소강·비철강 계열사 출신과 함께 전체 임직원 가운데 5%도 되지 않는 여성 임직원들이 합류, 전임 회장들이 제시하지 못했던 획기적이고 파격적인 방안들이 담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었다. 무엇보다 최 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연고주의나 파벌주의 같은 문화가 싹트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혔던 만큼 포스코 100년을 위한 대대적 개혁이 예상됐던 터였다. 
 
 
파벌주의 근절과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 등 포스코를 흔들었던 병폐들을 뜯어고칠 개혁 요구는 최 회장이 내외부로부터 받은 3300여건의 ‘러브레터’에도 들어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개혁과제에는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포스코의 경영·사업 효율성 향상과 기업시민으로서 역할 재정립이라는 큰 틀에서 정해졌기 때문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해 철강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는 최 회장이 일단 수위 조절을 했다는 분석과 함께 공고했던 내부 파벌의 반발도 작용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철강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수십년간 뿌리 박힌 관행을 바꿔보기 위해 역대 회장들도 나름대로 취임 초기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자 했지만, 의지만큼 실현하지 못했다. 최 회장도 그런 상황을 봐왔기 때문에 조심스러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대 공대, 특히 금속공학과 출신이 주축이 된 탄소강 출신이 여전히 포스코 요직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점, 입김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정치권의 여전한 간섭과, 이들을 등에 업고 자신들만의 포스코 개혁을 외치고 있는 일부 시민단체들의 견제도 최 회장에겐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서울 인력의 포항·광양 배치의 경우, 일각에서 반발이 일자 최 회장이 “나도 내려갈 생각이 있는데 왜 못 내려가느냐”며 토로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럼에도 공정거래 문화 정착을 명분으로 퇴직 임직원이 근무하는 공급사는 해당 사실을 포스코에 등록하고 거래품목에 대해 100% 경쟁구매를 원칙으로 해 특혜 시비를 원천 차단키로 한 점은 눈여겨봐야 한다는 평가다. 포스코 사정을 잘 아는 한 재계 관계자는 "중우회 등 기존 OB 모임의 영향력을 감안하면 대단한 결정"이라며 “개혁과제가 전체의 큰 그림을 보여주는 것이라면, 12월로 예정된 조직개편과 사장단 인사는 최 회장의 임기 3년의 방향을 엿볼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노조에 대해서는 "회사의 자랑인 노사화합 전통을 지속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새로운 노사환경에 맞춰 대화와 타협으로 모범적인 노사문화의 전형을 만들어 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그간 삼성과 함께 대표적인 무노조 사업장으로 불렸다. 
 
전체적으로 볼 때 이번 개혁과제에 최 회장의 의중은 어느 정도 반영됐다는 평가다. 신성장사업 부문을 철강 부문과 동급으로 격상시킨 것은 내부 파벌을 견제하기 위한 최 회장의 신의 한 수로 꼽힌다. 신성장부문장에는 전문성을 강화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가를 총괄 책임자로 영입할 예정이다.
 
‘기업시민위원회’ 신설에도 최 회장의 개혁 의지가 엿보인다. 위원회는 최고경영자인 최 회장 등과 사외이사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되며 이사회 산하에 설치한다. 외부인사를 위원회에 영입해 사회 전반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때문에 포스코 안팎에서는 향후 최 회장의 경영 기반이 신성장 부문과 위원회가 양대 축을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다.
  
채명석·최병호 기자 oricms@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