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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게이션)‘성난 황소’의 극단적 단순함과 여전한 고민
2018-11-19 00:00:00 2018-11-19 00:00:00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최근 충무로에선 장르의 변환과 변주를 캐릭터의 그것으로 치환하는 경향이 많다. 사실 이건 배우 마동석 한 명을 바라보고 선택하는 방식일 뿐이다. 현재 충무로에서 마동석만큼 확실한 흥행 카드는 없다. 흥행성을 담보로 하는 배우 인력이 현저히 제한된 충무로 제작 현장에서 마동석은 그래서 이질적인 존재다. 지금까지 존재하지도 않았고 존재할 수도 없던 성향의 배우가 마동석이다. 그래서 마동석 장르가 충무로에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영화 성난 황소는 마동석을 타깃으로 잡고 마동석 장르에 열광할 관객들의 입맛을 1부터 10까지 오롯이 채웠다. 마동석은 사실 이렇게 활용해야 한다. 단순하게, 아주 단순하게. 그것도 극단적으로 단순하게 끌고 가면 그게 마동석 장르.
 
 
 
성난 황소는 극단적 단순함이 짜릿함의 최대치로 전환되는 거의 완벽한 구성을 갖췄다. 그 중심에는 마동석이 있다. 그는 비켜가지 않는다. 가로 막는 사람은 메다 꽂는다. 한 방에 쓰러트린다. 벽이나 문은 그저 때려 부순다. 그는 제목 그대로 성이 날 대로 난 황소 한 마리 그 이상이다.
 
캐릭터의 전사와 스토리는 필요 없다. 관객들은 그 동안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에서 세밀함과 감정 공유를 원하지 않았다. 그를 통해 대리만족을 꾀하고 원했다. ‘성난 황소역시 그렇다. 수산물 시장에서 성실하게 살아가던 동철(마동석)은 아내 지수(송지효)에게 꽉 잡혀 사는 덩치 큰 사내다. 천성이 착하고 유순하다. 그래서 사기도 수 없이 당한다. 악덕 납품업자에겐 얼굴 한 번 붉히지 못한다. 천성이 그렇다. 그는 순한 양이다.
 
그렇게 힘들지만 성실하게 살던 동철과 지수는 어느 날 뜻하지 않은 사건과 마주한다. 인신매매 업자 기태(김성오)와 시비가 붙었다. 그때 기태의 눈에 지수가 들어왔다. 결국 기태는 지수를 납치한다. 없어진 아내 지수를 찾아야 하는 동철이다.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동철은 당황하고 피가 마른다. 기태에게 걸려온 전화 속 지수의 비명 소리에 그는 결국 꺼져있던 스위치가 켜졌다. 이제 그는 동철이 아니다. 표정이 바뀌었다. 당황하고 안절부절 못하던 순박한 동철은 사라졌다. 냉혹하다 못해 감정이 사라진 모습이다. 이제 그는 완벽한 성난 황소가 됐다.
 
영화 '성난 황소' 스틸, 사진/쇼박스
 
성난 황소는 그동안 마동석이란 배우를 활용해 스토리를 만들어 오던 기존 개봉작들의 판단 착오를 보기 좋게 비켜간다. 마동석을 원하는 관객들의 수요는 단순하다 못해 뻔하다. 그를 통해 완벽한 대리 만족을 하고 싶어 한다. 부수고 때리고 넘어서면 된다. 이 과정은 오롯이 관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아드레날린이다. 그래서 마동석의 영화는 단순하게 그리고 단순하고 그래서 결국에는 극단적 단순함이 미덕으로 작용된다.
 
사실 따지고 보면 성난 황소의 미덕은 앞선 설명이 전부다. 하지만 굳이 성난 황소와 배우 마동석을 두고 양단의 시선을 분산시켜 보면 의외의 흠결이 눈에 보인다. 이 영화의 최고 미덕인 단순함이 반대급부로 흠결로도 작용될 수 있단 점이다. 단순함은 관람의 호흡을 끌고 가기엔 임팩트는 있지만 지구력이 부족하다. 결과적으로 성난 황소는 각각의 인물에게 선명한 역할을 배분했다. 마동석은 제목 그대로 성난 황소. 김민재와 박지환은 이 영화의 재미와 쉼표를 담당한다. 김성오는 마동석의 반대편에 선 최악의 인물이다. 마동석의 아내 지수를 연기한 송지효는 기존 범죄 영화에서 소비돼 오던 여성 캐릭터의 한계성을 넘어서고 싶은 의도가 느껴진다. 물론 각자의 역할을 이들은 충실하면서도 넘치지 않게 수행한다.
 
영화 '성난 황소' 스틸. 사진/쇼박스
 
그럼에도 굳이 흠결로 작용하는 단순함의 양날이 성난 황소의 재미와 반감을 이분법적으로 나눌 위험성도 분명히 보인다. 마동석에게 스토리는 굳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는 몸으로 대화를 하고 몸으로 연기를 하면 된다. 그 속에서 스토리와 재미 그리고 상황은 모두 마동석을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몫이다. 결과적으로 마동석을 위한 마동석에 의한 마동석의 성난 황소이지만 극장 문을 나선 뒤 남는 잔상은 마동석은 아니다.
 
마동석이 판을 깐 이 영화에서 곰사장을 연기한 김민재와 악역 기태를 연기한 김성오의 존재감은 성난 황소최고의 수혜 두 가지다. 김민재는 적재적소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하며 극 자체의 활력을 불어 넣는다. 기존의 작품에서 김민재는 연기를 하지 않는 듯한 연기 톤으로 스스로의 존재감을 증명해 왔다. 사실 이런 지점이 김민재의 장점이자 단점이었다. 이런 연기 톤으로 그는 관객들의 뇌리에 박히는 지점보단 극 자체에 녹아 들어 아이러니하게도 존재감이 희석돼 왔다. 물론 이번 성난 황소에서도 비슷한 방식이지만 마동석 자체에 임팩트가 강력해 오히려 돋보이는 반사이익을 본 유일한 배우로 손꼽고 싶다.
 
김성오는 기태란 인물을 단순한 악역이라기 보단 성난 황소속 모두를 넘어 관객들에게까지 소름 끼치게 한 해석력으로 눈길을 사로 잡을 전망이다. 기태는 악역이지만 누구라도 본성 속 분명히 숨어 있는 악의 근원을 건드리는 지점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이 방식은 감독의 디렉션이라기 보단 김성오 스스로의 해석력이라고 보는 게 옳다.
 
영화 '성난 황소' 스틸. 사진/쇼박스
 
성난 황소는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 보더라도 단점보단 장점이 넘치는 영화다. 그래서 쾌감이 폭발하고 대리 만족이 충족되고 또 간결함이 앞선다. 사실 이 모든 중심에 마동석이 있다. 그래서 이 장점이 오롯이 충족된다. 하지만 만약 마동석이 아니라면. 마동석을 제외하고 본다면 성난 황소는 그 가치가 증발된다. 이건 성난 황소에 대한 가치 판단이라기 보단 앞으로 충무로에서 활동하는 제작과 기획 관계자들이 분명히 고민하고 넘어가야 할 지점 같다. 이건 분명해 보인다. 오는 22일 개봉.
 
김재범 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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